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축적한 구자현의 판화, 대구서 펼쳐진다…히든스페이스, ‘구자현 판화전’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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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8 20:38  |  수정 2026-08-19 08:43  |  발행일 2026-08-18
목판·석판·스크린 작업 집중적으로 선보여
판종의 물성 살린 대형 작품으로 독자적 화면 구축
“내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작업”
지난 7일 대구 수성구 갤러리 히든스페이스에서 만난 구자현 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지난 7일 대구 수성구 갤러리 히든스페이스에서 만난 구자현 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구자현 작가의 대형 판화들이 대구 관람객과 만난다.


구자현 판화전이 오는 9월18일까지 대구 수성구 갤러리 히든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목판화와 석판화, 스크린판화 등 구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판화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가 눈길을 끄는 것은 구 작가의 작업 중에서도 그간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판화를 본격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이다. 그의 판화는 흔히 떠올리는 '원화를 여러 장 찍어낸 작품'과는 거리가 있다. 작가가 직접 판에 그리고 새기고 찍어내는 전 과정에 참여한다. 목판과 석판, 스크린이라는 서로 다른 판종의 특성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 7일 히든스페이스에서 만난 구 작가는 "목판화와 석판화, 스크린판화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그 특징을 살려서 제작해야 한다"며 "스크린으로 해야 할 작품을 목판으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작가는 판종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 판을 사용해야 하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판종에 따라 화면의 인상도 확연히 달라진다. 목판에서는 칼로 새긴 선과 판의 질감이, 석판에서는 물과 기름의 반발을 이용한 회화적인 화면이, 스크린판화에서는 색면과 중첩이 두드러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규모다. 일반적인 판화의 크기를 훌쩍 넘는 대형 작품이 많다.


구 작가는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원리는 같지만 판이 커지면 작업은 훨씬 어려워진다. 찍은 작품을 말릴 공간도 있어야 하고 사람도 여러 명 필요하다"며 "돈이 돼서 한 것은 아니다. 내가 (방법을) 알고 있으니, 내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자현 작. 권혁준기자

구자현 작. 권혁준기자

구자현의 판화전이 대구에서 펼쳐진다는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그의 판화 작업의 뿌리는 대구의 섬유산업과도 맞닿아 있다. 섬유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를 보며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천에 무늬를 만들고 판을 이용해 나염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이후 일본 유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판화를 배웠지만, 그에게 판이라는 매체가 낯설지 않았던 데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구 작가는 "아버지 회사에서 디자이너들이 패턴을 만들고 판을 만들어 섬유에 프린팅하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봤다"며 "스크린판화도 결국 나염과 기법적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오래전부터 보고 자란 것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판화를 공부한 그는 1980년대부터 일본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02년 공간 국제판화 비엔날레 대상을 받는 등 국내외 판화전에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정작 고향 대구에서 그의 판화 작업을 대규모로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여러 장을 찍을 수 있는 판화는 회화보다 시장성이 낮다는 인식이 강해 판화를 집중적으로 다루려는 화랑이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 작가가 대구에서 이어온 전시 역시 주로 타블로 작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진향 히든스페이스 대표는 "작가의 여러 작업 가운데 판화가 가진 차별성을 사람들이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작품을 처음 보고 놀랐고, 어떤 태도와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나서는 더욱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판화만을 제대로 보여주는 전시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구 작가는 "언젠가는 누군가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작업해 왔다"며 "대구에서 이렇게 판화를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구자현 작. 권혁준기자

구자현 작.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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