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시선] 'LK-99'와 정치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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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7 07:06  |  수정 2023-08-07 07:07  |  발행일 2023-08-07 제22면
과학, 상상력 가득한 질문
'꿈의 물질' LK-99 주목
수준 높은 과학적 사고 기반
정치, 수준 낮은 질문 횡행
수준 낮은 정치인 솎아내야
편집국 부국장

과학의 본질은 어쩌면 '꿈'이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질문이 담겨 있다. 상상력이 가득한 질문이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나는 한 번도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발견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론 물리학자로 꼽히는 아인슈타인의 말치고는 아이러니하지만, 세상을 바꾼 비밀의 열쇠로 평가받는다.

생명공학도 그렇다. '오래 살고 싶은 인류의 꿈'이 생명공학의 출발이다. 생명 연장의 비법을 탐구하면서 생명공학이 발전했다. 세포 노화를 막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과학자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요즘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LK-99'에도 인류의 꿈이 담겨 있다. LK-99는 상온 초전도체로 불리는 물질이다. 고려대 퀀텀에너지 연구소 이석배 연구진이 발견하고 제조했다고 주장한다. 초전도체란 전지 저항이 없는 물질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극저온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다. 초전도체 현상이 발견되고 11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는 발명되지 않았다. 퀀텀에너지 연구소의 주장이 검증을 통해 사실로 인정받는다면 인류 문명이 바뀔 수 있다. '꿈의 물질'인 셈이다.

과학적 사고는 수준이 높아야 한다. 인류의 미래와 문명이 걸려 있는 질문이 필요하다.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아인슈타인의 비이성적 사고가 빛나는 이유다.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검증도 받아야 한다. 새로운 질문에 대한 증거와 실험, 분석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지금 LK-99가 그런 과정을 밟고 있다. 과학적 사고는 LK-99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깊숙이 관여한다.

최근 정치판을 보면 수준 낮은 질문이 난무하고 있다. '꿈의 물질'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과학계와 비교하면 왜소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정적(政敵)을 제거하기 위해 난리를 친다는 인상을 준다. 과학적 사고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과학적 사고는 개방성을 전제로 깔고 있다. LK-99도 전 세계 과학계로의 인정을 받아야 초전도체 물질이 된다. 연구진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론 결코 안 된다. 정치적 주장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입장이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다른 입장에 대해 개방적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다. 편견으로 가득한 일방적 주장은 '괴담'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괴담 정치는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 대한민국 정치가 그렇다. 괴담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서울~양평 고속도로,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HAD) 전자파 논란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거짓말'이라고 맞서고 있다. 과학적 사고에 근거하지 않는 편견이나 선입견, 감정으로만 접근하는 게 최근의 정치판이다. 수준 낮은 질문은 당연히 수준 낮은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다.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나온 일부 의원들의 언행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만 만나면 원수를 대하듯 덤벼든다. 한 장관과의 문답이 화제를 모으면서 '노이즈 마케팅' 느낌마저 받는다.

내년 총선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여야를 떠나서, 과학적 사고를 갖추지 못한 수준 낮은 정치인을 솎아내는 무대가 돼야 한다.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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