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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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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계성고, 성폭력 예방 업무협약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센터장 도기봉)는 지난 21일 대구 계성고(교장 박현동)와 성폭력 예방 및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자유성] 반지성주의
'반지성주의'가 유행이다. 유행의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문 전 대통령은 양산 사저 앞 시위에 대해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마을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소셜미디어에 2017년 국정 농단 논란 당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자신과 두 살 아들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하면서 "반지성은 이런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에서도 반지성이 등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월북으로 판단할 근거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윤건영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를 가져오라는 궤변을 그만두라. 중세 마녀사냥 때나 즐겨 쓰는 반지성 폭력이다. 수많은 여성이 마녀가 아니라는 증거를 대지 못해서 죽었다"라고 지적했다.윤 대통령이 쏘아 올린 반지성주의는 이제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서로를 겨냥하는 무기가 됐다. 진영에 상관없이 극복해야 할 반지성주의가 극한 대립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야당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의 윤 대통령 서초동 자택 앞 맞불 집회가 대표적이다. 보수 단체의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한 반지성적 보복이다. 반지성이 또 다른 반지성을 낳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월요칼럼] 반지성적 팬덤 정치
최근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즈'에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한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의 아시아 에디터 리처드 로이드 패리가 당한(?) '팬덤 문화'가 눈길을 끈다. 그는 "BTS의 멤버 RM을 가볍게 놀렸다가 외국인 혐오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팬들이 트위터로 욕설이 담긴 항의 글을 쏟아부었다"고 토로했다. 팬덤 문화의 배타성과 폭력성을 비판한 것이다.팬덤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됐다. 대중문화에 그치지 않고 정치로 확산하면서 사람들의 뇌리에 박제된 듯하다. 팬덤의 선한 영향력보다 편가르기나 좌표찍기처럼 부작용에 더 주목하기도 한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정치 분야의 팬덤은 대중문화와 달리 동기 자체가 불순하다고 평가한다. 특정인을 좋아하거나 사랑해서라기보다 반대편에 있는 정당이나 후보를 증오하기 때문에 형성된 집단이라고 한다. 상당 부분 동의가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보면 그렇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민의힘을 친일파의 후손, 토착왜구로 본다.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똑같이 취급한다. 개딸(개혁의 딸), 냥아(양심의 아들)로 대표되는 '이재명 팬덤'은 이재명 의원이 자신을 대신해 국민의힘을 응징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재명 팬덤은 국민의힘만 겨냥하지 않는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 인사들을 '수박'이라고 조롱하며 공격한다. 이재명 의원만이 국민의힘에 맞설 수 있다고 여기는 탓이다. 이재명 팬덤에서 정치의 중요한 철학인 대화와 타협, 관용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이든 간에 배제될 뿐이다.민주당의 팬덤이 처음부터 배타적이고 폭력적이지는 않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노사모'는 지성적이었다.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감시하기도 했다. 반지성적으로 몰려다니지 않았다. 정작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팬덤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고 부작용을 심화시켰다. 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상대 후보 측에 보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 "경쟁에 흥미를 더하는 양념"이라고 했다. 압권은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해"였다. '문재인식 팬덤 정치'가 정당화된 셈이다. 민주당의 문화로도 자리를 잡았다.팬덤이라는 단어 자체가 배타성과 폭력성을 담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심까지 든다. 지지하는 사람과 자신을 같은 선상에 놓다 보면 언제든지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 운영자 강신업 변호사가 대표적 사례이다. 강 변호사는 자신을 비판한 시사평론가를 향해 욕설을 써가며 분노를 표시했다. '정치적 갑질'이다. 마치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윽박지르는 듯하다.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폭력을 부른 꼴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이 봤던 장면 아닌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신평 변호사는 "정치인에게 힘이 생기려면 팬덤이 있어야 한다. 다만 팬덤이 폭력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정치인에게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의원, 강신업 변호사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추가해야 할 것도 있다. 팬덤을 형성하는 집단 스스로도 고민을 해야 한다. 증오와 혐오가 아니라 존중과 관용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팬덤 정치가 더이상 비웃음을 사지 않으려면 지성의 옷을 입어야 한다.조진범 논설위원조진범 논설위원
[조진범의 피플] 신평 변호사 "2년 후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할 것이다"
신평 변호사가 소셜미디어에 글을 적을 때마다 단연 화제다. 최근엔 '문재인 정부의 음울한 유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신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시위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의 무책임한 팬덤 정치 편승과 방치, 조장이 시원(始原)"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신 변호사를 향해 '가장 악질'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결별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글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고, 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문제도 비판했다. 교수, 판사, 시인, 농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신 변호사를 지난 11일 경주 자택에서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 변호사를 '이사장'이라고 부른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은 '도사'로 칭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의 정치적 과정에 대한 신 변호사의 예측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계 입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실패,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까지 모두 맞혔다. 신 변호사는 요즘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마련한 공정세상연구소 사무실에서 사람을 만나고, 경주에서 책을 읽으며 농사를 짓는다. 용산구청장직 인수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용산시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진중권 전 교수가 '가장 악질'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진 교수의 글을 읽은 한 부장판사가 나한테 '이거는 현행법 위반이다. 고소를 해서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조언하더라. 내가 어떻게 그러겠냐고 말았다. 그런데 이골이 난 사람이라, 사실 나한테는 별 거 아니었다."신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진 전 교수를 '점잖게'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그에게 유아기적 상태에 머무른 인격 운운하며 되갚음을 해주고 싶은 마음도 난다. 그러나 분노는 먼저 자신을 베는 칼날이다. 다만 한마디는 해주고 싶다. 그는 때때로 말을 너무 거칠게 한다. 그런 조야한 행동은 정신적 촌놈이자 정신적 쌍놈의 짓이다. 어이, 진 교수, 촌놈 티 그만 내시오."라고 적었다. '이골이 났다'라는 표현은 신 변호사의 파란만장한 경력을 대변한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내부비리를 고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신 변호사는 경북대 로스쿨 교수 재직 시절 동료교수 명예훼손 논란과 관련, "법원, 검찰이 로스쿨하고 결탁해서 사건을 조작했다. 당시 기절해서 굴러떨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구차스럽게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참혹했다"고 털어놨다.▶문 전 대통령 사저 시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진 교수는 윤 대통령이 나서야 된다고 주장을 하는데, 윤 대통령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임기 동안 국민을 양쪽으로 나눈 것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여권에서도 화답하는 말이 나오지 않겠나. 그런 말이 오가면 쪼개진 나라가 수습이 될 것이다."신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좀처럼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했다.▶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다 돌아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접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 자리를 못해 (내가) 삐졌다고 했다. 문 정부에서 감사원장이나 법무부 장관, 대법관 인선에 계속 포함됐다. 경북대 로스쿨 사건이 발목을 잡으면서 대법관이 되지 못했다. 문 정부에 대해 개인적으로 서운한 건 전혀 없다. 조 전 장관은 아끼는 후배다. 서울대 법대 학보 피데스(Fides·로마신화에 나오는 약속의 여신)의 편집부 후배이기도 하다. 