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치적 포퓰리즘’ 아닌 ‘시장 경제’에 맡겨야

  •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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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31 11:17  |  발행일 2026-09-01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요즘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2차 지방 이전을 가시화하면서, 수도권에 남은 350여 곳의 공공기관을 두고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고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수조 원의 혈세를 쏟아부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초라한 성적표를 보면, 2차 이전에 대한 깊은 우려가 앞선다. 국회예산정책처 등 각종 분석에 따르면, 이전을 감행했던 1차 혁신도시의 공공기관들은 지방세입 증가라는 착시 효과만 거두었을 뿐, 실질적인 지역총생산(GRDP) 성장이나 자생적 민간 고용 창출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혁신도시 입주기업은 2018년 693개에서 2026년 6월 5천409개로 외형적으로 약 8배 증가했지만, 기업 한 곳당 평균 고용인원은 같은 기간 16.3명에서 6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입주기업의 97%가 30인 미만 영세 기업에 머물렀고, 가족 동반 이주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경제적 타당성과 산업적 연계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행정구역별로 기관을 기계적으로 쪼개어 분산 배치한 '정치적 나눠먹기'식 방식 때문이었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나라의 백년대계를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맡겼을 때 어떠한 예산 낭비와 성장 비효율이 발생하는지 이미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1차 공공이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계적 평등 배분'이라는 프레임과 '지방 표심 달래기'식 선거용 포퓰리즘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위기로 어떤 때보다 국가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점에, 공공기관을 행정구역별로 쪼개어 나눠주는 정책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명백한 자충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경제적 효율성은 인위적인 분산이 아니라, 인재와 기업이 모이는 집적의 이익(Agglomeration Economies)에서 나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강제 명령이 아니라 시장의 자연스러운 생태계에서 싹트는 것이다.


현실적인 법적 장벽도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은행 등 국책은행과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공언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조항 때문에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여당 내부에서조차 지역구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며 법안은 표류 중이다. 온전한 법적 근거도 없이 무작정 공공기관 이전 선언부터 앞세우는 모습은 국회 입법 갈등과 소모적인 지역 갈등만 부추기는 무책임한 정치의 전형이다. 노조의 거센 반발과 집단행동 역시 정부가 자초한 재앙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가의 균형발전을 원한다면, 이번에는 지역 갈등을 부추기며 선거의 전리품처럼 나눠주는 선심성 정책을 거두고, 철저한 시장 경제와 산업적 효율성에 입각해야만 한다.


일례로 대구시가 추진 중인 IBK기업은행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유치전은 정치적 타협이 아닌 '구조적 시너지'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대구는 이미 수성알파시티의 AI·ABB 생태계와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구축해 왔다. 이곳에 절실한 것은 지역 미래 산업에 산소와도 같은 자금을 공급할 '동맥'과 국가 R&D 정책을 조율할 명석한 '두뇌'가 결합한 고도의 경제적 유기체다. 정무적 판단에 밀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기관을 쪼개어 보낸다면, 국가의 경쟁력은 시너지를 잃고 공멸할 수밖에 없다. 기관을 먼저 나누고 지역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역산업의 현실에 맞추어 기관을 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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