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미겔 게레로 아벤다뇨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가 지난 25일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커피는 엘살바도르의 대표 상품이자 한국에서 가장 효과적인 공공외교 수단입니다. 대구는 커피 산업과 전문 인력, 행사를 모두 갖춘 만큼 엘살바도르 커피가 한국 시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
페데리코 미겔 게레로 아벤다뇨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는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추진하는 '커피 외교'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커피 외교는 커피 한 잔으로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을 기업과 지역의 교류로 넓히는 것이다.
게레로 대사가 부임 8개월 만에 처음 찾은 대구에서도 출발점은 커피였다. 그는 지난 20~21일 대구 커피기업 '커피명가'와 대구커피협회를 만났다. 하지만 논의는 커피에 그치지 않았다. 경북도청을 찾은 한편 대구상공회의소, 지역 AI·ICT 기업을 잇달아 찾아 섬유와 인공지능(AI), 로봇, 스마트농업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살폈다.
오는 30일은 엘살바도르 의회가 지정한 첫 '엘살바도르-한국 우정의 날'이다. 양국 수교일인 8월30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올해는 수교 64주년이다. 첫 기념일을 닷새 앞둔 지난 25일 서울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관에서 게레로 대사를 만나 대구경북과 엘살바도르의 협력 방안을 들어봤다.
대사는 자국 이야기를 전통 음식 '푸푸사'로 시작했다. 옥수수 반죽 안에 채소나 고기를 넣어 구운 음식이다. 최근 엘살바도르에는 김치와 불고기를 넣은 '코리아 푸푸사'를 선보인 식당도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는 "두 나라가 만나면 이처럼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며 "앞으로의 협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라고 웃었다.
페데리코 미겔 게레로 아벤다뇨 주한엘살바도르 대사(왼쪽에서 네번째)가 지난 25일 영남대를 찾아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주한엘살바도르대사관 제공
◆서울 밖에서 한국의 힘 확인
- 부임 후 처음으로 대구경북을 찾았다.
"한국의 힘이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대구경북은 산업과 학문, 기술, 창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지방정부와 경제단체, 기업을 만나 커피와 섬유부터 ICT, AI, 로봇, 스마트농업까지 폭넓게 논의했다. 외교는 만남을 실제 기회로 바꾸는 일이다. 대구경북의 기업과 기관에 새로운 엘살바도르를 알리고, 엘살바도르에도 이 지역이 가진 가능성을 소개하고 싶다."
- 첫 '엘살바도르-한국 우정의 날'을 앞둔 소감은.
"내 임기 중 첫 기념일을 맞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우정의 날은 정부 간 외교관계뿐 아니라 60년 넘게 이어진 양국 국민의 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한국은 엘살바도르의 전략적 동반자다. 지난 64년을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64년 동안 무엇을 함께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지난 5월 의원 59명의 찬성으로 매년 8월30일을 양국 우정의 날로 지정했다. 한국이 교육과 보건, 기술혁신, 지속가능한 개발 등 엘살바도르 발전에 기여한 점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커피는 외교의 문을 여는 도구"
- '커피 외교'란 무엇인가.
"엘살바도르가 가진 대표 상품으로 외교의 문을 여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이야기하고 사람과 기업을 연결할 수 있다. 커피는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다. 엘살바도르의 역사와 자연, 정체성을 담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다 엘살바도르를 지도에서 찾아보고, 직접 방문해 사람을 만나고 사업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커피 외교는 결국 한 잔을 하나의 기회로 바꾸는 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엘살바도르 커피만의 강점은.
"엘살바도르는 국토는 작지만 화산이 많다. 고도와 기후, 화산 토양이 커피 재배에 적합하다. 파카마라와 부르봉, 게이샤 등 품종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여러 가공 방식을 실험하며 스페셜티 시장을 겨냥하는 생산자도 늘고 있다."
특히 그는 한국 소비자에게 파카마라를 더 알리고 싶다고 했다. 파카마라는 엘살바도르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한국 소비자는 커피의 품질을 알고 새로운 원산지와 경험을 찾는다. 그만큼 엘살바도르 커피가 성장할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게이샤뿐 아니라 파카마라의 맛과 품질도 경험하기를 바란다."
- 대구가 엘살바도르 커피의 한국 진출 거점이 될 수 있나.
