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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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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육신사 배롱나무
매년 6월1일은 '의병의 날'이다. 1592년 5월23일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6월1일 홍의장군 곽재우가 의령에서 창의했다. 그 일을 기려 6월1일을 의병의 날로 기념하는 것이다.6월1일을 음력 4월22일로 표기한 글들도 있다. 그날 홍의장군의 머릿속 날짜는 분명 4월22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력으로 밝혀주어야 현대인의 계절 감각에 맞다.우리나라가 태양력을 채택한 때는 음력 1895년 11월17일이다. 고종은 그날을 양력 1896년 1월1일로 바꾸었다. 그렇게 볼 때 조선 세조의 붕어일은 9월8일일까, 10월2일일까?세조는 음력 1468년 9월8일 하세했다. 양력으로는 10월2일이다. 당시 사람들은 그날을 '음력 9월8일'이 아니라 그냥 '9월8일'로 인식했다. 태양력을 쓰지 않던 시대였으므로 그날이 양력으로 10월2일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세조라면 사육신이 떠오른다. 세조는 자신에게 맞선 사람들을 무수히 처형했는데, 남자 직계 후손들까지 몰살했다. 다만 단 한 사람, 박팽년의 손자만이 유복자였던 덕분에 살아남았다.박팽년의 시조를 읊어본다.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 밤인들 어두우랴/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까마귀가 눈 섞인 비를 맞아 언뜻 희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커먼 실체를 숨길 수는 없다. 빛나는 달이 밤이라 하여 흐릿해지는 법은 없다. 임금을 향하는 나의 충심도 변할 리 없다.박팽년의 절의가 단단하게 드러나 있는 훌륭한 시조 작품이다. 이런 시조는 방이나 사무실이 아니라 육신사 현장에 가서 읽을 일이다. 육신사는 사육신을 섬기는 공간이다.육신사는 박팽년의 손자 박일산이 살았던 달성군 하빈면에 있다. 육신사 경내에서 대표 건물로는 박일산이 직접 지은 태고정, 그리고 사당 숭정사와 사육신기념관을 손꼽을 만하다. 태고정은 국가가 지정한 보물이기도 하다. 숭정사는 삼문이 굳게 닫혀 있어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태고정은 사방으로 개방되어 있어 답사자의 마음에 역사의 물결을 일으킨다. 게다가 배롱꽃 철이면 육신사는 절경이다. 그 붉은 향기에 취해 이곳이 사육신 유적이라는 사실마저 잊을 지경이다. '그래서는 안 돼!'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를 다시 한번 반복해 본다. <소설가>정만진 (소설가)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두물머리와 정약용 유적 탐방기
두물머리는 천연 생태계다. 빙하기 이후 진화한 꽃과 나무, 살아남았던 새와 동물이 역사의 알리바이를 만든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수해 한강본류의 머리가 되는 곳. 거기에는 인생의 가장 즐거운 때, 마치 김환기가 그린 추상화 '십만 개의 점'과 '꽃의 아이들'처럼 가슴 뭉클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른 아침마다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저 강은 알고 있다. 여기가 청자 항아리 같은 공간이란 걸. 사방이 탁 트인 자연 경치와 산책로, 한강 제1경 두물경은 정말 감탄사가 비명을 지르는 장관이다.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자 일대가 그린벨트로 지정되었다. 고기잡이, 배 건조가 금지되고, 옛 영화가 부침한 나루터, 강변에 늘어진 수양버들, 그리고 물풀과 우거진 갈대 사이 정박한 황포 돛단배. 눈에 알레르기가 생길 정도다. 강가 마을은 무슨 로렐라이처럼 우리를 부른다. 그저 아름답다고 해야 할 경치로 인해 웨딩, 영화, 광고, 드라마, 촬영장소로 출사자의 발바닥을 시나브로 달군다. 사진작가들의 눈에 애면글면 군침이 흐르고, 특히 겨울 설경과 일몰은 렌즈에 멍을 때린다. 두물머리는 드라마 출사지로 엄지척을 세우는 곳.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명승지에 고유번호를 두고 있다.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 세 그루,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그 나무 그늘에서 하염없이 나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이테가 많아질수록 티가 난다는 느티나무, 마찬가지로 연민의 가슴을 되찾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 주름살에도 곰비임비 티가 나겠지. 이제 두물머리 물레길 그 길을, 발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걷는다. 길을 지우며 걷는 것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바람이여 걷는 저 사내 뒤에 부는 바람이여.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불어왔을 것이다. 