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억 칼럼] 상식 실종 사회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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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0 07:02  |  수정 2024-05-20 07:07  |  발행일 2024-05-20 제22면
신뢰·공정 무너진 與野 정치
뺑소니 의혹 가수 공연 강행
비상식 일반화된 우리 사회
옳고 그름의 판단 잣대 실종
극한 갈등·증오만 불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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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억 서울본부장

상식(常識)은 공동체 사회를 유지해 가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규범이다. 백과 사전에는 상식을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이해력·판단력 및 사리분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 ChatGPT에게 '상식적인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란 질문을 던졌다. 사회 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기본적인 가치와 규범을 지키며, 서로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라고 답변했다. 법치와 정의, 자유와 인권 존중, 상호 존중과 배려, 투명성과 책임감 등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는 지금 이 같은 상식이 상존하는가? 시기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전적 의미의 상식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식이 부재한 사회는 극한의 갈등과 증오를 부른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잣대가 사라져 내 편은 무조건 옳은 것으로 단정 짓는다. 신뢰는 무너지고, 공정을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비상식적인 것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비상식의 일반화다. 상식의 틀을 깨는 선두주자는 역시 정치다.

22대 국회 원 구성을 앞두고 민주당은 일방적 국회 운영과 입법 폭주를 일찌감치 예고하고 있다. 국회의장 후보군들은 하나같이 입법부 수장의 획일적 정치적 중립은 옳지 않다고 공언했다. 2002년 여야는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의 상징적 의미로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국회법을 합의로 처리했다. 지난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유력 당권 주자를 포함한 상당수 당선인들은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먹어가며 고군분투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패배의 책임을 돌리기에 급급하다. 총선 기간 내내 한 전 위원장을 애타게 찾던 후보자들이 아니던가. 상식이 사라지고 몰염치가 고개를 내민 모양새다.

최근 치러진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선거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 예상 밖 결과가 상식에 가까웠다. 당초 예상대로 추미애 당선인이 국회의장 후보가 됐다면 국가 의전 서열 8위인 야당 대표가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사실상 내정하는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다. '명심(이재명 마음)'이면 모든 것이 통한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 오만이다. 지난 총선 때 당선된 일부 후보자들은 우리 사회가 상식 부재임을 극명히 보여주기도 했다. 범죄자도,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자도 무난하게 당선됐다.

상식적이지 못한 것은 정치뿐 아니다. 유명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뺑소니 혐의 등을 받고 있음에도 공연을 강행하고 있다. 일부 팬클럽 회원들은 팬카페에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응원한다. 기도한다" 등 김씨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공연을 취소하면 거액의 위약금을 물 수도 있지만, 범죄 혐의가 있다면 공연을 중단하고 자숙하는 것이 상식이다. 아무리 팬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행위가 있다면 따끔하게 꾸짖는 것이 진정한 팬심이다. 상식은 공정과 통한다.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4'는 스크린 점유율이 80%를 넘었다. 독과점으로 얻은 결과물이다. 영화의 다양성을 막는 것은 물론 상식적이지도 공정하지도 못하다.

이념이 상식을 삼켜서는 안 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공동체는 모래성과 같다. 상식이 살아 숨 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상식 회복이 시급하다.
김기억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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