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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
2024 파리 올림픽이 11일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자칫 무관심 할 뻔 한 이번 올림픽은 대회 17일간 내내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유독 끌었다. 무더위와 짜증 유발 DNA를 유감없이 발휘한 정치로 부터 국민들을 지켜냈다. 올 여름 올림픽이 없었다면, 무더위 속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과연 멀쩡하게 버텨냈을 싶다.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은 국민들의 정치 스트레스 지수가 임계점에 도달할 때 마다 메달과 크고 작은 감동으로 국민들을 위로했다.
파리 올림픽 개막 하루전인 지난달 25일 민주당은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소추안을 소속 의원 170명 전원 명의로 발의했다. 이 대행은 탄핵안 통과전 사퇴했다.방통위원이 한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26일엔 방송4법을 강행처리 했다. 이날 기상청은 특보 구역으로 지정된 전국 183곳 중 176곳에 폭염 특보를 발효했다.협치 없는 정치와 전례없는 무더위가 겹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이를 달래 줄 낭보가 파리로 부터 날아왔다. 28일 새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오상욱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딴데 이어 같은날 오후에는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오예진 선수도 깜짝 금메달 소식을 전해왔다. 혐오스런 정치와 짜증스런 폭염을 견뎌내기에 충분했다.
8월 들어 정치는 더 민심으로 부터 멀어졌고,무더위는 더해 갔다. 유례없는 3일간의 인사 청문회를 거쳐 지난달 31일 임명된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다음날 탄핵이 발의되고 취임 3일만에 탄핵되는 헌정사 첫 기록을 세웠다. 22대 국회 개원 2개월이 지났지만,탄핵 7회 특검법 10회 등 증오만 쏟아냈다. 매주 탄핵안과 특검법만 내놓은 셈이다.그 사이 처리해야할 민생 법안은 산더미인데 정쟁에만 매몰돼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 관리 시설 설치 근거 마련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 등이 대표적 민생 관련 법안이다.법안 상정-통과-재의결(거부권)-폐기 만 되풀이 하고 있다. 개원 2개월 지났으니, 국회의원 1인당 세비와 지원금 등을 포함하면 2천만원 정도가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1천200억원(국회의원 수 300명) 쓰고도 성과는 없는 생산성 제로인 셈이다. 기업이라면 망해도 벌써 망했다.
태극 전사들은 엉망진창, 막무가내 정치판과 잠못드는 열대야를 비웃듯 더욱 기세를 올렸다. 여자 양궁은 단체전에서 10연패를 달성하는 전무후무할 기록을 세웠다. 향토 출신 반효진(대구체고 2년)은 여자 10m 공기소총으로 한국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을 땄다. 독립유공자 허석 선생의 5세손인 여자 유도 선수 허미미는 값진 은메달을 따 군위 허 선생 추모비를 찾았다. 국민 여동생 삐약이 신유빈은 32년만에 탁구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금메달 만큼 귀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어느 하나 쉽고 의미없는 것이 없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총 메달수 32개의 역대급 성적을 올렸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이래 역대 최소 선수단으로 이뤄낸 성과라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올림픽이 무능 정치와 폭염에 지친 국민을 살린 것이다.
다행히 최근 정치권도 협치의 물꼬를 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발 숫자 많다고 자랑말고 적다고 남탓 말고 올림픽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희망과 신바람의 절반이라도 실현하는 우리 정치가 되길 희망해 본다.서울본부장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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