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이 지난 2024년 12월 2일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영남일보 DB.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노조)이 9월 부분파업을 향한 실행 절차에 들어가면서, 포항 지역 산업계와 상권 전반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포스코노조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는 지난 18일 조합원들에게 '쟁의대책위 지침 6호'를 하달하고, 부분파업 대상 개소 선정을 확정해 9월 시행을 위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지침에는 파업에 따른 조합원 임금손실 보상방안을 마련하고, 지침 미이행 시 징계 절차와 기준을 수립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포스코가 1968년 창사 이후 58년간 이어온 무분규 전통을 지켜온 만큼, 실제 파업이 현실화하면 지역사회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충격파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창사 첫 파업" 가능성 고조
노사는 지난 18일 세종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 임금협상 최종 조정회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중노위는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대표교섭노조인 포스코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달 8~9일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는 92.2%의 압도적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된 바 있다.
포스코노조 쟁의대책위 측은 6호 지침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9월 중 부분파업 개소를 선정하고 실행 방법을 준비할 것"이라며 "회사가 결단하지 않으면 실행하겠다"고 밝혀, 파업 실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쟁의위는 "대화의 문은 닫지 않았다"며 "책임 있는 교섭안을 가져오면 언제든 교섭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협력사 줄줄이 생산 차질 위기
포항은 포스코를 정점으로 수많은 협력사와 하청업체, 물류·설비 관련 기업들이 촘촘히 얽혀 있는 전형적인 '기업도시'다. 포스코의 조업이 멈추면 그 충격은 즉시 지역 산업 생태계 전체로 번진다. 업계에서는 부분파업이라도 장기화하거나 특정 공정으로 확산될 경우 후공정 협력사의 생산 차질, 납기 지연에 따른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철강재를 원료로 쓰는 자동차·조선·건설·가전 등 국내 주요 제조업으로도 공급 차질 우려가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 측은 "쟁의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국내외 주요 산업에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 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분파업 대상과 규모, 기간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력업체들은 뚜렷한 대응책을 세우기 어려운 처지다.
앞서 지난해 11월 포항 지역 파트너사와 시민단체들이 포스코노조에 파업 자제를 공개 호소했던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노사 갈등이 실제 파업으로 번질 경우 지역경제 전반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소상공인도 '초비상'
포항 원도심과 공단 주변 상권은 포스코 임직원의 소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조업 차질로 임금이 줄거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소비 여력이 위축되면서 식당·주점 등 지역 소상공인 매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노조가 그간 노사상생기금을 활용해 죽도시장 등 전통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벌이며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어 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파업이 현실화하면 오히려 지역 상권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 죽도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반토막 난 뒤로 아직 예전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철강업 자체가 휘청인다는 말까지 들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여기에 파업으로 월급날 회식이나 회식 특수마저 사라지면 그야말로 이중, 삼중고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조 요구안 수용 시 재원 1조4000억원
노사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핵심은 임금·보상 수준이다. 포스코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지급, 우리사주 50주 지급, 5년 치 자연상승분 반영,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측 추산에 따르면 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약 1조4천억 원으로, 지난해 요구안의 두 배 수준이다.
포스코노조는 이 같은 요구가 과도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지주사 체제 이후 쏠린 성과를 정상화하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앞서 "회사가 미래를 이유로 희생을 요구해 만들어낸 성과가 지주사 배당 확대에만 집중됐다면 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 요구안을 포스코 전체 임직원 약 1만7천 명 기준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약 8천235만원꼴에 달하는 셈이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이 같은 인상 요구 수준이 지역 내 중소 협력업체·소상공인이 체감하는 임금 여건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최종 조정회의를 앞두고 기본급 인상률을 1.2%에서 1.5%로, 격려금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각각 높인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포스코는 중국발 저가 철강재 공세와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고유가·고환율·고금리 등 대내외 경영 여건을 고려하면 대규모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포스코의 2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2천7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는 늘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46.6% 줄어든 상태다.
◆"지역경제 볼모 안 돼" 목소리도
포스코노조는 2024년 임금협상에서도 창립 56년 만에 처음으로 쟁의권을 확보하며 사측을 압박했지만, 그해 10월 말 극적 타결로 파업까지는 가지 않았다. 이듬해인 2025년 임금협상도 조합원 71.76%의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이 통과되며 원만히 마무리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올해는 노사 양측 요구 격차가 예년보다 크고, 노조가 지침을 통해 부분파업 개소 선정과 임금손실 보상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항상공회의소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포스코와 협력사, 소상공인이 한 몸처럼 얽혀 있는 포항의 산업 구조상, 실제 파업이 현실화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전체가 떠안게 될 것"이라며 노사가 파국 전에 추가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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