아 아, 하츠네 미쿠의 '꽃의 아이'를 코러스 해 본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어, 평소처럼 꽃으로 왕관을 만들고 있는, 그때 너를 사랑하게 됐어, 외로운 것도 슬픈 것도 전부 다 끝이 나지만, 소원은 새에게 부디 들키지 않기를 이야, 그루터기에 둘이 나란히 앉아 있었어, 코끝에 나비가 앉아서 씨익 웃었어…' 나는 새에게 들키지 않고 그렇게 마재마을 다산 정약용의 유적지에 소원처럼 도착하였다. 정약용 생가·문화관서 여정 시작목민관의 자세 고민했던 삶 기려파란만장했던 생애 돌아보며 쓴그의 자찬묘지명 음미하며 마무리다산 정약용의 생가(여유당)와 문화관 기념관을 먼저 답사한다. 누가 뭐래도 다산은 우리 한국사 밤하늘의 안드로메다은하다. 거대 가스 행성을 거느린 밝은 별로,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크고 무거운 별과 그 군집 은하처럼. 그러하듯이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인 그는 박학다식한 학자, 수원 화성을 축조한 실력자, 훌륭한 관리, 한강의 배다리, 거중기 발명, 정조의 신임이 높았던 암행어사, 음악에서 의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그래서일까 다산(茶山)이라는 그의 호에 빗대 '다산(茶山)은 어떤 사상가보다 많은 것을 다산(多産)한 인물이다'라는 농담이 사람들 입술로 굴러다녔다. 정말 그의 망망대해 같은 사상은 다 헤아릴 수 없다. 저 안드로메다은하를 다 헬 수 없듯이. 그러하므로 정약용은 여러 이름으로 바느질한 키메라(Chimera)처럼 여전히 환영의 무언가이다. 다산은 사서육경을 통해 수기(修己) 즉 자기 마음을 닦고, 일표이서(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를 통해 치인(治人) 즉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다산이 살았던 생애의 배경과 일표이서에 나타난 그의 치세에 관한 정신은 어떤 것이었을까. 정약용은 조선조 영조 38년(1762년) 6월16일 경기도 광주 초부면 마현리에서 태어났다. 자는 미용, 호는 다산, 시호는 문도다. 다산의 부친 정재원은 목사(牧使)를 지냈고, 모친은 파평 윤씨다. 성실히 공부하여 28세 때 문과에 급제하였다. 이어 우부승지까지 승진했고, 36세에 곡산 부사를 지냈다. 이년 후 내직으로 이동, 형조참의 등을 역임했다. 1794년 경기도 암행어사로 제수되어 직책을 다하였다. 이후 여러 번 복직과 모함으로 유배를 당하였다. 다산을 신임하던 정조가 붕어하자, 1801년 신유교난으로 강진으로 유배, 그때 그곳에서 18년간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다산은 이 기간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목민심서도 이때 완성한 것이다. 유배에서 해제되자, 벼슬을 마다하고 고향에서 지내다가 현종 2년 7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다산의 파란만장한 일생은 한 편의 장중한 드라마였다. 다산이 살았던 시대는, 그전부터 그랬지만, 조정은 당파 싸움에 아등바등 정신이 없고, 백성은 굶주림에 허덕여 피폐해졌다. 즉 나라는 병들고 백성은 토지를 생업으로 경작을 하건만, 벼슬아치들은 백성을 논밭으로 삼아 등짝을 벗겨 먹고 배를 두드리는 비참한 현실이었다. 통치자들의 사리사욕이 횡행하는 나라가 온전할 수 있겠는가. 희망을 잃은 백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한 것인가. 삼천리 강토는 백성의 아픔과 신음으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생지옥에 빠져들었다. 이런 참담한 현실을 보고, 다감한 천재이자 어진 목민관이었던 다산이 그냥 있을 리 만무했다. 다산은 경전에 의거, 공리공론으로 하는 허식의 학문과 이를 이용하는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을 괴롭히는 원인으로 보고, 그 대안으로 벼슬아치가 청렴 공정 정의로 의식을 개혁하고, 실학으로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통치를 하면 나라를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뛰어난 선견지명이었다. 다산은 경세유표 서문에서 "…조용히 생각해 보건대 나라 전체가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부분이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는다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뿐이다(一毛一髮 無非病耳 及今不改 期必亡國而後己)…"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진 왕과 관료들이 개혁과 실학으로 통치할 리 만무했다. 그 결과 조선조 말 여러 강대국에게 이리저리 뜯기다가 마지막에 일제에 나라를 통째로 잃고 식민지가 되었다. 그러나 통치자들의 부정부패는 지금도 여전하다. 국가 상부 계급 특히 입법기관의 국회의원들이 사리사욕으로 정치하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주야로 정쟁만 일삼고, 그걸 위장하기 위해 끝없이 가짜뉴스, 선동, 날조로 사회를 혼란케 한다면 그 나라 미래는 역시 희망이 없을 것이다. 그럭저럭 오늘 답사의 마지막 장소인 다산의 묘소에 당도했다. 다산은 생전에 이미 자기 사후에 떠돌 마뜩잖은 억측을 차단하기 위해 명문의 자찬 묘지명을 지었다. 묘지명은 명료하고 사실적인 내용과 서릿발 같은 예지력이 숨어 있다. 그중에서 마지막에 있는 부분을 나름으로 재음미해 보자. 내 나이 예순이다. 나의 인생이었던 한 갑자 60여 년은 온통 죄에 대한 뉘우침으로 흐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 과거를 거두려고 한다. 