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이번 6·3 지방선거가 남긴 민심의 성적표는 국민의힘을 향한 마지막 경고장이라 할 수 있다. 뼈를 깎아내는 혁신을 단행하라는 엄중한 주문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 당 지도부와 주류 세력이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소모적인 내부 공방과 주도권 싸움에 매몰되어 있는 모습은 과연 이 당이 우리의 미래(未來)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특히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의 민심이 보내는 신호는 엄중하다 못해 싸늘하다. 과거처럼 '우리가 남이가?'라며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던 시대는 끝난 듯하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국민의힘 어떤 후보들과의 경쟁에서도 모두 이기며 대구 정가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김부겸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결과적으로 막판 보수층 대결집을 통해 국민의힘이 승리는 지켜냈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역대 최고치인 45%의 지지를 보내 준 것은 대구 시민들이 던지는 경각심(警覺心) 바로 그 자체일 것이다.
TK 유권자들은 더 이상 낡은 자존심 하나만으로 무능한 보수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이번 선거 결과로 똑똑히 보여줬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와 주류 세력은 여전히 텃밭이라는 안일한 기대심리에 기대어 소모적인 주도권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선거 초반 공천 잡음과 당내 갈등으로 대구마저 민주당에 내어줄 뻔했던 아찔한 순간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면피성 반성이 아니라, 기득권을 완전히 해체하고 당의 체질을 뿌리부터 바꾸는 구조적 대전환이다. 그 시작은 과감한 인적 쇄신과 시대교체여야 한다. 영남권의 맹주를 자처하며 보수의 안방을 터전 삼아 온 다선 중진 의원들부터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이들이 차기 총선 조기 불출마를 선언하고 스스로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당의 체질 개선도, 외연 확장도 모두 공염불에 불과하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감한 인적 쇄신이야말로 '김부겸 현상'으로 나타난 변화에 대한 열망을 절실히 표출한 TK 유권자들에게 답하는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道義)일 것이다. 이것이 책임지는 정치, 보수정치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당 지도부 역시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단순히 간판만 바꾸는 식의 보여주기식 개혁으로는 성난 민심을 돌릴 수 없다. 낡은 이념 대립과 정쟁을 일삼는 정당은 더 이상 TK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다.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민생(民生) 중심의 유능한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우리네 삶에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노력일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침체기를 겪고 있는 지역 경제를 살릴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보수의 심장마저 싸늘하게 식어버릴 것이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민심(民心)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변화(變化)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텃밭 유권자들을 볼모 잡듯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한다면 다음 차례는 철저한 외면과 준엄한 심판뿐일 것이다. 다선 중진의 과감한 불출마로 시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민심에 기반한 전면적 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국민의힘이 다시 이기는 체질을 갖추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대구·경북이 국민의힘에 던지는 마지막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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