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람의 스포르찬도] 모스크바에 울려퍼진 로큰롤, ‘몬스터스 오브 락’

  • 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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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31 16:55  |  수정 2026-08-31 22:02  |  발행일 2026-09-01
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냉전(Cold War) 기간 동안 소련 공산당은 록이나 팝 음악을 금지했다. 자본주의 퇴폐의 상징이며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는 마약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1년 9월28일, 소련의 심장 모스크바에서 록과 메탈 음악이 울려퍼졌다. 공연의 이름은 '몬스터스 오브 락(Monsters of Rock)'.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당시 소련은 몰락 직전이었다. '몬스터스 오브 락'은 공산주의 종말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송출하기 위한 미-소 간의 문화적 합작품이었던 것이다. 소련 올림픽조직위원회 출신의 보리스 조시모프(Boris Zosimov)와 타임 워너(Time Warner)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몬스터스 오브 락'은 1980년부터 시작된 전통 있는 유럽 투어였다. 이것을 모스크바 판으로 탈바꿈해야 했다. 티켓 판매, 광고 유치를 통한 수익은 기대할 수 없었다. 타임 워너는 공연 실황을 촬영하여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로 했다. 장소도 문제였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공연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 외곽에 있는 투시노(Tushino) 비행장을 공연장으로 선정했다.


공연 당일인 1991년 9월28일, 질서유지를 위해 모스크바 당국은 약 1만1천 명의 경찰, 군인을 투입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장 곳곳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술 취한 관중을 제압하기 위해 곤봉을 사용하자 싸움은 더 커졌다.


1991년 몬스터스 오브 락 공연 당시 관중들의 모습. 위키미디어커먼스

1991년 '몬스터스 오브 락' 공연 당시 관중들의 모습. 위키미디어커먼스

무대를 연 것은 헤비메탈 그룹 판테라였다. 그러나 소란은 멈추지 않았다. 무대 근처까지 술병이 날아다녔다. 관중의 반은 공연과 무관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뒤를 이은 블랙 크로우즈, E.S.T. 등의 무대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모스크바 측이 헬기를 동원하여 병력을 곳곳에 강하시키기까지 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당시 관중의 규모는 많게는 50만 명에서 적게는 20만 명으로 추산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무대 위로 메탈리카가 올라왔다. 대표곡 중 'Enter Sandman'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소요가 순식간에 줄었다. 메가 히트곡 'Creeping Death' 'Fade to Black' 'Harvester of Sorrow'가 연달아 나왔다.


그러자 민간인, 군인 할 것 없이 모두 홀린 듯이 음악에 빠져들었다. 메탈리카의 메인 보컬 제임스 헷필드(James Alan Hetfield)는 이렇게 회고했다.


투시노 비행장 공연장을 공중에서 촬영한 모습. 위키미디어커먼스

투시노 비행장 공연장을 공중에서 촬영한 모습. 위키미디어커먼스

"러시아 군인들이 하나둘씩 제복을 벗기 시작하는 게 보였어요.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젊은이처럼 몸을 흔들어댔습니다. 정말 공연을 즐기는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1991년 모스크바에서 펼쳐진 메탈리카의 무대는 록 음악 역사에서 최고의 공연 중 하나로 꼽힌다. 무대 실황을 담은 앨범 'Monsters Of Rock Broadcast(Moscow, Russia 1991)'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날의 공연을 평자들은 이렇게 기록에 남겼다. '냉전의 패자, 공산 소련의 숨통을 끊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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