조 전 장관이 (내 말을 듣고) 사퇴를 했으면 아마 지금 대통령은 조국일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절대 민주당 후보로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문빠 세력들이 조국을 응원했는데, 이재명 지사가 어떻게 감당을 했겠나. 어쨌든 조국 사태로 문 정부의 실체를 사람들이 좀 정확하게 보게 됐고, 중도층에서 보수 쪽으로 확 기울었다."▶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게 배경은 무엇인가. "부동산 정책처럼 법만 어떻게 고쳐서 강제를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으로 여기는 좁은 소견으로는 나라를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국민도 그런 점을 심판한 것 아니겠나. 처음에는 반윤 동맹 매체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도 썼다. 그러다 운동권 세력으로는 이 나라의 장래가 없다는 판단으로 윤석열 지지를 결정했다.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는 나를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최악의 인간'이라고 말했다."▶윤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정이 많고 소탈하다. 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주 뛰어나다. 필체 분석이라는 게 있는데,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데 정확한 자료를 제공한다. 필체 분석을 보면 윤 대통령 성품이 반듯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뛰어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나타난다. 김건희 여사도 장점을 많이 가진 여성이다."▶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종종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얘기를 나눴나. "윤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헤어지면서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에게 항상 운이 따를 것이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해나가라'고 했다. 선한 사람은 끝이 좋다는 생각에 그런 말을 한 것 같다."▶윤석열 정부의 통합과 개혁 작업을 어떻게 전망하나. "윤 대통령의 성품으로 봐서 통합 쪽은 잘 할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큰 어려움이 없이 자랐기 때문에 사회의 잘못된 점이나 모순에 대한 감수성이 좀 약한 것 같다. 과연 윤 대통령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도의 인식 수준을 갖고 지난한 개혁 작업을 해나갈 수 있겠느냐는 대해선 조금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조금 지났다. 점수를 매긴다면. "굳이 평가를 한다면 80점 정도이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것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제일 잘한 것은 '청와대 탈출'이다. 부족한 20점은 인사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정부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참신한 인사에 대해선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한다."▶오는 2024년 총선은 어떻게 예측하나."사실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못했다. 4년전 민주당이 압승했던 것과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2년 후 총선에선 여당이 압승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문 정권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점이 총선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당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들고 나올 수 있는데, 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들이 드러나면 국민이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해 주리라고 본다."▶민주당의 팬덤 정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기본적으로 팬덤 정치, 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세를 이루어서 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에게 힘이 생기기 위해서는 팬덤이 있어야 한다. 다만, 팬덤이 폭력적인 성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정치인에게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양념이라고 하면서 방치했다. 그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은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다."▶민주당이 다시 수권정당으로 정비될 수 있을까."당연히 또 그렇게 돼야 한다. 일단 2024년 총선에서 586 세력과 강경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국민의 심판을 통해 민주당이 정화되지 않겠나. 민주당이 참패를 하고 정예화된다면, 참신성을 인정받으면서 국민으로부터 다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윤석열 시대를 맞아 대구와 경북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시대의 변화를 좀 수용을 하는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닫힌 사회라는 느낌을 받는다. 또 대구경북의 관공서는 주민들에게 군림하는 이미지를 준다. 주민들이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주민들을 위하는 봉사하는 공직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논설위원>■신평 변호사는 누구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나왔다. 영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법연수원 13기로 인천지법, 서울지법, 대구지법 판사를 지냈다. 판사 재직 당시 법원의 돈거래를 폭로해 법관 재임용 탈락의 쓴맛을 봤다. 대구가톨릭대 교수를 거쳐 경북대 로스쿨 교수를 지냈다. 경북대 로스쿨 교수 시절 입학 청탁 의혹을 고발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법개혁국민연대 상임대표, 엠네스티 법률가위원회 위원장, 한국헌법학회장, 한국교육법학회장을 역임했다. 신 변호사는 파란만장한 경력에 대해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판사를 했으면 순탄하게 잘했을 것이다. 말 없이 판사를 하고 나왔으면 당시로선 전관예우도 받았지 않았겠냐"고 웃었다. 현재 사단법인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과 서울 용산구청장직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이자, 국가기관에 농업인으로 등록된 농부이기도 하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중앙선대위공익제보위원장을 맡았고,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다. 지난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의 숨은 주역이다.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로스쿨을 위한 로스쿨' '기득권을 넘은 공정 세상' 등의 책을 출간했다. 시집으로는 '산방에서' '들판에 누워'가 있다. 논설위원신평 변호사가 경주 자택에서 정치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자유성] 콘택트 유스
콘택트 유스(CONTACT YOUTH)의 뜻은 '청춘과 접촉하다'이다. 지금 대구 수창청춘맨숀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획전시의 제목이다. 젊은 예술가들의 시선에 초점을 맞췄다.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예술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떠올랐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2010년말 출간된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자기계발 에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뇌하는 청춘들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이다. 당시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금수저 출신의 김 교수가 극한 상황에 내몰린 청춘에게 훈계조로 이야기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개그맨 유병재는 TV프로그램 SNL코리아에서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라고 대놓고 '디스'했고,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책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x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일종의 관념 덩어리이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탕에 깔리지 않았다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책 표지에 나오는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라는 문장만을 놓고 봤을 때 틀린 말도 아니다. 다만, 현실에서 적용되느냐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콘택트 유스 전시는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적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준영 작가는 예술가라는 직업을 영위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을 작품화했다. 과연 그의 직업은 무엇인가. 작가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그는 "예술로 밥 먹고 살겠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인간, 아니 청춘을 미완성의 존재로 표현하는 작품들도 살펴볼 수 있다. 거칠고 과감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세련되고 은유적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요즘 미술시장이 활황세다. 대구에 '아트페어 인 대구'라는 새로운 미술시장까지 등장했다.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MZ세대가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젊은 예술가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인기 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있지만, 현실로 이뤄질 것인지는 스스로 확신할 수 없다. 젊은 예술가들이 잘 '버텼으면' 좋겠다. 콘택트 유스 전시는 8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대구 시민들의 응원 행렬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참고로 콘택트 유스 전시에 참가한 젊은 작가들은 공모로 선정됐다. 공정하게 선발된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시선의 높이를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이면서 기획자인 윤동희는 "세상을 향한 청년의 외침에 접촉해 달라"고 했다.조진범 논설위원임은경 작.이정성 작.
