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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 회담을 열고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향후 한반도 핵 운용에 있어 한국의 인력과 자산을 미국의 핵 전력과 통합하고, 미국의 핵 자산을 전시와 평시 모두 한반도 임무에 배정하는 작전 지침을 양 정상이 승인한 것이 골자다. 미국의 핵 자산을 북핵 대응 용도로 문서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 한미 핵협의그룹(NCG) 운용 등 확장 억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 선언'보다 더 강화된 한미 양국의 북핵 대응 조치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번 공동성명이 북핵 대응의 종착역이 될 수는 없다.
북한의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이 펼쳐주고 있는 핵우산만으로 북한 핵과 맞설 수 없다. 핵우산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든 접힐 수 있다. 다가올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 있는 트럼프는 틈만 나면 주한미군 철수를 들먹이고, 방위비 분담 증액을 강요한다. 동맹을 가치공유 대상이 아니라 거래대상으로 여긴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윤-바이든 대통령 간 공동성명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자구책은 자체 핵무장이지만 당장 실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핵비확산조약(NTP)을 탈퇴해야 하고, 국제 사회의 제재도 감내해야 한다. 미국의 협조나 묵인도 필요하다. 이런 연유로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박인국 전 주유엔대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핵잠재력 확보전략 정책토론회' 기조 연설에서 한국은 NTP를 탈퇴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NTP 탈퇴에 관한 제10조 규정에 따르면 핵 문제와 관련된 비상사태가 회원국의 지상 이익(Supreme interest)을 위태롭게 한다고 결정한 경우, 회원국은 NTP로부터 탈퇴할 권리가 있다고 명기해 놓고 있다. 박 대사는 이를 근거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위한 헌법개정, 남한에 대한 핵무기 운용 목표 공식선언, 대남 선제 위협용 핵 사용 선언, 잇단 핵실험 등을 한국이 NTP 탈퇴 선언할 수 있는 충분 조건으로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국제 사회에서 선뜻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자체 핵무장이 당장 어려운 현실적 이유다.
그렇다고 이번 공동성명과 같은 핵우산만 믿고 안주하기에는 북핵의 위험성은 너무 크다. 차선책으로 핵 잠재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미일 원자력 협정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미국은 일본에는 원자로 사용후 연료의 재처리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핵무기 원료가 되는 50t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놓고 있다. 유사시 짧은 기간 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근핵보유국(近核保有國)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자칫 동북아에서 한국만 홀로 비핵국가로 남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미국만 설득하면 된다. NTP 탈퇴도 필요 없고, 국제 사회 제재도 걱정 없다.
자체 핵 역량 확보 없이는 북한의 비핵화도 요원하다. 핵우산은 미국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핵우산을 씌울 권한도 걷어 낼 권한도 우리에겐 없다. 당장 자체 핵무장이 어렵다면 핵잠재력이라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서울본부장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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