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윤 독립출판사 리와인드 대표
프로젝트 비주류 팀원들과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에 모였다. 대구 창작 발굴단 오터스맵에서 제안한 자리였다.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낯설어 굳었던 몸은 촬영이 진행되면서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표정이 자연스러워지니 얼굴에는 웃음이 배어들었다. 촬영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하면서도 팀원들은 함께 사진을 찍는 이 시간을 즐기는 듯 보였다.
'대백(大百): 대구 100대 스몰브랜드 등장' 전시를 준비할 때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팀원들과 자주 만났어도 바쁜 일정 탓에 단체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때 단체 사진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던 걸까. 단체 사진 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기 바빴다. 각자 하는 일로 바쁘니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사진이 남았다. 사진만 남은 건 아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일정을 조율했던 과정이 남았고, 카메라 앞에서 단체 사진 콘셉트에 맞춰서 부지런하게 움직이던 몸짓이 남았다. 우연히 핸드폰 사진첩에서 오늘 찍은 사진을 보고 팀원들에게 오랜만에 모이자는 연락을 해볼 가능성이 남았다.
개인적인 일화를 통해 사진을 긍정적으로 표현했지만, 사진의 역할에 의심이 들 때도 많다. 사진이 넘치다 못해 범람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냄'. 표준국어대사전에 적힌 사진의 정의다. 근미래에는 '물체를 왜곡하고 조작하여 그려냄'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악의적으로 편집한 사진을 유포해서 당사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뉴스를 심심찮게 본다. AI를 활용한 사진은 갈수록 정교해져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게 만든다. 사진의 진위를 판별하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겠지만, 그에 발맞춰 사진을 조작하는 기술도 발전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점차 사진을 가볍게 여기고 끝내는 외면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사진의 역할을 바꿔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쩌면 이미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사진의 역할이 '사실적인 기록'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로 초점을 바꿔보는 것이다. 사진 속에서 고정된 인물과 풍경을 움직이게 할 수는 없어도 사진 바깥에 있는 인물과 풍경은 움직이고 있으니까, 살아 있으니까. 사진을 과거에 있었던 일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게 아니라 과거를 입체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사진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다양한 진실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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