[자유성] 위대한 열정
카미유 클로델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19세기 프랑스 조각가 오퀴스트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다. 로댕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고, 30년간이나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생을 마감한 비운의 예술가이다.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이 재조명된 것은 1980년대부터이다. 프랑스의 작가 도미니크 보나는 '위대한 열정'이라는 책을 통해 카미유의 삶과 예술을 풀어내기도 했다. 지난 26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제484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연주회의 제목이 '위대한 열정'이다. 대구시향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b단조, Op.74 '비창'을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자는 대구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맡았다. 대구시향의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가 두 곡을 모두 지휘했다. 코바체프는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등에 통증이 발생한 코바체프는 대체 지휘자를 내보내는 대신 의자에 앉아서 지휘하는 선택을 했다. 지난 2014년 4월부터 대구시향의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인 코바체프의 몸을 아끼지 않는 지휘에 관객들은 환호를 보냈다. "격렬하고 극적으로 몰입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봄소리의 강렬하고 화려한 연주는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야말로 열정의 무대였다. '위대한 열정'은 시대와 상관없이 모든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송가(頌歌)이다. 조진범 논설위원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김봄소리 홈페이지 제공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영남일보DB
[조진범의 피플] 휴스턴 영화제 금상작 '시계' 조현준 감독 "끼 못 감추고 결국 영화인의 길…대구 국제다큐영화제도 구상 중"
배우 덕분에 다시 주목을 받는 영화가 있다. 덩달아 감독도 재조명됐다. 조현준 (40·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감독 영화 '시계'. 주연 배우가 류경수이다. 류경수는 2020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최승권 역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21년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유지 사제로도 등장했다. 상영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SF영화 '정이'에서 강수연, 김현주와 호흡을 맞췄다. '정이'는 고(故) 강수연의 유작이다. '시계'는 류경수가 무명일 때 찍은 독립영화이다.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았고, 올해 55회를 맞은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오리지널 영화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휴스턴 국제영화제는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뉴욕 영화제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다. 조 교수는 휴스턴 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지난해 '마더 아야'로 장편영화 부문 백금상을 받았다. 조 교수는 2020년 영화 '조지아'를 제작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단편영화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18일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찾아 조 교수를 만났다. 서울 출신으로 캐나다 국적인 조 교수의 계명대 정착 과정이 독특하다. ▶영화 '시계'는 어떤 영화인가."일단 청소년 관람불가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이병으로 나오는 류경수가 괴롭힘을 당한다. (류경수가) 휴가 나올 때 군대 선임으로부터 몰래카메라가 달린 시계와 함께 '성매매를 하는 장면을 찍어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류경수는 실패한다. 성매매 여성에게 걸려 몰래카메라가 달린 시계도 부서진다. 결국 빈손으로 복귀하면서 선임으로부터 더욱 괴롭힘을 당한다. 마지막 장면에 류경수가 초소에 잠들어 있는 선임을 향해 총을 장전한다. 총을 쏠 것인지, 안 쏠 것인지는 관객의 해석으로 남겨놨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얘기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영화를 찍고 나서 '미투 운동'이 벌어졌다. 영화 '시계'는 군대의 미투 운동으로 보면 된다."▶영화 '시계'의 스토리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학생들을 가르치고,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좀 답답했다. 캐나다나 미국과 달리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았다. 인터뷰도 되게 힘들다. 별것 아닌 일에도 자기방어적인 성향을 보였다. '영어울렁증'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남을 너무 의식해 자존감이 낮아진 데서 나온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생각이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대학교수의 갑질, 몰카 범죄, 군대 총기난사 사건 뉴스도 영향을 미쳤다."시계에 몰래카메라를 넣은 것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조 교수는 2013년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와 경성군을 1주일간 여행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캐나다 국적이라 북한 여행이 가능했다. 조 교수는 몰래카메라가 숨겨진 시계에 주민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조 교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삐라'를 만들었다. '삐라'는 2015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조 교수는 자신의 북한 여행기인 '조현준 교수의 북한 이야기'를 영남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다. 한국서 학생 가르치고 인터뷰 해보면 별 것 아닌 일에도 자기방어 성향 보여남을 너무 의식해 자존감이 낮아진 것그때 든 생각이 '시계' 만들게 된 배경차기작으로 범죄다큐스릴러 작업 중올초 경험한 웹드라마 제작 사기 바탕경찰의 실망스러운 대응 등 모두 담아'그것이 알고 싶다'도 관심 가질 내용영진위 지원 외 제작비는 사비로 충당다큐영화 '삐라'도 OTT에 올렸는데 北이 미사일 쏘면 수익이 좀 생기기도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학창시절을 캐나다 빅토리아 근처에 있는 기숙사 학교에서 보냈다. 중고등 시절 '끼'가 넘쳤다. 무대 체질이었다. 고등학교 방학 때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열린 댄스경연대회에서 3등을 했다. 또 한국의 한 기획사 측의 요청으로 오디션에도 참여하며 밤새도록 외운 랩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연습생을 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는데, 불같이 화를 내시는 바람에 캐나다로 돌아갔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토론토대학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에서도 '끼'를 감추지 못했고, 주위에서 '너는 경영학 공부할 애가 아니다. 개그 쪽으로 진출해라'는 말을 많이 했다. 결국 토론토대학 2학년 때 중퇴하고, 중앙대 연극영화과 1학년으로 들어가게 됐다.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연기를) 잘하고 잘 생기고 예쁜 애들이 너무 많아 쉽지 않았다. '나 자신을 캐스팅하자'는 생각으로 연출 공부에 포커스를 맞췄다."▶미국 ABC방송국에서 PD로도 활동했는데."중앙대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예술대학원에 진학했다. 영화 연출을 선택했는데, 방송으로 전공을 바꿨다. 영화와 달리 방송은 결과물을 금방 만들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고 취재를 하면 됐다. 그게 좋았다.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 작업도 해야 하고, 스태프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 대학원에 다닐 때 아시안아메리칸언론인협회에서 주관한 전국 공모전에 출품했는데, 3등을 했다. 당시 미국 LA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WBC(World Baseball Classic) 결승전을 취재했다. 상금으로 500달러를 받았다. 대학원에 재학 중 무작정 ABC방송국을 찾아가 일자리를 구했다. 공모전에서 3등상을 받은 것을 기억한 중국계 여성 PD에게 발탁돼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뉴스부에 있다가 교양부로 옮겼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입양 등 미국의 가족 문제를 다루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연출을 하게 됐다."▶어떻게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됐나."2009년 미국의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직장을 잃었다. 