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K-베트남 밸리'가 본궤도에 올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 지정으로 사업을 가로막던 규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고, 베트남 공연예술계와의 문화교류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오랫동안 구상에 머물렀던 K-베트남 밸리가 이제 실행의 기반을 갖춘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특구 지정은 끝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이제 봉화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시설을 짓느냐가 아니라, 무엇으로 그 공간을 채울 것이냐다.
K-베트남 밸리의 출발점은 관광이 아니었다. 800년 전 베트남 리(Lý)왕조 왕자 이용상이 고려에 정착하며 시작된 한·베 양국의 역사적 인연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자는 발상이었다. 이 독보적인 역사성은 봉화만이 가진 경쟁력이다. 그러나 역사는 보존한다고 자산이 되는 것이 아니다. 활용될 때 비로소 미래의 자산이 된다.
최근의 변화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달 봉화를 찾아 한·베 공동 뮤지컬과 연극 제작을 제안했던 쩐낌찌 호찌민시 연극협회장이 베트남 연극예술가협회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여기에 호찌민시 연극협회의 국제교류까지 더해진다면 '봉화-호찌민'을 잇는 새로운 국제 문화벨트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는 K-베트남 밸리가 단순한 관광개발을 넘어 국제 문화교류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변화다.
바로 이것이 K-베트남 밸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건물은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지만,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와 경험이다. 이용상 왕자의 역사가 공연이 되고 뮤지컬이 되며, 양국 예술인의 공동 창작으로 이어질 때 K-베트남 밸리는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공간이 된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봉화가 꾸준히 강조해 온 생활인구 전략과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공연을 보기 위해 봉화를 찾고, 문화를 체험하며 머물고, 다시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날 때 생활인구는 증가한다. 이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며 지방소멸을 늦추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K-베트남 밸리는 관광사업이 아니라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다.
물론 과제도 있다. 민간 투자 유치와 콘텐츠 개발, 지속 가능한 운영 등이다. 콘텐츠가 없는 시설은 시간이 지나면 낡지만,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공간은 세대를 넘어 사람을 불러들인다.
특구 지정으로 공간은 확보됐다. 이제 봉화가 채워야 할 것은 문화다. K-베트남 밸리의 성공은 봉화가 지방소멸 극복의 새로운 모델이 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800년 전 시작된 인연이 봉화의 다음 100년을 여는 미래 자산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황준오
현장의 작은 변화 속에서 지역의 미래를 읽는 보도로 봉화의 오늘과 내일을 기록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