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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
최근 미국의 핵 정책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30여 년간 핵무기 확산 저지에 앞장섰던 미국이 핵 정책의 전면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9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중·러의 핵 증강에 우려를 표명한 뒤 "핵무기 확대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리라는 전문가 위원회의 초당적 요구에 귀기울이겠다"고 했다. 미국의 핵 확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의 핵 군축 조약 불참 선언, 중국의 2030년까지 핵 탄두 1천개 보유 계획 진행, 북한의 잇단 핵 위협 등 세계 핵 안보 질서가 요동치고 있음에 따른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1991년 소련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체결 후 핵 확산을 저지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 같은 미국의 핵 정책 변화는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방한한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의 핵 무장을 미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재집권 시 기용 가능성이 높은 콜비 전 국방부 차관보도 "주한 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 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자체 핵 무장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남한도 자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높다. 2006년 10월 여론조사(의뢰기관 사회동향연구소)에서는 응답자 67%, 2013년 2월 조사(갤럽)에서는 64%, 2024년 4월 조사(에너지경제신문)에서는 56.5%가 자체 핵무기 보유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국민 과반 이상이 북 핵 위협에 자체 핵 무기 보유로 맞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자체 핵 무장 환경은 어느 때보다 좋다. 물론 자체 핵 개발을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산도 많다. 우선 NTP(핵 확산금지조약) 탈퇴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 등을 감내해야 한다. 미국이 핵 우산을 제공하고 있는데 자체 핵무장이 왜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핵 우산은 우리 것이 아니고, 언제라도 접힐 수도 있다. 트럼프는 틈만 나면 주한 미군 철수를 언급하고 있다.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든 접힐 수 있는 핵 우산에 국가 안보를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다. 당장 자체 핵 무장이 어렵다면 유사시 최단 기간 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일본 수준의 근핵보유국(近核保有國) 지위라도 확보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수개월 내에 핵탄두 6천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0t을 추출해 놓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자체 핵 무장 없이는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는 요원하다. 남한의 핵 무장만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자체 핵 무장→핵무기 감축 협상→한반도 비핵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서울본부장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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