방송국을 알아보다 쿠바로 여행을 가게 됐고, 다큐멘터리 '얼라이브 인 하바나(Alive In Havana)'를 찍었다. 보스턴 국제영화제 등 미국 4곳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얼라이브 인 하바나'가 관심을 받으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좀 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독립영화를 하는데 굳이 미국에 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 이후 태국에서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트랜스젠더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트랜시엄(Transiam)'을 찍고 동국대에서 영화영상제작 박사 과정을 밟게 됐다."▶아무런 연고가 없는 계명대에 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처음에는 교수직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시간강사를 하면서 가르치는데 재미를 느꼈다. 강사 자리를 얻기 위해 이력서 몇 장 들고 영화 관련 학회를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대안의 블루'를 연출한 이현승 중앙대 교수의 요청으로 중앙대에서 다큐멘터리 강의도 했다. 계명대 교수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했고, 대구에서 생활하게 됐다."▶현재 작업 중인 작품이 있나."범죄다큐스릴러이다. 올초 유명 걸그룹 멤버 주연의 웹드라마에 PD로 참여하게 됐는데, 사기를 당했다. 금전 피해를 입으면서 웹드라마 제작 과정에 대해 녹취를 하기 시작했다.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경찰의 움직임도 다 기록했는데, 정말 실망스러웠다. 경찰을 믿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관심을 가질 법한 내용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독립영화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하나."일단 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모자라는 부분은 사비로 충당한다. '시계' '삐라' 등의 영화를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서비스)에 올리는데 수익은 크지 않다. '삐라'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수익이 좀 생기기도 한다. 물론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대구에서 활동 계획은."총장님께서 미션을 주셨다. 내후년이 계명대 설립 125주년인데, 영화제를 하나 만들면 어떻겠나라는 제안을 하셨다. 대구시와 정부의 지원까지 받는 영화제가 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구 국제다큐영화제 같은 특색있는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논설위원 jjcho@yeongnam.com조현준 계명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자유성] 테킬라 위기
17일 원·달러 환율이 1275원으로 마감했다. 1280원대로 치솟았던 전날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시사 발언의 영향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50%이다. 이 총재의 빅스텝 시사 발언은 달러 강세 때문이다. 이날 달러 인덱스(DXY)는 104.20을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와 일본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다. 지난주 105를 넘어섰던 초강세 랠리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슈퍼 달러'이다.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1.00%인데,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는 가속화될 조짐이다. 미 연준은 6월과 7월 연이어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테킬라 위기' 재현을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1994년 미국 연준은 금리를 3%에서 6%로 끌어올렸다. 당시 멕시코에서 글로벌 자금 이탈로 금융 위기가 발생했고, 한국으로까지 번졌다. '테킬라 위기'는 멕시코 전통 술 테킬라에 취한 것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반론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되고 있어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KDI의 분석이 맞기를 바라지만, 대비할 필요는 있다. 한국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이 중요하다. 때마침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안보 협력 강화 의지를 다지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 체결도 이뤄지기를 바란다. 조진범 논설위원
[월요칼럼] 탈권위주의 시대를 바라며
몇몇 장면이 눈길을 끈다.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국민의힘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경율 회계사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마지막이 압권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팔짱 푸세요. 증인"이라고 하자, 김 회계사는 "이런 자세가 안 됩니까"라며 받아쳤다. 권위주의에 맞선 시민의 반격이었다. 알량한 권위를 내세워 압박하려는 좀스러운 권력을 향한 통쾌한 일침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팔짱은 처음 등장한 게 아니다. 2020년 3월 법제사법위에 참석한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야당 의원의 지적에 팔짱을 끼고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추 장관의 팔짱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14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전통시장과 백화점을 들러 쇼핑을 했다. 비공식 일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집 근처 백화점에 들러 구두 한 켤레를 구입했고, 광장시장에서 빈대떡, 떡볶이, 순대 등을 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쇼핑은 시민들에 의해 알려졌다. 언론에 알리고 이미지 홍보용으로 방문한 게 아니다. 기억을 더듬어봤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런 장면이 있었던가. '잊히고 싶어 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게 다소 거북하긴 하지만, 리더십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은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기획에 의해서만 무대에 섰다는 느낌을 받는다. 윤 대통령의 행보나 김 회계사의 반응은 '탈권위주의'의 작은 발걸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리더십'이 자칭 민주정부라고 큰소리쳤던 문재인 정부를 넘어 윤석열 정부에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또 한 장면을 보자. 최근 열리고 있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 거리 전시전에 윤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이 있다. 윤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남성이 손바닥과 이마에 '왕(王)'자를 새기고 하의만 입은 채 쩍벌 자세로 앉아 있다. 어깨에는 '정치보복'이라고 적혀 있는 띠를 둘렀다. 민미협 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공적 인물에 대해 풍자하는 문화가 꽃펴야 한다. 풍자의 방식은 불편하겠지만 공적 인물인 당사자가 일일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민주 사회에서 다소 동떨어진 사고다"라고 했다. 동의한다. 윤 대통령은 웃어넘겨야 한다. 그래야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자유'에 대한 진정성이 담보된다. 표현의 자유를 결코 막아선 안 된다. 5·18역사왜곡처벌법을 비판했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순간 민주와 자유는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권위주의가 판을 치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그랬다. 자신에 대한 풍자를 권위의 훼손으로 보고 문제를 제기했다. '북조선의 개 한국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담긴 전단을 만들고 뿌렸다는 이유로 시민을 고소한 데서 알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시민 고소는 민주국가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다.윤석열 정부는 이제 출발점에 섰다.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시작이 좋다고 끝까지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윤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에서 탈피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를 개방하고 용산 시대를 열었다.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첫 대통령도 됐다. 윤 대통령의 권위는 탈권위주의를 지향할 때 비로소 나온다. 국민의 존중을 받는 게 진정한 권위다.조진범 논설위원조진범 논설위원