과거를 회고하여 다듬고 현재의 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진정으로 지금부터 그물처럼 촘촘하게 내 몸을 닦고 앎과 행동을 하나로 하여 실천하려 한다. 저 하늘이 나에게 내린 지상의 명령인 본성을 고요히 해서 그걸 거울로 자신을 바르게 세우려 한다. 나의 본분이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한 생의 고해를 건너면서도, 하고 싶었던 말이지만 끝내 삼켜야 했던 말들이 이제는 스스로에게 털어놓은 고백이 되고, 스스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논어에 '불원천 불우인(不怨天 不尤人)' 구절이 있다. 그 뜻을 따른 것인지. 다산은 항상 현실을 받아들였고, 어떤 원망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실로 역사의 귀감이 되었다 할 것이다. 사기와 범죄를 밥 먹듯이 하면서 사과 반성이 한 번도 없는 수치를 모르는 집단이 있다. 그들이 이번 탐방에 참석했다면 무엇이라 했을까. 글=김찬일<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유판도 여행사진작가 ☞문의: 경기도 남양주시 문화관광과 (031)590-4760☞내비 주소: 다산 정약용 생가 (여유당)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93-2☞트레킹 코스: 두물머리~두물머리 물레길~다산 문화유적지~다산묘소 ☞인근의 볼거리: 석창원, 용문산 자연휴양림, 수종사, 두물머리 생태학교, 마재 성지, 황토마당, 조류생태습지, 아조타농원, 세지원, 대가농원다산 정약용의 초상화다산 정약용의 생가(여유당)시대를 앞서간 다산의 업적과 발자취가 전시된 다산기념관다산이 발명한 거중기실학박물관의 내부 풍경문도공 다산 정약용의 묘김찬일 (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주말&여행] 울산 당사동 우가마을…'우가차차 우가포' 포토존에 서면 붉은 등대·마을 전체가 내 것!
동해안로에서 우가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짧고 깊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작고 둥근 항구의 모습에 볼이 부풀기도 전에 회색빛으로 선 막강한 옹벽에 움찔한다. 스르륵 내려서는 마지막 경사로에 어부가 미역을 말리고 있다. 어부도 미역도, 용케 미끄러지지 않는다. 항구는 텅 비었다. 배들은 모두 뭍으로 올라서 있다. 당연히 배가 드나들던 항구였지만 2015년 어촌체험마을이 되면서 조업을 하지 않는 듯하다. 배들 곁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여는 순간 휘청한다. 바람이 세다. 눈앞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붙잡고 곧장 어부와 미역을 본다. 미끄러지지도 않고 휘청거리지도 않고 어쩜 저렇게도 잔잔할까. 그러고 보니 내항의 물결도 잔잔하다. 소가 누운 것 같은 지형이라 '牛家''아래·위' 마을·항구·등대 모두 2개책 수만권 쌓인 듯한 해안 절벽 절경어촌체험마을로 해녀의집 등 자리해 ◆우가마을 파도가 거칠다. 그예 벽을 넘어서지는 않을까 잠깐 생각한다. 파제벽 너머 가까운 바다에 갯바위들이 마치 방파제처럼 솟아있다. 질무섬, 고래아구리, 성냥암, 돈바우, 시내미(시할머니), 끝애 등 이름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파도는 그들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진다. 부서져 흩날리는 바다가 온 몸을 덮친다. 안개 같기도 하고 먼지 같기도 하다. 집들은 바닷가의 좁은 땅에 발을 붙이고 일렬로 서 있다. 마을 뒷산인 우가산이 꽤나 급하게 바다로 내려서는 모양이다. 그 산자락을 밟고 동해안로가 지나가고 그 아래에 우가 갯마을이 자리한다. 우가(牛家)는 마을의 지형이 소가 누운 것 같은 모습이라고 생긴 이름이다. 산의 이름도 마을에서 왔다. 산이 소가 누운 모습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마을의 이름이 산에서 왔다고도 한다. 무엇이 먼저냐를 놓고 몹시 골똘해진다. 우가마을의 북쪽을 윗우가마을, 남쪽은 아랫우가마을이라 부른다. 항구도 2개다. 윗우가항에는 2011년 6월에 불을 밝힌 하얀 등대가 서 있고 아랫우가항에는 한 달 뒤 불을 켠 빨간 등대가 서 있다. 하얀 등대의 빛이 2㎞ 더 멀리 간다. 마을 앞바다에 갯바위가 많고 파도가 거세다 보니 돌미역 채취의 적지로 알려져 있고 문어, 전복, 소라 등 품질 좋은 해산물이 풍부하다. 특히 봄에는 자연산 돌미역, 겨울에는 말똥성게가 명물이다. 해녀와 어부가 많았다는 우가마을이 관광자원으로 개발된 것은 한적하고 물이 맑아서 라고도 하고 어업활동에 한계가 생겨서 라고도 한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스노클링, 투명카누,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를 체험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고 한다. 횟집의 커다랗고 흐린 창 속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흘깃 보인다. 많다. 지금도 등대는 불을 켤까. 지금도 물질하는 해녀가 있을까. 그 사이 어부는 보이지 않고 미역만 환한 항구에 누워 있다. ◆윗우가항의 곶윗우가항에 접한 해안절벽은 전망대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윗우가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람들은 워낭 모양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렇다. 전망대 맞은편 길가 담벼락에 벽화가 선명하다. 