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울고 웃는다!” 가을야구에 잠 못 드는 대구시민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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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1-05 20:08  |  수정 2026-11-05 21:30  |  발행일 2026-11-05
한국시리즈 KT와의 연일 명승부에 시민들 ‘행복한 출근 고민’
10월 초 기준 전국 최다 관중…삼성 우승 기원 ‘갓바위 기도’도
전 프로야구 감독 “예로부터 대구는 야구 사랑” “야구 매력 통해”
지난 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T 경기 종료 직후 삼성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T 경기 종료 직후 삼성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너 때문에 고생깨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이 대사는 마치 지난 4일 밤 삼성 라이온즈 팬들의 심정을 대변한 표현 같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KT 위즈와의 연장전 승부 때문에 팬들은 꽤나 마음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그 경기를 보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했을 것인가.


프로야구, 그중에서도 '가을야구'가 대구 시민들을 잠 못 들게 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기아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승부에 이어 3일 시작된 KT와의 한국시리즈까지, 연일 명승부가 쏟아지면서 대구의 야구 팬들을 울리고 웃기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수원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은 경기 내내 팬들의 가슴을 심하게 졸인 끝에 결국 삼성이 3-2로 승리했다.


이에 많은 삼성 팬들은 행복한 '출근 걱정'을 해야 했다. 전날 경기가 연장 12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밤 11시가 다 돼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대표 온라인 팬카페에는 '어제 경기 여파로 출근 후 힘들다' '도파민 때문에 한숨도 못 자고 출근했다' 등 출근 걱정과 승리 행복감이 뒤섞인 글이 잇따랐다. '팔공산 갓바위에 가서 삼성 승리를 기도하고 왔다' '온라인 갓바위에서 삼성 우승을 빌었다'는 글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팬들에게 삼성 우승이 그만큼 간절한 것이다.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삼성 최형우가 7회말 1사 상황에서 솔로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영남일보 DB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삼성 최형우가 7회말 1사 상황에서 솔로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의 야구 사랑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구단별 관중 수(10월 5일 기준)는 삼성 라이온즈가 166만9천50명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서울을 연고로 한 LG 트윈스(157만4천738명)와 두산 베어스(148만3천772명)를 뛰어넘는 수치다.


그렇다면 대구 시민들이 이토록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삼성 라이온즈의 오랜 팬인 직장인 김민규(48·수성구)씨는 "지역 경제도 오랫동안 안 좋고, 그렇게 희망적인 소식이 없지 않나. 그런데 야구를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역시 야구 팬인 시민 송모(32·달서구)씨는 "티켓팅 때문에 직관이 힘든 것 빼고는 야구 관람이 상대적으로 가성비 있는 취미생활이라 좋다"며 "삼성이 한국시리즈까지 갔으니 경기에 더 빠져든다"고 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를 관통해 온 전문가들은 대구의 야구 사랑을 남다르다고 봤다.


김응용 전 감독은 "예로부터 대구가 야구를 좋아했고, 평양은 축구를 좋아했다"라며 "그 이유를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지역마다 특히 좋아하고 잘하는 스포츠가 있었다"고 했다.


천보성 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야구 출범 원년부터 팀명을 유지해 온 만큼, 팬층이 두텁다. '삼린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민들이 대를 이어 야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우승을 많이 한 명문 구단에 대한 자부심과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매력이 시민들에게 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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