[자유성] 우크라이나 어린이
자유성/우크라이나 어린이 "전쟁 첫째날 내 아이들의 팔에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내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팔에도 적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 우크라이나 그림책 작가 올가 그레니크가 쓴 '전쟁일기'의 한 대목이다. 전쟁은 어른과 어린이를 가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의 피해와 고통이 더욱 크다. 볼로디미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어린이 22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지금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희생됐을 것이다. 러시아가 극장과 학교, 기숙사 등 민간시설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어린이들'을 뜻하는 단어를 크게 적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극장을 폭격하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한 기숙사에 러시아의 미사일이 날아와 10대 소년이 숨졌다. 또 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를 잃고 고아가 되거나 난민으로 전락했다. 유니세프는 러시아 침공 이후 48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집을 떠나 다른 도시나 나라 밖으로 피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체 아동 750만 명 가운데 3분의 2 수준이다. 5일은 어린이날. 전국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다양하게 열렸다.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코로나 사태 이전의 어린이날로 되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어린이날에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한다. 한편, 올가 그레니크와 두 자녀는 불가리아의 한 도시로 도망쳤다. 올가 그레니크의 남편은 우크라이나에 남았다. 조진범 논설위원Russia Ukraine War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슬로비얀스크의 도로에서 민간인 대피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UKRAINE-CRISIS/KYIV-MEMORIAL 우크라이나의 한 소녀가 5일 키이브의 한 성당에서 열린 아빠의 추도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군인이었던 이 소녀의 아빠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사망했다. (연합뉴스)
[조진범의 피플] 견제와 균형 사이…79억명의 삶을 움직이는 글로벌 슈퍼파워 3人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에 따르면 4월30일 현재 세계 인구는 79억4천300만명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 인구(5천100만명)의 155배가 넘는 사람들이 지구에서 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79억4천300만명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인물이 단 3명이라는 데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79억4천300만명을 흔드는 바이든, 시진핑, 푸틴의 개인 운명도 눈길을 끈다. 바이든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고, 시진핑은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 대회(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도전한다. 초강대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푸틴은 서방국가로부터 '전범'으로 낙인찍혔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초강대국 재건을 노리다국민 '강한 러시아' 지지 바탕 장기집권체첸·조지아 이어 우크라 '세번째 침공''전범' 비판에도 국내 지지율 80% 견고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군사작전'이라고 했던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몇 주 내에 국가총동원령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5월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에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신나치주의자 척결을 목표로 한 특수군사작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계획은 빗나갔다. 2~3일 내로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했지만,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두 달 넘게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나오며 서방으로부터 '전범'이라는 비난도 듣고 있다.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푸틴은 소련 스탈린 이후 최장수 크렘린 지도자이다. 2020년 헌법을 개정, 2036년까지 집권하는 길을 열었다. 1999년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발탁된 푸틴은 이듬해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총리와 대통령을 오가며 20년 넘게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푸틴의 장기집권 비결은 냉전 시절의 '강한 러시아'를 그리워하는 러시아 국민의 지지가 바탕이 됐다. 소련의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표현했던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도 3차례나 무력행사를 감행했다. 2차 체첸전쟁을 통해 체첸공화국을 초토화시켰고,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해 닷새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전쟁 때마다 푸틴의 지지율은 치솟았다. 크림반도 병합 당시 60%대이던 푸틴의 지지율은 80% 이상으로 급등했고, 조지아 침공 당시에는 88%를 찍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금도 푸틴의 지지율은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점령 여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가 결사 항전의 의지를 보이는 데다 서방 국가들의 군사 지원도 시작되면서 현재 교착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까지 거론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리더십 시험대에 오르다우크라 해법·에너지戰 대응 골머리41년만의 최악 인플레도 '발등의 불'지지율 하락 속 11월 중간선거 위기론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 지도자들이 "미국이 다시 돌아왔다"며 환영을 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경험한 세계는 동맹 회복의 기대를 나타냈다. 바이든도 대선 후보 시절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트럼프의 일방적인 외교 노선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동맹 회복을 통해 '초강대국' 미국의 품격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신흥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포함됐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인도를 포섭해 쿼드를 만들었다. 쿼드는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회의체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인도와 미국의 태도이다. 인도는 '어느 국가라도 러시아를 지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미국의 으름장을 무시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를 싼 가격에 들여오기로 합의했고, 거래시스템을 '달러'가 아닌 '루피-루블'로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공개 지원에도 미국은 인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중국 때문이다. 강성용 교수(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는 한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 "미국은 중국과 인도가 손잡고 맞서는 경우를 피하려고 한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치면 28억명이 넘는데 인도마저 적으로 돌아서면 미국은 곤란한 지경이 된다"고 했다.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고 있는 미국의 최대 과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5%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은 물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4월1~19일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1%였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에서의 과반 의석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폭스뉴스 기자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중간선거에 부담이 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자,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작은 목소리로 "멍청한 XX"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제2의 마오쩌둥을 꿈꾸다3연임→15년 이상 최장 집권 길 열어상하이 이어 수도 베이징도 준봉쇄령제로코로나發 경제 低성장 '진퇴양난'요즘 중국의 관심은 온통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에 쏠려 있다. 