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쭉 실용정부로 가라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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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16 16:40  |  수정 2026-09-16 17:38  |  발행일 2026-09-17
이순신 장군 무패 신화 비책
‘이길 수 없는 싸움 안 한다’
장관 인사, 먼저 시비 건 꼴
‘실용적 개혁’ 강조 시의적절
극좌보다 중도 외연 확장을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23전 23승. 이순신 장군의 전적이다. 세계 해전사에도 유례없는 무패 신화다. 학익진 같은 독창적 전술, 지형과 조류를 이용하는 압도적 전략이 전부는 아니다. 전승의 이면엔 아주 간단한 비책이 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이순신은 승부에 '실용'을 접목했다. 거기에 '부득탐승'의 내공을 얹었다. 부득탐승(不得貪勝)은 당나라 바둑 고수 왕적신의 위기십결(圍棋十訣)에 나오는 바둑 요결로, '지나치게 승리에 집착하면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의 내각 2기 인사는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먼저 시비를 건 꼴이다. 실용주의 후퇴로 읽힐 수 있다. "오직 능력만 보고 발탁하겠다"던 이 대통령의 약속도 무색해졌다. 용혜인 카드 실패는 섣부른 범여권 결속 시도의 허망한 귀결이다. 용혜인 의원은 전문성·이력에서 현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보다 더 나은 대체재가 아니다. 그런데 굳이 긁어 부스럼을. 김승원 청문회는 눈물의 신파극으로 끝났다. 지지율 회복과 진영 결집에 집착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득탐승의 훈계를 거스른 후과다.


잠시 소동을 빚었지만 '이재명 실용주의'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소수의 책망과 궤변에 휘둘리지 말고 다수의 권익과 민생을 중시해야 실용이다. 예컨대 부동산 정책은 오로지 '집값 안정'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징벌적 과세" 따위의 과장된 언어에 미혹되지 않아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조차 공산주의로 치부하는 저들의 이간질은 아예 무시하는 게 낫다. 왜 친여 성향의 부동산 스피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까지 정부에 등을 돌렸을까. 집값 상승→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패턴이 2021년 문재인 정부 때와 흡사하다. 올해 1월 이 대통령은 X에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는 글을 올렸다. 이제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적 개혁'을 재확인한 건 시의적절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및 국정 과제를 둘러싸고 여권 및 진보진영에서 제기되는 강경론에 대해 "과격한 선동으로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해 개혁을 방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개혁은 섬세하고 절차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수사청장 후보자 지명에 대해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내란 세력에 업혀 전전긍긍한다"고 비난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추 도지사는 송영길 의원의 지적대로 "경기 도정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낫겠다". 민생·안전 예산 삭감으로 도지사 사퇴 청원이 3만명에 이른 상황에서 국정 참견은 물색없는 오지랖으로 비친다.


개혁한다고 검사의 수사 노하우까지 파묻어야 하나. 여권 강경파들은 검찰개혁 후퇴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호도하는데, 실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로 지지율을 까먹었다. 과격한 개혁과 핏빛 단죄에 따른 반동과 혼란의 프랑스 혁명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공소 취소도 유연한 스탠스가 필요하다. 검찰의 조작 기소가 확실하다면 당연히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 아니면 재판을 받으면 될 일이다.


실용은 선거 전략으로서도 유효하다. 결국 선거는 중도 및 스윙 보터 포획에 승패가 갈리며, 경제·효율 같은 실용의 지향점이 중도층의 가치관과 맞물려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면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정치 철학은 옳은 방향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민생·실용·확장 기조를 일관되게 실현하겠다"며 궁합을 맞췄다. 극좌를 버리더라도 중도로 외연을 뻗어 나가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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