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거래 4년 새 ‘반토막’ 영천경제도 ‘휘청’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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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3 22:07  |  발행일 2026-03-03
농민 재산권 행사 제약…지역 경제에 악영향
땅 투기 억제 위한 정부 농지법의 ‘딜레마’
영천시 한 포도 과수원 전경.<유시용 기자>

영천시 한 포도 과수원 전경.<유시용 기자>

경북 영천시가 강화된 농지법에 따른 매매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외지인의 농지 취득과 처분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이는 지역 경제 침체와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건 이후 '경자유전' 원칙을 강화하며 농지법을 개정했다. 투기 억제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영천시 같은 도농복합도시에서는 매매가 줄어들며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3일 영남일보가 입수한 '영천시 연도별 농지 실거래 신고 현황'에 따르면, 규제 강화 직전인 2021년 3천318건이었던 농지 거래 필지 수는 2025년 1천606건으로 52%나 급감했다. 거래 금액 하락 폭은 더 컸다. 2021년 2천123억원대에 달하던 거래 규모는 지난해 940억원대로 56%나 증발했다.


농지 거래가 끊기면서 가장 먼저 비명이 나오는 곳은 농촌 현장이다. 고령으로 인해 더 이상 농사를 짓기 힘든 농민들이 땅을 처분하지 못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어서다.


금호읍에서 50년간 농사를 지어온 정모(76)씨는 "건강이 나빠져 3년 전부터 땅을 내놨지만 문의조차 없다"며 "경자유전 원칙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은퇴를 하고 싶어도 못 하게 막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상속받은 농지를 시세보다 30% 저렴하게 내놓은 외지인 김모(55)씨 역시 "1년째 감감무소식"이라며 하소연했다.


농지 거래 절벽 현상은 지역 실물 경제에도 치명타를 입혔다. 영천 지역 공인중개업소만 2021년 161곳에서 2025년 129곳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중개업소의 폐업은 인근 식당, 편의점, 커피숍 등 골목상권의 매출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취득세 등 지방세 수입이 급감하면서 영천시의 재정 압박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서 지방재정 운영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전문가들과 농민들은 인구감소지역에 한해서라도 탄력적인 농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지인의 주말 체험 영농을 활성화하거나, 농지 내 편의시설 건립 허용 등 규제 문턱을 낮춰 도시민의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천시 관계자는 "농지법 강화가 투기 방지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지방 소도시에서는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유연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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