지난달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 광시좡족자치구 대표 대회가 참석자 666표 만장일치로 시 주석을 가을에 열리는 20차 당 대회에 참석할 대표(대의원)로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위대한 부흥의 영도자"라는 표현도 썼다. 2018년 중국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헌법에서 '국가주석직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면서 시 주석의 초장기 집권 토대가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선 40년 만에 '역사결의'가 채택되기도 했다. 역사결의의 등장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기에 이어 세 번째다.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15년 이상 집권하는 지도자가 된다. 중국은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알고리즘 기반 뉴스 사이트 토우티아오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은 공산당이 공인한 역사 서술에 도전하는 이른바 '역사 허무주의'를 내포한 게시물을 신고하라는 공지를 발표했다. 신고 대상은 당과 국가, 군의 역사와 관련한 민감한 주제에 대한 도발적인 논의, 마르크스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에 대한 비판, 당의 역사와 개혁·개방 정책을 둘러싼 논쟁, 당과 정부 지도자를 비방하는 내용, 공산당사(史)에 대한 패러디, 공식 역사 서술에 등장하는 '악당'에 대한 미화 등이다. 시 주석의 3연임 가도의 복병은 코로나19이다. 인구 2천500만명의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는 지난 3월 말부터 봉쇄되고 있다. 또 베이징시는 1~4일 식당에서의 식사를 금지하고 배달만 허용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시 주석의 최대 지적으로 꼽힌다. 제20차 당대회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부작용으로 경제 성장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게 변수다. 시 주석도 경제 성장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논설위원 jjcho@yeongnam.com
[자유성] 퍼펙트 스톰 (Perfect Storm)
퍼펙트 스톰이라는 용어는 1991년 처음 등장했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인 세바스찬 융거의 책 제목이다. 당시 융거는 미국 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허리케인과 다른 두 개의 기상전선이 충돌해 유례없는 대형 폭풍이 만들어진 것을 보고 퍼펙트 스톰이라고 지었다. 기상용어인 퍼펙트 스톰은 2008년 경제용어로 진화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등이 겹쳐지면서 불거졌다. 퍼펙트 스톰은 통상 초대형 복합 위기로 풀이된다.최근 들어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따른 물가 급등과 막대한 가계 부채 등이 한국 경제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011년 12월 이후 10년3개월 만에 4%의 벽을 넘어섰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가족들끼리 맘 편하게 외식 한번 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국은행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가계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은 국민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부채는 1천862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고, 결국 경기에 악영향을 준다. 고물가 저성장의 악순환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노력만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해 나가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뿐 아니라 미국의 긴축 강화, 중국의 성장률 하락 등의 악재가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있다. 새 정부가 한국 경제의 퍼펙트 스톰을 막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나서야 한다. 조진범 논설위원
[자유성] 다시 대한민국
윤석열 당선인 측이 대통령 취임식 슬로건으로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내세웠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 취임식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위로를 드리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전해드리는 것에 대해 고심했다"며 슬로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어사전을 보면 '다시'는 세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던 것을 되풀이해서,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서 새로이, 하다가 그친 것을 계속하여'라는 뜻이다. 윤 당선인 측은 아마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서 새로이'라는 의미로 '다시'를 썼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당선인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슬로건은 '나라를 나라답게'였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상황을 고려한 슬로건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썼다. 참고로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Battle for the Soul of the Nation(국가의 영혼을 위한 전투)', 공화당 트럼트 후보는 'Keep America Great(위대한 미국을 유지하자)'였다. 윤 당선인의 취임식 슬로건에는 '다시'와 '새로운 국민'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의지가 담겨 있다. 자유 민주공화국의 모습을 되찾고, 국민 편 가르기가 아닌 통합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이 현실에서 이뤄지기를 국민 모두가 바랄 것이다. 조진범 논설위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일 대구를 방문해 동성로 중앙무대에서 대구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조진범의 피플] 노장 철학 대가 최진석 명예교수 "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시민이 아닌 백성의 역할밖에 못한다."
노장 철학의 대가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대한민국의 선도 국가 도약을 역설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를 주장했던 최 교수는 "586 주사파들이 주도하는 특정 이념으로 국가를 관리하려는 태도로는 대한민국을 민주화 다음으로 건너가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권교체는 대한민국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라고 밝혔다. 국민통합에 대해선 "공화(共和) 정신을 회복해야 가능하다"며 "자기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수용할 태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합 주장은 허구다. 미성숙한 진영 정치 단계로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8일 전남 함평을 찾았다. 노장 철학의 대가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막 피어오르는 봄의 색깔들이 눈부셨다. 광주를 지나 도착한 함평은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그 한켠에 '호접몽가(蝴蝶夢家)'가 있다. 나비 꿈의 집이다. 최 교수가 세운 '새말 새몸짓 기본학교' 강의동이다. 호접몽은 중국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우화다.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내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묘하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도가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최 교수의 고향이 나비 축제로 유명한 함평이라니. 호접몽가는 윤경식 건축가의 작품이다. 지난 2020년 세계건축상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호접몽가 바로 뒤편에는 최 교수가 기거하는 '만허당(滿虛堂)'이 있다. 손님으로 가득 차거나, 손님이 없어 비어있는 집이라는 의미다. 가득함과 비어있음이 분리되지 않는다. 호접몽가에 도착할 즈음 최 교수도 서울에서 막 내려왔다. 