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거인’에 갇힌 위탁가정, 법적 울타리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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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2 09:00  |  발행일 2026-03-12

열 세 살 서윤이(가명)는 태권도 선수로서 실력을 뽐낼 수 없다. 대한태권도협회에 등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윤이에게 평범한 일상은 허락되지 않는다. 서연이는 위탁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다. 어제(11일) 영남일보에 소개된 서연이의 사연은 '가정위탁제'가 오히려 아동의 삶과 꿈의 장애가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 2003년부터 시행 중인 가정위탁제는 돌봄 위험에 처한 아동이 시설 대신 위탁가정에서 일정 기간 자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 말 전국 위탁아동 수는 9천여 명에 이른다. 문제는 위탁부모의 신분이다. 법적 대리권한이 없는 '동거인' 신분이라 금융, 통신, 의료 등 일상 생활에서 위탁아동의 양육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최근 정부가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오는 6월부터 위탁부모에게 1년간 '임시 후견인' 자격을 부여키로 했지만, 장기적 돌봄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가정위탁제의 경직성은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독일은 위탁부모에게 아이의 학교 생활, 치료 등에 결정권을 보장한다. 미국에선 친부모의 연락 두절에도 아이의 수술이나 통장 개설이 가능한 후견인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동복지법이 '깐깐한' 데는 악용 방지를 위해서다. 정부는 위탁부모의 아동 재산 갈취나 보험사기 등을 우려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이다. 서윤이처럼 위탁아동이 '동거인'의 그늘에서 울지 않도록 하려면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장기 위탁부모에게 '상시 후견인 지위'를 부여하는 등 위탁아동의 일상과 권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극소수의 악용 사례를 막겠다고 위탁아동의 일상을 '법적 미비' 상태로 두는 것은 '아동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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