바닷속에서 물질하는 모습과 함께 '세상에 이런일이' '인간극장' '이름 고정우, 나이 16세, 키 185, 몸무게 비밀, 특이사항 국내 최연소 해남!'이라 적혀 있다. 10대 소년은 이제 20대 청년이 되었겠다. 트로트 가수가 되었다고도 하고 가끔 고향을 찾아 물질을 한다고도 한다. 한 사내가 갯바위에 앉아 낚시를 한다. 우가마을에는 사계절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차디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학꽁치 낚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절벽에 놓인 산책로를 따라가면 다시 해안절벽에 오른다. 작은 솔밭이 펼쳐져 있고 북쪽으로 귀여운 캠핑카들이 줄지어 있는 강동 오토캠핑장이 보인다. 솔밭에 돗자리를 펴고 남녀가 누웠다. 절벽의 가장자리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로를 향해 가지를 뻗어 둥그런 창을 만든다. 이 소나무를 '이일송'이라 부른다. 하나가 되고 싶은 두 그루의 소나무다. 이일송의 동그라미 속에 부부나 정인이 서서 두 손으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받으면 두 사람이 동시에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지고 부부 금실이 좋아진단다. 그래서 이 일대는 '금실정'이다. 이일송 앞 벤치에 부부가 앉아 있다. 더할 것도 없이 금실 좋아 보인다. 우가포 해안의 절벽은 수만 권의 책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우가 마을 앞 모든 갯바위들이 모두 그렇다. 채석강은 기나긴 세월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이지만 우가마을의 바위는 용암이 급격히 굳어진 화성암이다. 굳어진 용암은 지상에 노출된 뒤 수많은 층으로 갈라졌고 파도에 닳아 모서리가 부드러운 곡면을 이뤘다. 절벽도 바위도 모두 내륙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울산 땅이 끌어당기는 힘이 한반도에서 가장 강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산책로에서 국가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개봄맞이꽃이 이곳에서 피어난다는 안내문을 본다. ◆아랫우가항의 곶윗우가항과 아랫우가항은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항구는 역시 텅 비었는데 배들은 모두 윗우가항 옆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옅어진 벽화들도 보인다. 2019년 TV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건후와 나은이가 이곳을 다녀갔다고 한다. 항구 앞 갯바위지대 초입에 해녀의 집이 있다. 해녀의 집은 2009년도에 생겼다. 양복을 차려입고 하얀 장갑을 낀 사람들이 해녀의 집 앞에서 준공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는 모습을 기사로 보았다. 그때는 우가마을 해녀가 30명이었다고 한다. 또 언젠가는 15여 명, 또 언젠가는 10여 명이라고 했는데 지금 해녀의 집 벽면에는 해녀의 웃는 얼굴이 여덟이다. 그녀들에게 쉼터가 되어주었던 해녀의 집은 시간의 흐름만큼 낡았고 한동안 누구도 숨을 불어넣지 않은 것처럼 털썩거리는 천막 소리만 집안을 돌아다닌다. 갯바위 지대에 놓여있는 산책로를 따라간다. 파도가 높지만 제법 아무 생각이 없다. '우가차차 우가포' 포토존이 있다. 붉은 등대가 프레임 속에 들어오고 그 뒤로 우가마을 전체와 금실정까지 조망된다. 주변에 쉼터가 조성되어 있는데 울산 주민 720명이 이 해변, 저 동네를 다니며 모은 폐플라스틱 400㎏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바위들은 윗우가항의 절벽만큼이나 신비롭다. 책 한 권을 쏙 꺼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꿈쩍도 않는다. 바다가 부셔놓은 돌들은 각졌고 더러 날카롭고 드물게 둥글다. 오래 돌들을 만지다 가장 날카로운 돌에 손가락을 베이고서야 일어선다. 가장 높은 바위는 전망대다. 이곳이 '끝애'인가. 파도는 바위들 사이에서 무시무시하게 휘몰아치고 눈앞은 뿌옇다. 멀리 하얀 등대와 배들이 아슴아슴하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 Tip경부고속도로 경주IC로 나간다. 나정교삼거리에서 내남, 울산 방향 우회전, 내남교차로에서 좌회전한 뒤 오른쪽 부산, 울산 방면으로 간다. 외동교차로에서 우회전해 7번 국도를 타고 계속 내려가다 상방사거리에서 좌해전해 31번 국도를 타고 가면 울산 정자항에 닿는다. 동해안로를 타고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강동오토캠핑장 지나 바로 우가항 입구다. 우가마을은 울산 북구의 '강동사랑길'에 속해 있다. 해안가와 도로와 산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면 북쪽으로는 제전항, 남쪽으로는 당사항과 이어진다.'우가차차 우가포' 포토존. 붉은 등대가 프레임 속에 들어오고 그 뒤로 우가마을 전체와 금실정까지 조망된다.윗우가항은 배가 드나들던 항구였지만 2015년 어촌체험마을이 되면서 배들은 모두 뭍으로 옮겨졌다.우가마을의 절벽과 갯바위들은 수만 권의 책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굳어진 용암이 지상에 노출된 뒤 수많은 층으로 갈라졌다.절벽의 가장자리에 소나무 두 그루가 서로를 향해 가지를 뻗어 둥그런 창을 만든다. 이들을 '이일송'이라 부른다. 하나가 되고 싶은 두 그루의 소나무다.