최 교수는 서울과 함평을 오가며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서울에서 한국능률협회와 공동으로 혜명원(慧明苑)이라는 강의토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호접몽가에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하려고 애를 쓴다. '최진석의 새말 새몸짓'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최 교수는 철학자이자 교육자이지만, 정치가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안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를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호남 출신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최 교수는 "다급했고 또 옳은 길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건너가야 된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고,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일을 하다가 가고 싶다"며 "정권교체는 대한민국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라고 했다. 최 교수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제는 건너가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제는 건너가자'는 무슨 의미인가요."제가 생각할 때 우리나라는 지식수입국, 전술 국가 레벨로는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한 것 같아요. 다음 단계로 상승하지 못하면 극심한 정체와 혼란, 혹은 하강을 하거든요. '전술 국가 레벨을 넘어서서 전략 국가로 상승해야 한다, 추격 국가로의 삶을 선도 국가의 삶으로 도약시켜야 한다'는 상황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도약하자, 전략 국가로 올라가자, 선도 국가로 올라서자라는 의미에서 이제는 건너가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최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인이 가장 깨어있다고 했다. "기업인이 공부도 제일 열심히 하고, 건너가려는 도전도 기업인들이 제일 활발하게 합니다. 우리나라를 이렇게 진화시키는데 기업이 많이 공헌을 했습니다." 최 교수는 기업인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에 대해선 "특정한 정치적 이념이 기업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조장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당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아 현실정치에 참여하셨는데요. 철학자가 바라본 정치판은 어떠했나요."사실 그 나라의 맨 얼굴은 정치입니다. 기업이나 BTS, 오징어게임이 아닙니다. 정치에 들어가기 전에는 '왜 이렇게 정치를 못하나' 여겼는데, 실제 보니까 이 정도 하는 것도 가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우리는 아직 생각하는 능력이 배양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영에 갇혀 있습니다. 식민지를 겪으면서 근대를 맞이하는 바람에 시민으로 형성돼 있지 않고 아직도 백성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많아요. 어떤 정치적 위치를 갖고 있는 시민이라도 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백성의 역할밖에 못합니다. 백성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대개 홍위병을 닮은 정치를 하게 되는데, 그렇게 이루어지는 판을 진영 정치라고 합니다." ▶진영 정치의 문제점이라면."진영에 빠지면 생각할 필요가 없어져요. 진영이 결정해 놓은 어떤 이념을 확대 재생산만 하면 되거든요. 진영에 빠지면 생각하는 능력이 급격히 퇴화되고, 이념이나 감정에 쉽게 빠지죠. 그래서 정치 행위가 종교 행위와 거의 구분이 안 돼요. 사유의 정치는 사유의 문제가 돼야 되는데 믿음의 문제로 제한돼 버리고 말죠. 실제 정치 안으로 들어가 보니까 우리가 시민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영 정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우리나라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 단계로 오면서 생각하는 능력을 계속 성장시켜 왔습니다. 그런데 민주화 주도 세력이 특정 이념에 갇히는 바람에 생각하는 능력이 퇴화돼 버렸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반성한다는 뜻이거든요. 반성하는 능력이 없으면 믿음을 계속 강화하는 일밖에 할 수가 없어요. 믿음을 강화하니까 진영이 더 공고해지고, 진영이 공고해지니까 분열이나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이죠. 생각하는 능력이 퇴화된 민주화 주도 세력이 국가 이익이나 국가의 진화보다 특정한 이념을 집행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 버렸습니다." ▶건국, 산업화, 민주화 다음 단계는 어떤 것입니까."사실 민주화의 완성은 민주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건너가면서 이뤄집니다. 민주화를 통해 어떤 사회, 어떤 나라를 만들었느냐가 민주화의 성공 여부를 결정합니다. 자칭 민주화 주도 세력은 오히려 민주나 자유에 대한 민감성을 후퇴시켰습니다. 저는 민주화 다음을 선진화라고 봅니다. 민주화 주도 세력들이 특정 이념에 갇히는 바람에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졌고, 민주화 다음의 비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럼 선진화를 주도할 세력은 어떤 사람들입니까."어떻게 선진화를 이룰 것이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모든 세력이 선진화의 단계로 건너가야 된다는 비전에 합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진화 단계부터는 전략 국가, 선도 국가 레벨입니다. 우리는 아직 가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잘 모릅니다. 1820년대를 대분기라고 하는데, 대분기 이후로 후진국이 중진국에 도달했다가 선도 국가로 올라선 사례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만큼 어려운데, 우리나라한테 축복이 왔습니다." ▶축복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기존의 패러다임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우리나라도 선도 국가로 올라가지 못하는 경로를 따를 수밖에 없을 텐데, 패러다임이 깨지면서 세상에 균열이 오고 있습니다. 우리한테는 위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찬스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패러다임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간판을 달고 깨지고 있는 이때가 찬스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진국으로는 가장 강한 국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선도 국가를 꿈꿔 본다면 지금이 절호의 찬스입니다." ▶선도 국가로 가기 위해 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셨습니까."586 주사파들이 주도하고 있는 특정 이념으로 국가를 관리하려는 태도로는 대한민국을 민주화 다음으로 건너가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586 주사파들에게 각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도 국가는 자유스럽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생각으로만 가능한데, 특정 이념으로 지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일들이 불가능하거든요." ▶막상 정권교체가 결정되고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고향 친구들이었어요. 정치적 믿음이라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감정적인 것이거든요." ▶더이상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으실 건가요."떠난 것도 아니고, 안 떠난 것도 아닙니다. 사실 철학하고 정치는 생년월일이 같아요. 한날 한시에 태어났습니다. BC 6~7세기 경에 정치가 시작되고 철학이 시작됐거든요. 우리가 배우고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 철학 이론은 정치나 전쟁 속에서 태어났어요. 공자, 노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모두 정치인이자 철학자들이에요. 철학자가 갑자기 정치를 하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철학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지행합일(知行合日)의 한 형태입니다." 최 교수는 새 정부의 행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아직 인수위 과정이라 잘잘못을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정권교체와 함께 국민통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우리는 민주공화국인데, 민주라는 관념은 적극적으로 제기되는 반면 공화는 너무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어요. 시민이 주인이 된 정치 형태가 민주주의라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함께 사는 게 공화주의입니다. 공화 정신을 회복해야 통합이 됩니다. 자기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수용할 태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합 주장은 허구예요. 지금의 미성숙한 진영 정치 단계로는 통합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한 가지 유심히 봐야 될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좌도 우도 없고, 전라도 경상도도 없고, 남자 여자도 없고 하나로 뭉칠 때가 있었어요. 