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찬의 구조동물 외과센터] 반려동물은 진료를 볼 수 없는 이상한 동물병원

  •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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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8 06:00  |  발행일 2026-01-28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나와 아내는 자그마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이 여느 동물병원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반려동물을 진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보호자가 없는 구조동물만을 대상으로 진료를 본다. 이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왜 이런 병원을 차렸는지, 그리고 무엇을 목표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일반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나는 종종 구조동물들을 환자로 만났다. 입양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비슷했다. '건강하지 않아서.' 하지만 수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그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조금의 치료나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그 조금의 치료에 들어갈 비용이었다. 치료에 얼마의 비용이 들지, 과정이 얼마나 길어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건강이 온전하지 않은 구조동물들은 입양의 선택지에서 가장 먼저 제외되곤 했다.


무거운 고민이었지만, 처음에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는 구조동물을 위한 동물병원을 열었다. 주 이틀 동안만 문을 열고, 평상시에는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일하며 쉬는 날에만 이곳에서 봉사를 하는 방식이었다. 막연하게, 아마도 이런 역할을 하는 병원이 이미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대부분의 구조동물 치료는 여전히 민간단체와 개인에 의존하고 있었고, 구조동물만을 전담하는 동물병원은 없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이 작은 병원은, 어느새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병원이 되어버렸다. 주 이틀의 영업시간은 치료가 필요한 수많은 구조동물들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우리는 결국 영업일을 점차 늘리다 기존의 다니던 병원을 정리하고 구조동물 치료에 전념하게 되었다.


병원을 연 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1천마리 이상의 아이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병원에 내원했던 아이들이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는 소식만큼 기쁜 일은 없었다. 한 생명이 새로운 삶을 찾기까지는 구조자와 입양자가 필요하지만, 그 사이에서 의료적인 다리를 놓아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오래 남는 보람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치료의 기회가,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열려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우리는 병원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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