대구·경북 오늘의 날씨 (9월 08일)…구름 많다가 맑아짐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피가로~피가로~피가로'(벤 르윈 감독·2020·영국 외)…낭만적인 오페라 선율에 실린 꿈과 사랑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관에서 봐야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가능한 시간에 딱 맞춰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놓친 영화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우리에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 지나간 영화들을 언제든 골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가을에 보면 더 좋을, 놓쳐버린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선 2022년 11월에 개봉되었다. 명작 오페라의 선율, 꿈과 사랑, 거기에 스코틀랜드 풍경이 멋지게 어우러진 힐링 영화다. 런던의 잘나가는 펀드매니저 밀리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오페라 가수에 도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로 떠난다. 오지나 다름없는 시골 마을 드럼버칸에는 괴팍한 스승 메건과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오페라 가수의 꿈을 키우는 맥스가 있다. 밀리와 맥스는 스타로 가는 관문인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싱어'에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연습한다. 서로 견제를 하면서도 조금씩 애정이 싹트는 밀리와 맥스. 둘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의 시작은 '로미오와 줄리엣' 중 줄리엣의 아리아, 영화의 마지막은 '돈 조반니' 중 이중창이다. 음악회에서 성악가들이 즐겨 부르는 명작 아리아들이다. 그 외 '피가로의 결혼'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등 명작 오페라 속의 주옥 같은 아리아들이 펼쳐진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음악에 빠지고, 풍경에 취한다. 귀가 즐겁고, 눈이 즐거운 영화다. 난생 처음 듣는 오페라에 푹 빠지는 영화들이 있다. '쇼생크 탈출'의 죄수들이 그랬고,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그랬다. 오페라 명곡은 심장을 뛰게 하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원제는 '폴링 포 피가로(Falling for Figaro)'. 오페라와 첫사랑에 빠질 만한 영화다.각본, 감독을 겸한 벤 르윈의 연출이 매끄럽고, 밀리 역 대니엘 맥도날드와 맥스 역 휴 스키너의 재능이 돋보인다. 물론 노래는 오페라 가수가 대신했다. 괴팍하지만 속은 따뜻한 스승 역 조애나 럼리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빌리 엘리어트'의 아버지 게리 루이스의 감초 연기가 웃음을 선사하고, 시골 마을의 인심도 정겹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다. 촬영지는 스코틀랜드 북부 하이랜드다. 오페라 아리아와 풍경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사랑스러운 앙상블의 카르페 디엠 코미디"라는 평이 적절해 보인다."늘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펀드 매니저만 하다 죽고 싶지는 않아요." 밀리의 대사다. 꿈 같은 말, 어디까지나 영화의 대사다.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오페라 가수는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에 "저 그렇게 늙지도, 늦지도 않았어요"라는 대답만큼은 기억하고 싶다. 꿈이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라, 소박한 것일 수도 있다. 밀리처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꿈을 찾아보자. 우린 그렇게 늙지도, 늦지도 않았으니까. 영화 칼럼니스트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메디컬 窓] 과잉 공급된 수도권 대형병원 병상, 강력 규제 필요
최근에 70대 환자가 서울에 있는 상급 종합 병원에 가기 위해 진료 의뢰서를 발급받으려고 내원하였다. 그 환자는 단순 두통만 있는 상태여서 종합병원의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아들이 예약을 해 놓아서 진료 의뢰서를 원한다고 하였다. 이 환자뿐만 아니라 많은 경증 환자들이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의 진료를 받으러 상경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대형 병원들은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8년 이후 수도권에 최소 6천600개 병상이 더 생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는 기준 인구 1천명당 12.8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OECD 평균 4.3개의 약 2.9배에 달한다. 예정대로 분원이 설립된다면 불과 5~6년 사이에 기존 병상 대비 30%에 가까운 병상이 수도권 지역에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최신 설비를 갖추고 교수급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종합병원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닐까? 문제는 수도권에 대형 병원들의 병상이 늘어나게 되면 환자뿐만 아니라 지방의 의료 인력까지 흡수하여 지금도 경고등이 켜져 있는 지역의 필수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병상 6천600개 확대에 따라 의사는 약 3천명, 간호사는 약 8천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지역의 의료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2000년대 초반부터 보건복지부가 병상 총량제를 도입해서 전체적인 병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 무렵에도 한국의 인구 1천명당 병상 수는 OECD 평균을 넘어선 상태였다. 20여 년 전부터 한국은 전반적으로 병상이 과잉 공급돼 있어 병상을 늘리기보다는 줄여야 하는 상태였다. 예상이 어려웠던 일도 아닌데 정부가 분원 설립에 제동을 걸 수는 없었을까? 기본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 신규 개설 허가 권한은 중앙정부가 아닌 시·도지사가 가지고 있다. 지자체 단체장과 지역 정치인들 입장에서 대학병원 유치는 가시적 성과가 된다. 주민들도 병원 이용 측면에서나, 부동산 개발 측면에서나 이를 호재로 여긴다. 제도적으로 병원이 무분별하게 설립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늦었지만 지난 8월 국회에서는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개설하려는 경우,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사전 심의·승인을 받도록 하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개설 시,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또한 복지부도 최근에 과잉 공급된 병상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하였다. 