바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였습니다. 월드컵 4강이라는 꿈처럼, 한 단계 높은 아젠다를 합의하면 가능합니다. 저는 그것을 선진화나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현재의 좌우 대립으로 형성된 정치판에서 어느 한쪽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통합을 하려고 하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예측이나 판단보다 의지가 중요해요. 대한민국이 선도 국가로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예측하는 일보다는 선도 국가를 이루는 도전을 한번 해볼 것이냐, 안해 볼 것이냐와 같은 의지를 따지는 일이 더 의미가 있죠. 우리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레벨의 주제를 한 단계 넘어서야 해요. 통합이나 협치도 그것들을 통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지, 통합이나 협치 자체의 중요성 때문에 강조되는 것은 아니죠." ▶우리나라 외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국제 무대에서 외교 관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이익이에요. 절대 특정 이념에 치우쳐서 국익을 왜곡시키면 안됩니다. 외교 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검토돼야 될 것이 있는데 상대국이 대한민국의 영토와 문화, 역사를 존중하는지의 여부와 욕심내는지의 여부입니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외교 관계는 건강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영토와 역사, 문화를 경제적 이익과 바꾸기 시작하면 끝내 종속됩니다." ▶새말 새몸짓 기본학교에서는 어떤 주제로 강의를 하시는지요."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로 여깁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면 일단 자기 자신을 궁금해 해야 됩니다. 자신을 궁금해하는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내가 죽기 전까지 완수해야 될 소명은 무엇인가'입니다. 이 다섯 가지 질문을 계속 해야 합니다. 인간이 인격적으로나 지적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호기심이에요. 야생의 호기심을 어떻게 다시 회복시키느냐, 어떻게 다시 키워주느냐 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주제가 돼야 합니다." ▶시민의 역할을 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먼저 인생이 짧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 특정한 이념의 수행자가 아니라 자기만의 삶의 고유한 신화를 완성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노예적 삶이 무엇인지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계속 자기 자신한테 질문도 해야 합니다. 마음의 크기도 키워야 합니다. 진영에 빠지면 자잘해집니다."<논설위원 jjcho@yeongnam.com>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1959년생으로 광주 대동고를 졸업했다. 서강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중국 베이징대 대학원에서 장자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서강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7년 서강대를 떠났다. 정년이 7년이나 남은 상태였다. 대학에서 최 교수를 붙잡기 위해 무급휴직을 주며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으나, 홀연히 야생으로 나섰다. 당시 최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들에게 '편안한 데 머물지 말고 경계에 서서 불안을 감당하는 자가 돼라'고 했는데, 학교를 떠남으로써 비로소 언행일치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스타 철학자'다. 2015년 창의적 인재 양성 교육기관인 건명원의 초대 원장을 맡아 대중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했다. 또 '현대철학자, 노자'라는 주제로 EBS인문학 특강을 진행했다. 2020년 사단법인 새말 새몸짓을 설립해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호남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5·18 왜곡처벌법'에 항의하는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시(詩)를 발표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탁월한 사유의 시선' '나 홀로 읽는 도덕경' '경계에 흐르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 그리는 무늬' 등이 있다.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인터뷰를 마치고 호접몽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전남 함평군 대동명 향교리에 위치한 호접몽가.
[월요칼럼] 막장 드라마 선거
대구시장 선거가 막장 드라마로 변질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지만 마음 편히 보기 어렵게 됐다. 시장이 되겠다고 나선 국민의힘 후보는 8명이다.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대구는 국민의힘 텃밭 아닌가.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하면 사실상 시장이 되는 게 현실이다. 대구의 정치 성향에 대해 새삼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겠다. 정서의 문제라 따지기 어렵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대구와 정반대 성향이긴 하지만, 역시 일극주의다. 더불어민주당이 꽉 잡고 있다. 대선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대구시민은 압도적으로 윤석열 당선인을 밀어줬다. 정권교체를 통한 대한민국과 대구 발전에 한 표를 던졌다. 정권교체의 주역인 대구가 지금 막장 드라마의 무대가 됐다.우선 스토리 전개가 비상식적이다. 선거에서 후보가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게 상식이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도 내놔야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비전을 볼 수 없다. 모두 변화만을 부르짖고 있다. 체인지, 리모델링, 혁명이라는 말이 떠돈다. 좋다. 대구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대구를 변화시켜 어떤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인지가 잘 보이지 않는 데 있다. 글로벌 세계 도시, 3대 도시, 시민 행복, 미래 번영 등 장밋빛 단어만 나열되고 있다. 예전에도 무수히 나왔던 단어들이다. 이런 단어가 다시 나왔다는 것은 결국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비전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야 한다. 달콤한 단어로 시민을 유혹하기보다 대한민국과 대구의 도약을 위한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먼저다. 오락가락 행보로 논란을 자초한 후보도 있다. 홍준표 후보는 대구시청 이전과 관련, 원점 재검토 발언을 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잘못 전달됐다"며 슬며시 발을 뺐다. 경솔한 발언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홍 후보는 '못된 질문'이라는 표현도 했다. "대구시정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신데 어떤 부분을 개혁을 하겠다고 계속 말씀하시는 건지"라는 기자의 질문에 "참 못된 질문이네"라고 했다. 정의당 한민정 대구시장 예비후보의 지적처럼 '참 못된 답변'이다. 홍 후보의 거침없는 표현은 막말 논란을 연상시킨다. 홍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TV토론에서 당시 하태경 후보에게 "이런 못됐게'라고 했다, "막말 도졌다"는 핀잔을 들었다. 홍 후보가 유력 후보라 더 우려스럽다. 대구의 품격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신파도 등장했다. 대구 달성에 내려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영하 예비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하였지만, 못다 한 이러한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영하 후보의 고향인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하여 이루어 줄 것으로 저는 믿고 있다"라고 했다. 대구시민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비상식적 신파다. 대구시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대구시민이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한 것은 친박 세력의 부활을 위해서가 아니다. 대구시장 선거에서의 '박근혜 마케팅'은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막장 드라마는 '욕을 하면서 보는 드라마'다. '원래 선거가 이런 거지'라고 여긴다면 막장 드라마는 계속된다. 정치권이 대구시민의 수준을 낮게 보고 무시하는 것인지, 실제 무시해도 될 만큼 수준이 낮은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막장 드라마를 그만 보고 싶다면 준엄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조진범 논설위원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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