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대덕면, 경남 거창군 고제면, 전북 무주군 무풍면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영남과 호남의 3도(道)로 쪼개져 있으나 세 곳 주민들에게 도계(道界)는 지도 위의 선에 불과하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해발 1,290m의 백두대간 '대덕산'이다.
과거 험준한 산길을 봇짐을 메고 오가며 특산물을 바꾸고, 혼인을 통해 사돈의 팔촌으로 얽히며 오랜 시간 정서적 공동체를 이뤄온 삼도삼면 주민들의 아름다운 연대를 상징하는 '대덕산 만남의 날' 행사가 올가을 25회째를 맞아 경남 거창군 고제면에서 열린다.
가을 행사를 앞두고 대덕면 행정의 가교 역할을 하는 나병찬(68) 김천시 대덕면 이장협의회장은 어느 때보다 깊은 구상에 잠겨 있다. 단순한 일회성 화합 잔치를 넘어, 세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주는 '내실 있는 상생 플랫폼'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덕산은 더 이상 세 지역을 가로막는 경계선이 아니라 예부터 삼도 주민을 하나로 묶어준 소통의 창구이자, 이제는 함께 살아갈 미래를 여는 '연결 고리'입니다." 나 회장은 "1998년부터 매년 3개 면이 번갈아 개최해 온 '대덕산 만남의 날'은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핵심 열쇠는 '대덕산 농산물 공동 브랜드 개발'로 삼도삼면이 가진 청정한 자연 이미지를 기반으로 공동 마케팅을 펼쳐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구상이다. 나 회장은 "공동사업은 관(官) 주도가 아니라 실질적 주체인 3개 면 이장협의회가 중심이 되는 민간 주도형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 기관은 유연한 시장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맡는 반면 실무는 주민이 주도해 자생력을 갖추자는 논리를 폈다.
나 회장의 고민은 단순히 농산물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점차 축소되는 농촌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거시적인 협력 방안들을 제시했다. 대덕산 기반 '3도 관광벨트'를 구축해 세 지역의 자연경관과 문화 자원을 중심으로 하나의 유기적인 관광 코스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스마트 첨단 농업 기술 공유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고령화된 농촌을 살리기 위해 스마트팜 기술 및 청년 농업인 육성 인프라 공동 활용이라는 상생 모델을 안착시켜 소멸 위기 지방 소도시가 자생력을 갖추는 훌륭한 롤모델의 성장도 포함된다.
이같은 민간 주도 움직임에 행정 관청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홍영기 김천시 대덕면장은 "대덕·고제·무풍면의 오랜 인연은 영호남 화합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다"라면서 "이제는 친선 교류의 단계를 넘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야 할 때다. 대덕면 이장협의회가 제안한 상생 방안들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지원하겠다"라고 힘을 보탰다.
경계를 허물고 상생의 싹을 틔우려는 대덕산 아래 삼도 주민들의 올가을 고제면의 25번째 만남의 함성이 농촌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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