문제는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소급적용하기는 어려운 점이다. 하지만 분원이 개원 후 병상의 단계적 확장을 추진한다면 이에 대한 제재는 이뤄질 전망이다.의료 인력의 지역분배 실패는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응급환자 진료가 더욱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팀 구성이 안 되니 의욕적으로 수술을 하려는 교수들이 점점 더 서울·수도권 지역으로 집중될 것이 자명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 균형을 고려한 병상 배치 정책을 시행하여 지역의 의료 불균형과 필수 의료붕괴를 막아야 할 것이다. 곽재혁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곽재혁신경과의원 원장)곽재혁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곽재혁신경과의원 원장)
[광장에서] 남용되는 탄핵 논의에 대한 단상
작년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로 159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주무부처 장관인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했고, 지난 7월25일 헌법재판소는 이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야당이 다수당이라는 점을 이용해 탄핵요건에 해당하는 것이 불명확함에도 탄핵을 의결해 장관의 공직 수행을 중단시킨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잼버리 파행,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 등과 관련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급기야는 야당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카드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한국은 2004년 노무현, 2017년 박근혜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 경험이 있는데, 탄핵이 매우 중요한 정치적 갈등 해결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집권당인 민주당이 반란에 가담한 사람은 선출직을 맡을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를 적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막으려고 하자, 공화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 비리 의혹을 이유로 탄핵 조사를 압박하는 등 여야 간 극단 대치로 치닫는 형국이다.원래 탄핵제도는 그리스와 로마에서 기원하였으나, 근대적 의미에서는 영국에서 국왕이나 정부고관의 범죄와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권력자의 압력이나 간섭 때문에 어렵다는 점에서, 의회가 이를 고발하고 국왕 외에는 그 직에서 파면하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취지는 현재에도 마찬가지이며, 우리 헌법재판소는 탄핵은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행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나 법관 등과 같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의회가 이를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절차로 정의하고 있다. 공직자 파면이라는 의미 외에도 의회가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서도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이런 취지와 달리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을 해결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탄핵제도가 정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야당이 다수당인 경우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전이라도 탄핵 의결만으로도 권한 행사를 정지할 수 있어서 탄핵제도 남용의 유인이 존재한다. 또한 대통령이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경우 의회와 대통령이 모두 대의에 기반한 정치적, 헌법적 정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의회만 탄핵소추권이라는 막강한 정치적 무기를 가지는 것은 대의 권력 간 견제와 균형 원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탄핵은 국가권력 담당자가 헌법을 침해하는 상황이 있는 경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로 그 자체로 매우 엄중한 사항이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65조상 탄핵소추의 요건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와 달리 '법 위반의 중대성'도 추가적인 요건으로 구체화한 바 있다. 결국 탄핵 상황은 헌법적으로 보면 매우 비정상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으로 가급적 최소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권은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각 진영 차원의 논리에 따라 탄핵을 논의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쟁에 불과하여 국민의 정치 불신을 심화시킨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안 그래도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관차 같은 현 정국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탄핵 논의로 인해 더 증가하고 있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고] 이상동기 범죄 예방 범시민 관심 필요