"충분히 가능하다. 대구는 커피 문화와 산업이 함께 성장한 도시다. 전문 인력과 기업, 행사도 갖추고 있다. 생산자와 수입업체, 로스터,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는 곳이다. 대구에서 엘살바도르 커피가 더 많이 볶이고 더 많이 마셔지기를 바란다."
페데리코 미겔 게레로 아벤다뇨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가 지난 25일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섬유·AI로 넓히는 협력
- 엘살바도르와 같이 대구는 오랜 섬유도시다. 어떤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나.
"두 지역의 장점을 결합할 수 있다. 엘살바도르는 오랜 섬유·의류 제조 경험과 숙련 인력을 갖고 있고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좋은 지리적·통상적 여건도 갖췄다. 대구는 기능성 섬유와 첨단소재, 자동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은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더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한국 기업에 엘살바도르는 단순한 소비시장이 아니라 미주 지역을 향한 생산·수출 거점이 될 수 있다. 기능성 섬유와 신소재, 자동화 공정, 친환경 생산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
또한 엘살바도르 측은 지난 20일 대구상공회의소와 만난 자리에서도 현지 자유무역지대에 입주한 외국 기업에 세제·투자 혜택과 행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대구경북 AI·ICT 기업에는 어떤 기회가 있나.
"AI와 디지털 서비스, 스마트 제조, 사이버보안, 로봇, 전자정부,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농업기술 등 기회가 넓다. 엘살바도르는 AI와 기술 제조, 디지털자산을 비롯한 신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대구경북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일찍 와서 가능성을 살펴보고 함께 성장해 달라는 것이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AI 및 기술 진흥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AI청을 설립했다. 게레로 대사는 지난 대구·경북 방문 당시 지역 AI·ICT 기업 간담회에서도 스마트 제조와 공공 디지털 플랫폼, 사이버보안 등을 주요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 엘살바도르 정부 대표단은 지난 4월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도 방문했다.
"한국의 기술을 단순히 구경하려는 것이 아니다. 엘살바도르의 기후와 농업환경에 맞게 바꿔 농민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센서와 데이터 분석, 자동화, AI, 환경제어, 로봇 기술을 활용하면 물과 농자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술 교류가 일회성 방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술자 교육과 공동 연구, 시범사업, 기관 간 협력, 기술 이전과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기술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기회를 주는 기술이어야 한다. 기술 이전과 함께 지식과 인재도 움직여야 한다. 엘살바도르는 미래 기술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다."
페데리코 미겔 게레로 아벤다뇨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가 지난 25일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치안은 토대, 그 위에 관광과 교육
- 엘살바도르의 치안 개선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나라를 되찾았다. 과거에는 치안 불안 때문에 주민이 이동하기 어렵고 기업도 투자하지 못하는 지역이 많았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25년 살인율은 인구 10만명당 약 1.3명이었다. 치안 회복이 관광과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하면 기업이 투자하고, 지역사회가 열리면 관광객이 찾는다. 국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투자자도 엘살바도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치안은 국가를 다시 세울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이제 그 위에 관광과 투자, 교육, 디지털 전환을 쌓고 있다."
- 치안 이후의 과제로 교육을 강조한 이유는.
"국가의 변화가 지속되려면 결국 인재를 길러야 한다. 부켈레 대통령은 최근 대학과 기술·직업교육을 위한 장학금 5만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대학과 기업도 엘살바도르 학생과 연구자, 기술자들과 더 많이 교류하기를 바란다. 기술이 지속되려면 지식과 인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 엘살바도르는 6·25전쟁 당시 한국을 지원했고 지금도 북한과 수교하지 않은 전통 우방이다.
"양국의 우정에는 역사적 뿌리가 있다. 6·25전쟁 당시의 지원은 두 나라의 관계가 외교적 필요뿐 아니라 어려운 순간의 연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엘살바도르는 국제 평화와 안보, 대화, 국제법 존중의 원칙을 지지한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적·외교적 노력을 지지하고 다자 무대에서도 국제사회와 함께할 것이다."
- 대구경북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인터넷에서 엘살바도르의 사진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대구에서도 여전히 엘살바도르를 위험한 나라로 생각하는 분들을 만났다. 지금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태평양의 서핑과 화산, 갓 내린 커피가 있고 사람들은 친절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지도를 펼쳐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시작이다."
■ 통역 및 도움=임소연 코릴레이션 대표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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