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대구 남구 이천동 한 주택가 골목. 가스검침원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그저 계량기 숫자를 확인하고 돌아서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가스 검침원의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다. 평범한 골목길도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가스검침원의 하루를 취재진이 경험해봤다.
18일 오후 구경모 기자가 대구 남구 주택가에서 도시가스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검침은 '다시 찾는 일'
이날 함께한 가스검침원 이희자씨는 휴대전화와 가스 검지기를 챙긴 채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검침은 고객과 약속을 잡는 단계부터 시작됐다.
이씨는 "먼저 고객에게 '이번 달 안에 방문할 예정'이라는 안내 문자가 발송된다. 이후 현장에선 문을 두드리고, 사람이 없으면 다시 문자를 남긴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전화를 걸어 시간을 재조율한다. 너무 이른 시간 초인종을 누르는 건 민원을 야기할 수 있어 오전 9시 이후부터 방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고객 사정에 맞춰 평소보다 더 빨리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도 적잖다.
한 집만 검침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어느 세대는 금요일 오후, 어느 세대는 토요일 오전, 또 어떤 곳은 특정 시간 이후에만 방문이 가능했다. 손에 쥔 휴대전화 속 일정 메모엔 그렇게 쌓인 재방문 일정이 빼곡했다.
점검은 빠르지만, 꼼꼼하게 진행됐다. 먼저 계량기 번호와 주소를 확인했다. 이어 가스 검지기를 배관 연결 부위와 호스 주변에 차례로 갖다 대며 누출 여부를 살폈다. 검지기를 들이대는 위치도 제각각이었다. 연결 부위를 따라서 하나하나 짚어야 했고, 바람이 부는 외부 공간에선 더 세심한 확인이 필요했다. 보일러 기종과 연결 상태도 함께 확인했다.
외벽이나 좁은 틈에 계량기 설비가 설치된 집이 많아 허리를 굽히고 몸을 비틀어 장비를 들이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날 취재진도 금세 땀이 흥건할 정도였다. 이씨는 곧바로 다음 집으로 향했다. 한 집에서 오래 머무를수록 뒤 일정이 밀리기 때문이다.
검침원 업무는 계량기 확인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 달 단위로 사용량을 확인해 고지서를 전달하고, 월말에는 3개월 이상 요금을 내지 않은 세대의 공급중지 업무도 맡는다. 이씨는 "점검만 하는 게 아니라 검침, 고지서 전달, 미납 세대 업무까지 같이 한다. 보기보다 할 일이 많다"고 했다.
18일 오후 본보 구경모 기자가 대구 남구 주택가에서 도시가스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집집마다 찾아가는 안전전문가
문을 두드렸을 때 사람이 없다고 그대로 돌아서는 게 아니었다. 검침원들은 계량기 수치를 보고 실거주 여부를 가늠했다. 수치가 조금씩 변하면 누군가 드나드는 집으로 보고 재방문한다. 수치변화가 없으면 장기 부재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계량기 설비 상태 확인도 중요했다. 검침원들은 배관 연결 부위와 보일러 주변을 함께 점검하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상 징후를 확인했다. 점검엔 품이 많이 들었다. 이날 기온은 33℃를 웃돌았고, 주택가 외벽 앞은 바람도 잘 통하지 않았다. 계량기 숫자를 보려고 허리를 굽혔다 펴고, 좁은 공간에 장비를 들이대기를 쉼없이 반복했다. 그리곤 다시 다음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씨는 "가장 힘든 건 '대면 스트레스'"라며 "집집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여러 번 찾아가는 걸 불편해하는 경우도 많다. 안전을 위한 점검이지만, 불청객처럼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동행한 이씨가 관리하는 세대는 4천400가구다. 이 중 검침은 정해진 기간내 마쳐야 하고, 안전점검은 다시 6개월 주기로 돌아온다. 공가와 부재 세대, 약속 불발까지 고려하면 하루 일정이 빠듯할 수밖에 없었다. 취재진과 검침을 마친 이씨는 "점검을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작업을 마치는 것 자체가 맡은 구역에 대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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