최근 '이상동기 범죄'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경찰은 강력한 특별치안활동을 펼치고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동기 범죄는 신종 범죄가 아니다. 과거에도 계속 발생했으나 최근 SNS·미디어 발달로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전파 범위가 넓어졌다. 그 결과 우리는 더욱 불안해졌다. 이상동기 범죄는 단기적·집중적 처방도 중요하지만, 완전한 예방을 위한 장기적 해결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경찰력 보강이 필요하다. 범죄 피해는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예방이 중요하다. 경찰관 개인의 능력을 강화하고 효율적 구조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현장 경찰관이 많아야 한다. 경찰청은 현재 현장 경찰관을 대폭 늘리는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지자체와 정부기관의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경찰법) 제2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경찰법(자치경찰제 이전)에서는 '지자체'가 없었다. 그만큼 지자체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범죄예방활동은 CCTV 같은 방범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꼭 필요한 예산으로 보이지만 사건이 없으면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 방범시설 예산이다. 현재 같은 이슈가 없어도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시민 관심 또한 필요하다. '가정 내 불안'을 외부에 적극 알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은 가족 구성원이 가장 먼저 안다. 곪기 전에 사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또한 그런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아픈' 가족이 압박받지 않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율방범대처럼 직접적으로 범죄예방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순찰활동을 하는 자율방범대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존경은 필요하다. 자율방범대라는 '시민의 눈'이 CCTV 역할을 할 수 있다. 올해 자율방범대법이 시행됐고 앞으로 그들의 활동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제도의 개선 역시 중요하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 또는 강력한 처벌 규정 신설, 사법입원제 도입 등이 현재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방안들이다. 또한 정신질환자 관리와 피해자 지원 등에 대해서도 제도적 개선을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학계 연구도 중요하다.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단편적, 파편적 연구로는 개개 사례의 원인 확인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상동기 범죄의 다양한 개인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을 파악하고 종합적인 예방 정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범죄학·심리학·사회학·생리학 등의 광범위한 학제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런 융합적 연구의 결과물을 통한 종합적 예방정책은 공무원에게 정책적 자신감을 주고, 시민에게는 정책에 대한 신뢰감을 줄 것이며, 그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많은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 범죄예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와 관심이다. 범죄예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범죄 불안감을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 바꾸면, 외면하지 않고 신고하게 될 것이고 경찰과 자치단체에 지속적으로 조치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범죄예방 최우선'이라는 원칙이 모든 개인·민간사회·공공기관의 행위준칙을 세우는 데 근거가 되는 보편적 법칙으로 자리 잡아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되는 날을 꿈꿔 본다. 김도한〈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과 생활안전계장(경정)〉김도한〈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과 생활안전계장(경정)〉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6]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
너른 서울 광장에 포댓자루가 잔뜩 쌓인다. 빵빵한 자루마다 매운 단내가 푹푹 퍼진다. 이게 다 고추다. 영양 고추다. "매운 놈, 덜 매운 놈, 바짝 말린 놈, 곱게 갈린 놈, 다 있어." 와르르 펼쳐진 고추에 반지르르 윤이 난다. 잘 마른 고추가 사각사각 맑은 소리를 낸다. 뜨거운 햇살 먹고 자란 고추에 한 해의 수고가 고스란히 담겼다. 긴 장마도 큰 태풍도 다 이겨낸 그 대견한 것들을 어르는 손길에 눈가가 맵다. 왁자하게 모여든다. 후하게 담고 넉넉히 산다. "좋다고 사가고, 이쁘다고 사가고, 이렇게 큰 놈 처음 봤다고 사가고, 자랑한다고 사가고, 많이 사가." 이제 곧 서울 광장은 커다란 고추 시장이 된다. 18~20일 사흘간 올해로 15회 축제'영양고추는 언제나 옳다!' 주제로토종 '수비초' 비롯 특산물 한자리추석·김장 생각한다면 '일석이조'◆2023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2023년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이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올해 15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영양고추는 언제나 옳다!'라는 주제로 도농상생의 농특산물 한마당으로 펼쳐진다.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은 2007년부터 영양고추의 판매촉진을 위해 전국 자치단체 최초 단일테마로 개최해 온 최대 농특산물 직거래 행사다. 지난해 열렸던 14회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에서는 3일 동안 8만여 명의 관람객과 소비자들이 행사장을 찾았으며 농특산품 판매 18여억 원의 매출과 5억여 원의 생산자 직거래 주문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또 TV광고, 프로그램 PPL광고, 신문보도, 오프라인 프로모션 행사 등으로 350억원 이상의 홍보 및 경제유발 효과를 거뒀다.이번 페스티벌에는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된 60여 농가와 영양고추유통공사, 영양농협, 남영양농협 등 우수 고춧가루 가공업체가 판매 주체로 참여한다. 영양군에서 땀과 정성으로 키워낸 최고 품질의 영양고추와 고춧가루, 그리고 보름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대비해 사과, 전통장류, 버섯나물류 등 영양군민들이 애정을 담아 키운 가장 자신 있고 품질 좋은 가공품과 특산품들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영양군연합회에서는 제품의 안정성과 소비자들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재배과정부터 수확, 건조, 상품포장 등의 전 공정에 대한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수행해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아울러 신안소금, 의성마늘과 연계해 김장철에 대비하는 폭넓은 행사를 기획했다. 축제장에는 우수 농특산물 홍보 사절단인 영양 고추아가씨들이 현장을 누비며 판매활동에 앞장선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 소비자들을 위한 배달서비스와 우체국 택배 서비스도 마련된다.