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대구, 미래인가 익숙한 과거인가

  • 이진복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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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21 12:28  |  발행일 2026-06-22
이진복 공인회계사

이진복 공인회계사

대구는 늘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해왔다. 선거 때마다 산업 전략과 미래 비전이 발표됐고 구호는 끊임없이 바뀌었다. 성장전략 역시 시대마다 다른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그런데 시민들이 체감하는 시간은 이상할 만큼 비슷하다. 경제는 정체되고 도시 전체에는 무력감이 되풀이된다. 이쯤 되면 이는 단순한 경제정책 문제를 넘어선다. 정말 대구의 문제는 산업일까. 아니면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구조 속에 갇혀 있는 것일까.


프리드리히 니체의 '영원회귀'는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것은 지금의 삶을 영원히 반복하더라도 긍정할 수 있는가를 묻는,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었다. 니체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의 삶을 영원히 반복해도 좋겠는가?


질문을 대구로 옮겨보자. 대구는 오랫동안 산업화 시대를 거쳐 성장해오면서 제조업과 산업도시라는 자부심으로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 경험은 때로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 익숙한 기억 속에 머물수록 변화는 위험이 되고 실패는 허용되지 않으며, 안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한다. 중앙정부 의존, 단기 성과 중심, 위험 회피형 의사결정 구조는 좀처럼 변하지 않고, 미래를 말하면서도 운영은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문다. 바뀐 것은 정책의 이름이었을 뿐, 그것을 움직이는 사고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미래보다 과거의 성공에 얽매여 있다면, 시간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쳇바퀴를 그리기 시작한다.


니체에게 영원회귀는 단순한 운명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재 삶 전체를 긍정할 수 있는가를 묻는 가장 가혹한 시험이었다. 지금의 삶을 영원히 반복해야 한다면 과연 당신은 그 삶을 또다시 그대로 선택할 것인가. 니체는 현재에 안주하는 삶을 경계했고, 스스로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라고 요구했다. 익숙함에 길들어진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안정 속에 머물려 할수록 삶은 결국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된다.


대구 역시 비슷한 구조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산업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청년은 떠나고 새로운 흐름은 정착하지 못한 채 도시는 과거 방식에 머물러있다. 문제는 그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미래를 원하면서도 변화의 대가는 치르려 하지 않고, 변화를 원하면서도 익숙함은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위험을 피하면 비난은 줄일 수 있어도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 선거철마다 새 공약에 기대를 걸고, 선거가 끝나면 실망하고 또다시 다음 선거를 기다린다. 기대와 실망의 되풀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구가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사고방식이 아닐까. 같은 가치와 선택이 되풀이되는 한 도시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살 수밖에 없다.


이제 질문을 대구에 던진다. 지금 이대로의 대구를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반복해도 괜찮은가? 그 질문 앞에서 선뜻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반복되는 약속과 공약 그리고 행정방식에 익숙하다. 그것을 더 이상 문제로 느끼지 못한다면 영원회귀의 굴레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대구가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33년째 1인당 GRDP 최하위라는 현실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도시는 시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뀔 때 비로소 달라진다. 대구를 붙잡고 있는 것은 경제지표가 아니다. 문제는 시간의 방향이다. 진짜 위기는 미래보다 익숙한 과거를 선택하는 공동체의 관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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