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화장품을 늘 갖고 다닙니다" 고인을 향한 장례지도사의 마음가짐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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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3 12:21  |  수정 2023-10-04 07:47  |  발행일 2023-10-04 제16면
김상규씨 보훈상조 소속으로 7년째 활동
"유족의 감정을 염두에 둬야 해 조심스러워"
"고인을 부모나 형제처럼 대한다는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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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규 장례지도사. 본인 제공

"생사(生死)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제망매가'의 가사처럼,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한 유족은 슬프고 당혹스럽다. 온통 슬픔에 휩싸여 고인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 지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때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를 치러야 한다. 장례지도사는 유족의 장례 과정을 돕는 직업이다. 유족과 장례절차를 상담하고 장례식장을 비롯한 장례용품 준비, 장례일정과 발인제, 안치는 물론 염습까지 맡는다.

김상규(50)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장례지도사가 됐다. 현재 보훈상조 소속으로 7년째 활동하고 있다. 대구에서 제법 큰 가게를 운영했던 그는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김 씨는 "장례지도사는 유족의 감정을 염두에 둬야 해 말과 행동을 무척 조심해야 한다"며 "고인과의 관계나 종교에 따라 장례절차 방식이나 의견이 상충될 수 있어 세심하게 살펴야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장례기간 내내 마음과 정성을 다해 고인의 떠나는 길을 준비하고 나면 유족들이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온다"며 "직업에 대해 보람을 느낄 때가 바로 그 순간"이라고 미소지었다.

장의사로 불린 장례지도사는 과거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젊은 층도 대학을 나오거나 교육 수료 후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10명이 교육을 받는다고 했을 때, 3명 정도만 실제 활동할 정도로 힘든 직업이다.

대부분의 장례지도사들은 상조 소속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니 개인시간이 없고 휴일이나 명절 연휴도 쉬지 못한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에 심야나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김씨는 "장례가 치러지는 3일 동안 숙식이 매번 바뀌는 불편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부 불신을 보이는 유족을 만날 때 가장 힘들다"라며 "장례지도사들은 고인이 생전의 고운 모습으로 떠날 수 있도록 세안, 화장용품을 항상 챙겨 다닌다. 그만큼 고인을 자신의 부모나 형제처럼 귀하게 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 믿음으로 지켜봐 달라"고 했다. 또 "고인의 마지막 길을 챙기는 장례지도사를 천직으로 여긴다"라며 "자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고 했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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