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림 삼성과 KIA의 PO 2차전 개시에 앞서 '끝판대장' 오승환(왼쪽)이 자신의 아들 서준 군과 함께 시구한 후 포수 강민호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마침내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에 성공하며 '왕조의 재건'을 선포했다.
2026년 포스트시즌 내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는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고, 사자 구단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 뒤에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기운을 불어넣은 '특급 승리 요정(승요)'들이 있었다.
우선, 삼성 승요들의 활약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시작됐다. 삼성에 승리 기운을 전해 준 첫 승요는 삼성 왕조 시절 뒷문을 책임졌던 영구결번 투수 오승환이었다.
그는 지난 달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에서 열린 삼성과 기아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앞서 아들 서준 군의 손을 잡고 시구에 나섰다.
시구 후 마운드에 선 오승환은 "이 첫 공이 삼성 라이온즈의 승리로 가는 승리의 길이 되길 바란다. 가을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후배들을 믿는다"라며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당시 1차전에서 기아에 무기력하게 패배한 후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삼성은 오승환이 시구한 날 거짓말처럼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의 발판을 만들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레전드 타자 이승엽 선수. 삼성 라이온즈 제공
한국시리즈 첫 대구 경기의 승요는 '라이언킹' 이승엽이었다.
지난 6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시구의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의 레전드 타자이자 영구결번, 그리고 벽화의 주인공인 이승엽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었다.
2002년 동점 3점포로 일궈낸 삼성 라이온즈의 극적인 우승 드라마를 비롯해 삼성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해 온 이승엽의 등장에 관중들은 이날 삼성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이승엽의 승리 기운이 전해진 듯 삼성은 이날 KT를 5-1로 꺾고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국경을 넘어 대구로 날아온 응원군이자 승요도 있었다.
바로, 한때 삼성에 몸담았던 일본인 투수 미야지 유라다.
미야지는 지난해 12월 아시아쿼터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다가 지난 8월 삼성을 떠났다.
미야지는 당초 최고 시속 158㎞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으나 제구력 난조가 발목을 잡았고 결국 삼성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미야지는 삼성에 대한 애정을 보여 왔고, 많은 삼성 팬들도 그런 미야지를 애틋한 마음으로 응원해 왔다.
지난 6일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삼성 라이온즈의 전 아시아쿼터 투수 미야지 유라가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노진실 기자
삼성을 떠날 당시 미야지는 "제가 뛰었던 삼성의 우승을 꼭 지켜보고 싶기 때문에 응원하겠다"는 말을 동료 선수들에게 전했다.
그는 약속대로 한국시리즈 3차전부터 라팍에서 '직관'을 하면서 삼성을 응원했다.
미야지는 라팍에서 자신을 알아본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친절히 사인을 해 주거나 사진 촬영에도 흔쾌히 응해 줬다. 시민들은 일본어로 간단한 인사를 건네거나 "진짜 잘생겼다"며 미야지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미야지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한 삼성 팬은 "안타깝게 삼성을 떠난 선수가 삼성의 우승을 응원하기 위해 직관을 온다는 것이 참 뭉클하게 느껴졌다"며 "미야지 응원 덕분에 삼성이 연이어 이긴 것 같아 고맙다. 미야지의 앞날을 응원한다"고 했다.
삼성 팬들 사이에선 "이 도시에 우승 반지를 선사하고 싶다"던 삼성의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의 메시지가 또 하나의 '승요'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한 의지가 담긴 이 말 덕분에 삼성이 위기 때마다 다시 일어서게 됐다는 것.
팬들은 가을 야구 '승요'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을 라팍에서 직관한 조용준(37·북구 대현동) 씨는 "삼성과 인연이 있고 이 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삼성의 우승을 응원해 줘서 이번에 승리한 것 같다"라며 "가을야구 초반에 삼성이 우승을 못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를 뒤집고 우승한 것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승리의 메시지를 전해준 승리 요정들의 활약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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