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대구 달서구 SFA넥셀 성서 사업장에서 관계자들이 전극재를 전극판에 도포 후 건조하는 기계 코터(Coater)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2차전지 소재 기업이 생산한 양극재 분말은 자체로는 전기를 품을 수 없다. 정밀 기계 설비를 거쳐 얇은 판 형태로 가공돼야 배터리로 기능한다. 2차전지 배터리 제조는 크게 전극, 조립, 화성, 모듈·팩 공정으로 나뉘는데, 전체 제조 비중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이 첫 단계인 전극 공정이다. 배터리 내부에서 실제로 전기를 저장하고 내보내는 소재인 활물질 분말을 금속 기재에 바르고 눌러 배터리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이다. 전극 공정에서 생산된 양극과 음극은 조립 공정으로 넘어가 분리막과 함께 배터리 셀(Cell)이 된다.
지난 12일 방문한 대구 달서구 SFA넥셀 성서사업장은 전극 공정 장비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SFA넥셀은 전극 공정 핵심 장비부터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설비까지 아우르며 지역 2차전지 생태계 핵심축을 담당한다. 본사인 대구 동구 봉무동을 비롯해 성서, 현풍 사업장 등을 운영 중이며 소재 생산과 장비 제조를 연계하는 역량을 갖췄다.
◆ 코팅-압연-절단…전극 공정 3단계
공장 안쪽으로 헬멧을 쓰고 들어가자 전극공정 장비들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다. 전극 공정은 믹싱을 마친 슬러리 상태 혼합물을 다루는 코팅(Coating), 압연(Roll Press, 롤프레스), 절단(Slitting, 슬리팅) 순으로 진행된다.
지름 1천 파이에 달하는 거대한 롤 형태로 감긴 전극 원단을 풀어주는 언와인더(Unwinder)와 작업이 끝난 원단을 다시 감는 리와인더(Rewinder)가 고속으로 테스트 가동되고 있었다. 전극은 분당 80미터 이상의 빠른 속도로 라인을 통과하면서도 높은 정밀도를 유지해야 한다.
가장 먼저 거치는 장비는 코터(Coater)다. 80m 이상의 긴 코터 장비는 활물질 바인더(접착제), 도전재(전기가 활물질 사이를 막힘없이 흐르도록 돕는 소재) 등이 합쳐진 슬러리를 전극판에 일정 두께로 도포한 뒤 열풍 등 공정기술을 적용해 건조하는 설비다. SFA넥셀은 기존 열풍 건조 방식에 레이저와 MIR 등 보조 열원을 추가한 하이브리드 건조 시스템 적용 기계를 개발했다. 보조 열원을 통해 건조 효율을 개선해 전체 장비 길이를 대폭 줄이고 전력 소모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SFA넥셀 IR팀 관계자가 전극판에 압력을 가해 고밀도 전극을 만드는 롤 프레스(Roll Press) 기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이어지는 롤프레스는 전극재가 코팅된 전극판에 강한 압력을 가해 고밀도 전극을 형성해주는 기계다. 과거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롤투롤(Roll-to-Roll) 압축 기술을 국산화해 두 개의 롤러 사이로 전극을 통과시켜 누른다. 압연을 거치지 않으면 전극 내부에 공간이나 기포가 남아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진다. 현재 국내외 다수 배터리 제조사가 롤프레스 공정에 이들의 설비를 채택해 사용한다.
마지막 슬리터(Slitter)는 압연을 마친 전극을 고객사가 요구하는 배터리 폼팩터(배터리의 겉모양과 크기를 나타내는 제품 규격)에 맞춰 칼날을 사용해 절단해주는 기계다. 원장 하나가 라인을 통과하며 파우치형 원통형 등 최종 형태에 따라 두 갈래 혹은 네 갈래로 정밀하게 잘려 나간다. 스파크 방지를 위해 전극 유지부와 무지부에 테이프를 부착해주는 테이핑기 작업도 병행된다. 공정마다 고객사 요구에 맞춘 커스텀 설계가 적용된다. SFA넥셀 IR팀 관계자는 "미세한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롤러 높낮이를 제어하는 기술이 전극 공정 장비의 진입 장벽"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객사마다 생산하는 배터리의 형태와 공정 흐름이 모두 달라 정해진 기본 모델이라는 것이 없다"면서 "미세한 절단 결함이나 오차가 배터리 화재 등 치명적인 안전 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고객사 라인에 맞춘 유연한 설계와 정밀 제어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 마이크로미터 단위 깐깐한 검사
전극 공정은 배터리 품질과 직결되는 만큼 엄격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약간의 결함이나 흠집 오차도 제품 불량이나 대형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 SFA넥셀은 장비 구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이상을 즉각 감지하기 위해 공정 중간에 비전 검사기를 연동했다.
