송년회 및 연말 회식 분위기가 바뀌면서 소규모로 점심에 식사하거나 간단히 술을 먹는 음주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이탓에 지역 자영업자들은 '연말 특수'는 더이상 옛말이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SNS에 '걸스나잇'을 검색하면 홈파티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먹거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송년회 및 연말 회식 문화가 바뀌고 있다. 직장인 절반 이상은 연말 송년회 회식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MZ 직원들 사이에서 늦은 저녁까지 술먹는 문화를 지양하다보니 소규모로 모여 식사만 하는 형태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송년모임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외식문화가 점차 축소돼 지역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소규모로 밥 먹는게 좋아요'…음주 사라진 송년회
18일 HR테크기업 인크루트(대표 서미영)가 직장인 회원 888명을 대상으로 '송년회 및 연말 회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의 절반 이상인 58.8%는 연말 송년회 회식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가장 선호하는 송년회 형태는 △같은 팀끼리(53.5%) △저녁 시간(41.4%)에 △식사와 티타임까지(32.8%) 하는 송년회였다.
하지만 연령대별로 교차 분석해보면, 회식에 대한 생각이 극명히 갈렸다. 회식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20대는 47.5%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지만, 40대, 50대 이상은 각 66.5%, 68.9%로 과반이 넘었다.
특히 송년회 시간과 형태에 대한 2030세대와 4050세대의 선호도 차이가 극명했다. 20대와 30대는 '업무 시간'에 '식사만' 하는 형태를 가장 선호했다. 반면 40대와 50대는 '저녁 시간'에 '식사와 음주까지' 하는 형태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각 연령별로 선호하는 연말 송년회, 회식 문화가 다르다보니 회사 내부적으로 점차 음주가무를 즐기는 회식이 줄고있는 추세다.
직장인 정모(여·30·대구 남구)씨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작게는 팀원들, 크게는 회사 전체 부서와 함께 주기적으로 밤 늦도록 술먹는 문화가 강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저녁에 음주가무를 즐기는 회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며 "우리 부서만 하더라도 점심에 팀원들과 소소하게 점심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회식이 대부분이다. 저녁에 술 한 잔 하더라도 마무리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후 헤어지는 회식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연말 특수'는 옛말…전문가 "적절한 돌파구 찾아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연말 특수'는 이제 옛말이 됐다. 저녁에 식당을 방문해 식사와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손님 수도 줄어들었다. 외식업계에서 연말은 1년 중 가장 큰 대목으로 꼽히지만 회식 문화가 바뀌면서 매년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사라진 연말 특수 기대감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발표한 '2025년 11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12월 전망 BSI는 지난 달보다 7.4포인트 하락한 87.3을 기록했다. 사업체의 현재 및 미래 상황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수치화한 지표인 BSI는 100을 초과하면 호전, 100 미만은 악화를 뜻한다. 다수의 대구지역 자영업자가 이미 지난 달부터 연말 경기가 좋지 않을 거라고 응답한 셈이다.
대구 중구 종로에서 10년 째 술집을 운영한 자영업자 김모씨는 "매년 힘들지만 올해는 특히 연말 분위기가 조용하고, 회식하는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단체예약은 50%가량 줄었고, 매출은 30%이상 빠졌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인건비, 부자재 등 물가 상승과 함께 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된 것이 송년회와 회식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회사 단위로 운영되는 '단체회식'에 한정하기보다 시그니처 안주, 독특한 컨셉트의 주류 등 영업전략에 그 집만의 이야기를 담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진화 대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송년회와 회식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게다가 최근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의 술 문제를 접하면서 과거처럼 우리 사회가 술에 대한 관용을 베풀지 않는 상황이다"며 "이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가깝기 때문에 자영업자들도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권마다 다르겠지만 식당에서 이색적인 공간 대여를 한다던가, 낮엔 브런치나 식사를 판매하고 밤엔 와인과 맥주를 판매하는 혼합 전략을 내세우는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연말파티는 집에서…홈파티용품 매출↑
연말파티도 변하고 있다. 술집 등 복잡한 곳을 찾기보단 집안에서 소소하게 보내는 '걸스나잇(Girl's Night)'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잠옷 등 홈파티를 즐길 수 있는 용품 수요가 덩달아 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연말 시즌 1030 여성을 중심으로 홈웨어 및 홈파티 상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6배 급증했다.
물품별로 살펴보면 최근 한 달간(11월 10일~12월9일) 지그재그 '파자마 세트'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150%) 증가했다. 보온성이 높은 '누빔 파자마' 거래액은 전년 대비 6배 이상(514%) 급증했으며, '파자마 팬츠' 거래액은 179%, '크리스마스 파자마'는 114% 뛰었다.
홈파티에 활용하기 좋은 상품 판매도 늘었다. 최근 한 달간 '보드게임' 거래액은 전년 대비 507% 급증했고, 잠옷과 함께 착용해 홈파티 분위기를 더하는 '세안 밴드' 거래액은 99% 늘었다. 술, 음료 등을 담는 유리잔을 꾸미는 놀이가 유행하면서 '고블렛잔'(82%)과 '글라스펜'(158%) 거래액도 증가했다.
이는 '걸스나잇'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걸스나잇'은 집, 파티룸 등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잠옷을 맞춰 입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일종의 홈파티 놀이문화다.
연말이라 모임과 회식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외식 대신 홈파티로 눈을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홈웨어 등 관련 물품 수요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인들과 연말파티를 할 계획인 대학원생 권모(여·27)씨는 "물가 부담과 함께 소소한 모임을 하고 싶어서 홈파티를 계획했다"며 "한달 전부터 지인들과 SNS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게임 콘텐츠와 먹거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유통가 관계자는 "업계들이 인건비, 원재료값 등 경영비 부담을 겪다보니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 중심으로 연말 분위기를 즐기되, 보다 가성비 좋게 즐길 수 있는 소비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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