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 발언대] “어르신들의 오늘이 포1리의 역사”…마을의 삶과 추억을 기록하는 김정훈 이장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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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5 10:41  |  수정 2026-08-15 13:12  |  발행일 2026-08-15
말복 맞아 주민들과 한 상…민원까지 살뜰히 챙겨
4년간 28억원 이상 굵직한 사업 유치하며 생활환경 개선
문패·가족사진·앨범으로 주민들의 삶과 마을 역사 기록
고령군 우곡면 포1리 김정훈 이장이 마을회관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석현철 기자

고령군 우곡면 포1리 김정훈 이장이 마을회관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석현철 기자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아프지 않고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14일 말복을 맞은 고령군 우곡면 포1리 마을회관에는 점심시간을 앞두고 구수한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돼지고기 수육과 올갱이국, 맛깔스러운 밑반찬과 과일까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주민들과 동고령농협 임직원, 쌍림면사무소 직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분주한 식사 준비 속에서도 김정훈(53) 포1리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았다. 주민이 생활 속 불편사항을 이야기하면 귀를 기울여 듣고 하나하나 답하며 해결 방법을 안내했다. 말복을 맞아 함께 나누는 한 끼 식사는 그렇게 주민들의 안부를 살피고 마을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자리가 됐다.


올해로 4년째 포1리 이장을 맡고 있는 김 이장은 53세로 농촌마을에서는 비교적 젊은 이장에 속한다.


포1리는 현재 65가구, 122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70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주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김 이장은 이곳에서 '깨끗한 마을, 소통하는 마을, 행복한 마을'을 목표로 주민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성과도 눈에 띈다. 평생학습사업을 비롯해 18억원 규모의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사업과 10억원 규모의 LPG 개선사업 등 굵직한 사업을 잇달아 유치했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사업을 통해 슬레이트 지붕 교체와 화장실 개선, 위험지역 축대 정비 등을 추진했고 마을안길을 넓히는 한편 중앙통로 확장공사도 마무리하고 있다. 주민들도 비닐수거장과 집하장을 공동 관리하고 제초작업과 쓰레기 수거에 함께 참여한다.


워낙 여러 사업을 잇달아 유치하다 보니 주변 마을 이장들로부터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을 정도다.


김 이장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마을에 필요한 공모사업을 발굴해 신청하고 직접 발표한 뒤 사업에 선정됐을 때다. 선정 소식을 전했을 때 어르신들이 보내준 박수는 이장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됐다.


하지만 김 이장이 만드는 변화는 시설과 사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가 각별히 공을 들이는 또 하나의 일은 포1리 사람들의 삶과 추억을 기록하는 것이다.


김 이장은 1년 동안 마을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와 주민들의 일상을 틈틈이 사진과 영상으로 남긴다. 그렇게 모은 기록을 연말 총회 때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본다. 화면 속에 자신과 이웃의 모습이 등장할 때마다 마을회관에는 웃음과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3년 전 선정된 사업을 활용한 주민 추억 만들기도 이어지고 있다. 1년 차에는 각 가정의 문패를 제작했고, 2년 차에는 주민들의 가족사진을 촬영했다. 3년 차인 올해는 그동안 촬영한 사진을 액자와 앨범으로 만들어 각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14일 포1리 마을회관에서 말복을 맞아 마을주민들이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김정훈 이장이 마을 어르신에게 음료수를 부어주고 있다. 석현철 기자

14일 포1리 마을회관에서 말복을 맞아 마을주민들이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김정훈 이장이 마을 어르신에게 음료수를 부어주고 있다. 석현철 기자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의 사진 한 장이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마을에서는 그 자체가 소중한 기록이다. 김 이장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며 포1리만의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주민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만든다. 마을회관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안부를 묻고 주요 현안이나 행정기관의 전달사항이 있을 때는 전체회의를 열어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설명한다. 노래교실과 리듬체조, 요가,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도 운영해 어르신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젊은 이장과 고령의 주민들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없지는 않다. 김 이장은 마을의 미래와 안전을 위해 마을길을 2차선으로 확장하고 인도까지 설치하고 싶지만 일부 어르신들은 "1차선이면 충분하다"며 토지 양보 등에 난색을 보이기도 한다. 답답할 때도 있지만 결국 주민을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는 것 역시 이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을 대하는 마음은 더욱 각별하다. 주민이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베지밀 한 상자와 쾌유를 기원하는 화분을 직접 들고 찾아간다. 칠순을 맞은 어르신에게도 축하 화분을 보낸다. '내 부모를 섬긴다'는 마음으로 주민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마을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마을길을 넓히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김 이장이 만들고 싶은 포1리는 결국 사람이 행복하고 사람의 기억이 남는 마을이다.


김 이장은 "사업을 유치하고 마을을 바꾸는 것도 결국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도 사진과 영상으로 잘 남겨 훗날 꺼내볼 수 있는 포1리만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아프지 않는 것"이라며 "어르신들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말복을 맞아 마을회관에서 포1리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가운데 김정훈 이장이 어르신들의 식사준비를 돕고 있다. 석현철 기자

14일 말복을 맞아 마을회관에서 포1리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가운데 김정훈 이장이 어르신들의 식사준비를 돕고 있다. 석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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