자동 두께 측정기를 통해 압연된 전극 두께가 균일한지 검사하고 표면 측정기를 통해 코팅 결함 여부를 실시간 판독한다. 전극공정검사 장비는 코팅된 전극 두께를 정밀하게 측정해 수율 관리를 직접적으로 지원한다. 원형 캔 배터리에 대한 상·하단 측면 외관을 검사하는 장비도 별도 운영해 불량품 유입을 원천 차단한다.
전극 조립 생산 이후 공정 자동화 역량도 갖췄다. SFA넥셀은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용 자동화 라인을 통해 배터리 셀을 자동 투입하고 적층 용접 검사 단계를 거쳐 조립 및 패킹(Packing)해 모듈 단위로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했다. ESS 냉각 플레이트나 방열부품 등의 자동화 조립 라인도 제공해 고객사의 전체 공정 효율을 높인다. 조립이나 스태킹(낱장 재단한 뒤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배터리 조립 공법) 장비 시장에는 다수 업체가 진출해 있지만 전극 공정부터 물류 자동화까지 아우르는 기술력은 흔치 않다.
수출을 기다리고 있는 포장된 SFA넥셀의 2차전지 장비들. 이윤호 기자
◆ '용매 뺀' 건식 공정과 전고체 설비로 차세대 시장 선점
장비 업계 시선은 이미 차세대 배터리 제조 공정을 향해 있다. 현재 2차전지 주류인 습식 공정은 액체 용매를 건조하는 데 막대한 공장 공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를 극복할 대안이 건식 공정(Dry Process)이다. 용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체 상태 활물질 바인더 도전재 파우더를 직접 혼합 및 압착해 전극을 만드는 방식이다.
SFA넥셀은 건식 공정에 필요한 드라이 코터(Dry Coater)를 개발해 글로벌 고객사들과 주 단위로 양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건식 공정이 완전 상용화되면 배터리 제조 원가를 대폭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앞서 상용화한 하이브리드 코터 역시 완전한 건식 공정으로 넘어가기 전 라인 스페이스와 전력 소모를 줄여주는 효율적인 대안 모델로 시장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차세대 핵심 기술인 전고체 전지(ASSB) 공정 설비 개발에도 투자를 집중한다. SFA넥셀은 단순 장비 제작을 넘어 황화물계 기반 고체 전해질 등 전고체 소재(ASSB Materials) 분야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해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은 물론 파나소닉 등 해외 제조사들과 협력하며 장비 공급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처럼 대구·경북(TK) 내에서 배터리 소재와 정밀 공정 장비의 시너지가 구체화되면서 '초광역 배터리 클러스터'의 청사진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앞서 엘앤에프가 대구 국가산단을 거점으로 하이니켈 및 LFP 양극재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소재 공급망을 다졌다면 SFA넥셀은 이를 실제 배터리 셀로 가공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을 현지에서 직접 뒷받침하는 구조다. SFA넥셀은 본사(봉무동)와 성서사업장 외에도 달성군 현풍에도 공장을 가동하는 등 지역 내 생산 거점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료 정제와 소재 생산부터 전극 공정 장비 제작,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완결형 배터리 생태계가 대구·경북 제조업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대구 국가산단에서 생산된 핵심 양극재 소재가 지역 장비 업체의 정밀 공정을 거치는 초광역 2차전지 밸류체인이 점차 완성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SFA넥셀 IR팀 관계자는 "과거 일본 기술이 우세했던 롤프레스 장비의 롤투롤(Roll-to-Roll) 기술 국산화에 성공해 전극 공정 분야에서 독자적인 제어 능력을 갖춘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현재 양산 테스트 중인 하이브리드 코터와 전고체 배터리 장비 및 소재 연구를 통해 차세대 전극 공정 시장의 기술적 요구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현(경제)
지역 산업 현장을 취재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울릉도 최대 부속섬 죽도… 하늘에서 만난 푸른 비경](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8/news-m.v1.20260819.9d8fa288f98b4a408ebc92591994eca4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