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오른손엔 칼, 왼손엔 천칭을 들고 있다. 변호사 배지에도 천칭이 그려져 있다. 천칭은 형평과 균형을 상징한다. '디케의 천칭'은 균형에 내재된 의미가 정의·약자보호·평등임을 은유한다. 국어사전엔 균형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평이한 뜻의 이 '균형'은 기실 마법의 언어다. 균형감각, 균형발전, 균형 잡힌 몸매 같은 어휘에서 우리는 균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통감한다.
# 지역균형=수도와 지방의 집값 양극화는 주요 7개국 중 1위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후과다. 인구, 대기업, 명문대의 수도권 집중을 또 들먹이는 건 낡은 레코드처럼 진부하다. 수도권 GRDP 비중이 53%까지 높아졌고, 'in 서울' 대학 출신과 지방대 출신 근로자의 임금 격차도 심화하는 추세다. 결혼마저 지방 청년이 소외되는 형국이다. 지난해 결혼한 남녀 71%가 수도권이라나. 대한민국의 불균형이 임계점에 이른 듯하다.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정책 입안 및 예산 편성 때 지방 가중치 부여,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5극 3특' 추진, 2차 공공기관 이전, 거점 국립대 전폭 지원 등 균형발전을 추동하긴 했다. 하지만 틀에 박힌 루틴이면 지역균형은 백년하청이다. 대법원 대구 이전 같은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 노사균형=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및 '3% 룰'을 규정한 상법 개정은 기업 투명성 제고와 소액주주 권리 강화엔 유용하다. 하지만 경제계의 지적대로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무분별한 소송, 기업의 단기이익 집착 풍조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오롯이 '경영적 판단'이 배임의 덤터기를 쓸 개연성도 농후해졌다. 3차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됐고, 노란봉투법 시행 후 원청업체의 사용자성 인정이 늘어났다. 노봉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에 추가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키웠다. 균형의 추(錘)가 노동계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 재정균형=문재인 정부는 재정 의존이 심각했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정부재정을 투입해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식이었다. 문 정부 5년간 최저임금이 41%나 올랐다. 윤석열 정부는 물색없는 감세로 세수 결손을 초래했다. 2024년 1~9월 관리재정수지는 102조원 적자였고, 국가부채는 그해 1천200조원을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는 확장재정과 긴축재정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재정지출의 효용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승수효과를 극대화하고 경기 부양의 마중물이 되면 금상첨화다.
# 투자균형=광주 800조원 vs 대구 0원. 반도체 팹 투자가 이렇단 얘기다. 비록 정치적 고려였다 하더라도 광주 800조원 투자는 반도체 팹 지형의 '남방한계선'을 허물었다는 의미가 크다. 이제 영·호남 투자균형을 맞춰야 한다. 인력·용수·전력·전후방 산업 등 반도체 생태계는 대구경북이 압도적 비교우위다. TSMC 반도체 공장은 대만 전역에 고루 포진해 있다. 지역균형을 위한 포석이라고 한다. 심지어 지진 위험지역인 일본 구마모토에 팹을 건립했고, 소니그룹과 차세대 이미지센서 합작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팹이 대구경북에 온다면 연착륙이 될 게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은 지나치게 호남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걸 '좌아한' 균형이라고 해야 하나. 논설위원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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