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터뷰] 낡은 지붕, 울진군 후포의 ‘명물’이 되다…등기산마을의 화려한 변신

  • 원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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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3 14:11  |  발행일 2026-04-03
42가구 지붕 도색 작업 이영수 이영아르스 대표
“단순 도색 아닌 경관 재생…환경·관광이미지 살려”
이영수 이영아르스 대표가 자신이 작업한 지붕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형래기자>

이영수 이영아르스 대표가 자신이 작업한 지붕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형래기자>

경북 울진 후포의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등기산 일원이 최근 새로운 옷을 입었다. 후포 스카이워크와 출렁다리를 찾는 관광객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무는 곳, 등기산 발아래로 펼쳐진 등기산마을의 지붕들이 꽃단장을 마쳤다. 그동안 낡고 빛바랜 색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이곳이 '후포 등기산마을 지붕 색채 경관개선사업'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사업의 설계와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이영수 이영아르스 대표와 정두화 전 도시재생회장을 만나 그 변화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들었다.


■ "관광객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이 마을의 첫인상"


이영수 대표가 만든  후포 등기산마을 지붕 색채 경관개선사업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는 전경.<원형래기자>

이영수 대표가 만든 '후포 등기산마을 지붕 색채 경관개선사업'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는 전경.<원형래기자>

이영수 대표는 이번 사업의 기획부터 설계, 디자인 전 과정을 주도했다. 공공디자인 전문가인 그가 이번 사업에서 가장 공을 들인 지점은 바로 '조망의 재해석'이다.


이 대표는 "후포 등기산마을은 관광객들이 하늘 위 스카이워크에서 마을을 입체적으로 내려다보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마을이 정돈돼 보이느냐, 어수선해 보이느냐에 따라 관광지의 첫인상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낡은 집을 고쳐주는 차원을 넘어, 마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보고 관광 자산화하는 '경관 재생'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마을 42가구의 지붕 경관을 개선하는 것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동시에, 관광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볼거리를 제공하는 복합적인 프로젝트였다"고 사업의 취지를 강조했다.


■ 험난한 현장 조건... "30~40년 숙련공의 땀으로 빚은 결실"


이영아르스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최범수·안선용·이익호·허광중·이영수대표·김민지·백차열씨). <원형래기자>

이영아르스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최범수·안선용·이익호·허광중·이영수대표·김민지·백차열씨). <원형래기자>

하지만 현실은 디자인 도면처럼 매끄럽지 않았다. 작업 현장은 평지가 아닌 낡은 함석과 가파르게 깎아지른 박공지붕 위였다.


이 대표는 "일반적인 도색 작업이 평면 구조물에서 이뤄진다면, 이번 공사는 노후된 지붕의 경사면을 따라 움직여야 했기에 위험도와 난이도가 극도로 높았다"고 회고했다. 특히 여러 채의 지붕이 모여 하나의 연결된 이미지를 형상화해야 했기에, 각도와 선이 조금만 어긋나도 전체적인 조형미가 깨질 수 있는 정밀한 작업이 요구됐다.


이러한 난관을 돌파한 것은 결국 '사람의 힘'이었다. 현장에는 30~40년 경력을 지닌 베테랑 기술자들이 투입됐다. 특히 백차열 숙련공은 "지붕 상태를 일일이 발로 확인하며 안전사고 없이 꼼꼼하게 마감을 이어갔다"면서 함석으로 된 지붕도색공사는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중심을 잡기도 힘든 경사면에서 롤러를 굴리며 설계안을 완벽히 구현해낸 것은 숙련된 기술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 소통으로 연 문(門), 주민의 자부심으로 돌아오다


42가구 전체를 아우르는 대규모 공사인 만큼 주민과의 소통도 핵심 과제였다.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불편과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대표는 '정공법'을 택했다. 사업 시작 전부터 한 집 한 집 직접 방문해 취지를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지역 주민이자 사업의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정두화 전 도시재생회장은 주민들의 달라진 반응을 전했다. 정 회장은 "후포 등기산은 연간 30만명이 찾는 울진의 자부심이지만, 그동안 낡은 지붕들 때문에 주민으로서 늘 손님맞이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사업 이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우리 마을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환하고 정돈된 것을 보며 주민들 모두 고마워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이 마을의 이미지를 바꾸고 관광지의 품격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 SNS 포토존 넘어 지역 경제의 마중물로


이영수 대표는 이번 사업이 가져올 유무형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정비된 지붕 경관은 단순한 도색을 넘어 그 자체로 훌륭한 포토존이 될 수 있다"며 "이미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관광객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울진군 공무원 관계자에게도 관심과 격려에 감사를 표했다. 후포의 푸른 바다와 등기산, 스카이워크에 이어 '마을 지붕 경관'이란 새로운 시각적 자산이 더해짐으로써 후포는 명실상부한 입체적 관광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지붕 하나를 다시 칠하는 일은 사소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지붕들이 모여 마을의 얼굴이 되고, 그 얼굴이 지역의 품격이 된다는 점을 후포 등기산마을은 증명해냈다.


이번 사업은 향후 울진군 후포 일대에서 추진될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의 훌륭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 골목길 정비와 야간조명 등 입체적인 경관 개선이 더해진다면 후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류형 경관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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