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니체를 읽는 방법

  • 송종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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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09 18:30  |  수정 2026-09-10 11:11  |  발행일 2026-09-10
송종규 시인

송종규 시인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있는 매미의 주검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여름의 끝쯤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내 집의 베란다에서 매미의 주검을 다시 목격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유리창과 방충망으로 무장된 내 집의 베란다에까지 들어와서 삶을 마감한 것인지, 도대체 겹겹 무장된 집안으로 어떻게 날개를 비집고 들어온 것인지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내가 집중한 것은 그가 그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 위해 하필 왜 내 집의 베란다를 택한 것인지, 쉽지 않았을 이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인지…. 이것 역시 쓸데없는 정서의 낭비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매미는 가고 가을은 왔다.


며칠 전부터 조용하던 동기회 카톡방이 시끌벅적해졌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 타고 인천공항 제1터미널 도착, 3층 7번 출구 나가면 무의 1번 버스 타고…. 다음 날 조식 뷔페 다시, 인천 제2공항 이디야커피에서 휴식, 더위크앤리조트 호텔에서 1박하고', 스케줄은 쉴 틈 없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짧은 국내 나들이인데 누가 보면 멀리 해외라도 나가는 것처럼 소소한 일정까지, 시간과 비용까지 수시로 올라온다. 이 여행을 주도하는 친구는 세 번씩이나 현장 답사까지 한 걸로 알고 있다. 이 대단한 열정에 의아해하면서도 언제 이렇게 동기회가 변질(?)되었는지 왜 이렇게 극성이 되어가고 있는지 다시 의심하게 된다. 대학 졸업한 지 수십 년, 이제 할머니가 다 된 친구들은 평생을 좁은 약국 안에 갇혀서 성실하고 씩씩하게 살던 친구들이었다. 내년에는 서해안 가서 일출과 일몰을 보자느니, 10월에는 해운대를 가야 된다느니, 물왕리에도 꼭 가 봐야 된다느니,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조급하고 낯선 광경들이 매일 카톡방을 달구고 있다. 시간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세상이 변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나는 지금 마음 한쪽이 휑한 것을 숨길 수 없다.


니체는, 지금 나의 나약한 감상 위에 특유의 강렬한 문장을 보태고 있다. "나뭇잎은 시들기 마련인데 우리가 슬퍼할 그 무엇이 있겠는가! 오, 짜라투스트라, 그 나뭇잎이 흩날려 떨어지게 두라, 그리고 슬퍼하지 마라! 오히려 나뭇잎들 사이로 바스락거리는 바람을 불어넣을지니". 뛰어나지만 괴팍하고, 괴팍하지만 탁월한 니체의 문장에는 여기서도 억지스러운 역설이 섞여 있다. 이 문장은, 배교자들이 낙엽처럼 빨리 사라져 버리도록 바람을 불어넣으라는 말이라고 변학수 교수는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벼랑 끝에 서서 안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당신께 니체가 건네는 가장 뜨거운 말이라는 친절함도 덧붙인다. 어쨌든 나는 지금 단순하게, 니체의 말에 밑줄을 긋는다. 우울하거나 감상에 젖기 쉬운 계절이 왔으니까, 나도 조금 더 독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자신의 가벼운 봉분을 남기고 떠나간 매미도, 시간에 쫓기듯 조급해 보이는 친구들도 모두 애잔해 보인다.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아니다, 그렇지 않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고 그녀들에게는 경험과 지혜와 열정이 남아 있다. 다시, 어떤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분기점이 온다 하더라도, 햇살 가득한 유리창 안에 하얀 가운을 입고 앉아 있을 것이다.


니체가 말하지 않았는가. 나뭇잎은 시들기 마련인데 슬퍼할 일이 무엇이냐고. 잘 다녀오라고 카톡방에 들어가 인사라도 해야겠다. 백로 지났으니 이제 곧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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