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억 칼럼] 사전투표 이대로 괜찮나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선거를 통해 정치 권력이 바뀌고, 핵심 국정 과제도 정해진다. 민주 국가에서 국민이 권력자에게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자 수단이다. 그만큼 선거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사소한 불공정 시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선거를 둘러싸고 논란 중이다. 일부에서는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이를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사전 투표가 자리잡고 있다.우리나라 사전투표제도 원조는 1960년 도입된 부재자투표제도다. 부재자투표자는 사전 신고를 해야 하고, 투표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다.투표기간은 선거일전 7일부터 3일간, 투표 장소(전국 400여개)는 제한적이었다. 반면 2014년 첫선을 보인 사전투표는 사전 신고가 필요 없고,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장됐다. 투표기간은 선거일 전 5일부터 2일간이고, 투표 장소(전국 3천500여개)는 대폭 늘어났다. 사실상 본 투표일이 3일로 늘어난 셈이다. 외형상 편리성를 통한 국민 참정 기회는 확대됐다.하지만 사전투표는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사전투표함을 송부할 때는 투표참관인과 경찰관이 동반하지만, 관외투표지를 해당 지역으로 보낼 때는 참관인과 경찰관 동행없이 우정본부가 단독으로 우편 배송한다. 사전투표 후부터 본투표 전까지 일어난 이슈는 선거에 반영되지 못한다. 전체 투표율 중 사전투표율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민의가 심각하게 왜곡되는 투표 결과도 발생할 수 있다.지난 20대 대선때 사전투표율이 전체 투표율의 절반 가까운 47.2%나 됐다. 선거 운동 기간도 4~5일 줄이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도 무력화 시킨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사전투표를 하게 되면 실제 공표금지 기간이 1~2일밖에 안된다. 관외사전투표의 경우 시군구 단위로 개표와 집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읍면동 단위 개표 결과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읍면동 단위 주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사전투표 논란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전투표가 특정 진영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투표 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관외 사전투표자의 경우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이 많은데다 지역 거주자와 생각이 다른 유권자가 많은 탓도 있지만, 반대 진영이 되풀이 되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는 쉽지않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때 사전투표만 계산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200곳 이상에서 1위를, 본투표 결과만으로 계산하면 미래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될 정도로 차이가 극명했다. 이후 보수층 일각에서 사전투표 조작 음모론까지 제기하기도 했다.그렇다고 사전투표가 전체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도 못하고 있다. 사전투표가 첫 실시된 2014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56.8%, 2018년은 60.2%, 2022년은 50.9%로 나타났다. 이제 부정선거와 부실 선거관리 논란의 중심인 사전투표제도를 손 볼 때가 됐다. 가장 좋은 것은 사전투표 제도를 아예 없애는 것이다. 전면 수개표가 병행되면 더 좋다. 선거율 제고를 위해서라면 본선거일 투표시간을 당일 오후 10시나 12까지 늘리면 된다. 선거 결과는 하루이틀 늦게 알아도 된다.편리성 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 서울본부장김기억 서울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