지난해 개막식 대신 실시해 큰 호응과 공감을 얻은 농산물 나눔 행사를 금년에도 15주년의 의미를 담아 추진한다. 행사 첫날에는 KBS '6시 내 고향' 영양군 특집 생방송을 통해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이다. 또한 축제장 곳곳에 홍보전시관과 영양고추 테마동산 등 많은 볼거리를 준비하고 다양한 시민참여행사를 열어 방문객들의 호응을 높일 계획이다. 전시 홍보 부스에서는 여성군자 장계향 선생이 쓴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음식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소개하고 문화관광 홍보전시관에서는 아름다운 청정 영양을 적극 홍보한다. 흥겨운 레크리에이션과 '토크쇼 김치 명인의 김치 & 고추이야기' 등 관람객 참여행사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도 가질 예정이다. 고추 하면 영양고추다. 어느 농촌이든 고추농사를 짓지만 각 지역에서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특산물을 타 지역보다 좋다고 하는 것은 토양과 기후, 일조량 등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고추 생육에 적당한 온도는 주간 25~30℃, 야간 15~20℃다. 영양군은 고추 개화 결실기의 주야 온도 차가 11.3℃로 크고 일조시간이 길어 기후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대대로 내려오는 영양 농민들의 노하우가 결합돼 영양고추의 우수한 품질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영양고추는 맛과 품질, 가격 모두에 자신 있다. 2012년 농촌진흥청 생활과학연구소의 성분 분석에 따르면 영양 홍고추와 고춧가루의 경우 단위 100g당 당질과 섬유질, 비타민 A, 비타민 B2, 비타민C의 함유량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 뿐만 아니라 과육이 크고 과피가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난다. 또한 단맛과 매운맛이 잘 조화되어 매콤달콤한 고추 고유의 맛과 향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추 중에서도 명품고추로 평가받는 영양 토종 고추인 '수비초'의 명성은 전국을 넘어 세계적이다. 더불어 단일 고춧가루 가공공장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영양고추종합가공센터에서는 세척과 건조, 가공의 일괄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위생, 맛, 색깔을 살리고 영양소를 보존해 국제 규격에 상회하는 고품질 고춧가루를 생산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축제장, 그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행사장 곳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전기 등 위험 시설물에는 안전펜스와 전기보호대 등을 설치한다. 또한 인근 경찰서와 사전 비상체계를 구축해 행사 기간 야간 순찰을 강화하고 야간 경비요원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대책, 소방대책 및 잡상인의 행사장 유입 방지를 위한 대책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벌써 15주년이 되었다. 소비자를 찾아가는 축제는 이제 소비자가 가장 기다리는 도농상생의 한마당 큰 장터로 자리 잡았다. 영양군에서는 많은 소비자가 해마다 행사를 기다리고 찾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번 축제는 예년보다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한가위를 앞둔 초가을, 미리부터 김장을 염두에 둔 엄마들의 눈과 손이 바쁘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지난해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새빨간 고추터널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올해 축제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다.한 시민이 축제장 한쪽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고추 분경을 살펴보고 있다.영양고추 판매 부스를 살펴보는 오도창(맨 왼쪽) 영양군수와 내빈들.지난해 축제 기간 8만여 명의 관람객과 소비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문화산책] '고음악 산책'으로의 초대
'아리갓단 고음악 산책'을 다녀왔다. 대구미술관 옆 대덕마을 산기슭에 '공간울림'이 있다. 이 연주공간에 쳄발로가 새로 들어왔고 그것을 자축이라도 하듯 '아리갓단 고음악 앙상블'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런 생소한 고음악 연주회에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올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간울림으로 향했다. 기우였다. 크지 않은 공연장이지만, 모든 좌석과 뒷자리까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연주회는 새로 들어온 쳄발로와 함께, 두 대의 바로크 바이올린, 바로크 첼로 그리고 고음악 전문 성악가의 연주로 이루어졌다.바로크 현악기는 자연소재인 거트현을 사용해 조금은 거칠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소리가 난다. 조금 느슨하게 휘어진 활을 사용해 그 타이밍과 강약의 표현이 독특하다. 그러한 독특함은 성악가의 목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비브라토를 자제한 깨끗한 소리, 정교하게 다듬어진 한 음, 한 음이 감동적으로 와닿았다. 쳄발로는 예민한 리듬감과 뛰어난 음악 해석력을 요구하는 악기인데, 대구에서 전문 쳄발로 연주자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연주를 마치자 관객들이 환호했다. 기대치 않던 선물을 받은 듯 기뻐했다. 다울런드의 음악으로부터 르클레어의 음악까지 '아리갓단 고음악 앙상블'이 연주한 모든 음악에 크게 호응했다. '생소한 음악'을 염려하던 내 마음도 활짝 열렸고, 그 시간을 질적으로 누렸다.독일 유학 시절 고음악에도 관심이 있어 고음악 전공수업을 청해서 들었다. 르네상스 이론과 대위법 수업을 담당한 코르데스 교수는 고음악 전문단체인 'Weser-Renaissance 앙상블'의 음악감독이면서 음악대학의 학장이었다. 내게 자신의 수업을 돕는 강의조교 역할도 부탁하셨고, 후에 DAAD장학생으로 추천도 하셨다.그러한 인연이 있기도 해서 고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이번 공연이 반갑기만 했다. 나는 고음악을 좋아하면서도 관객이 모두 함께 환호하며 즐기는 고음악 연주회를 기대하지 못했다. 작은 공방에서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든 수공예품을 만난 듯한 기쁨을 함께 누렸다. 아! 우리도 고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속으로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공간울림이 주관하고 KBS대구클래식FM이 함께한 '아리갓단 고음악 산책'은 총 3회로 구성된 시리즈 공연이다. 10·11월에도 공연이 이어진다고 하니, 음악과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혼자 누리기에 아까운 이 '선물'을 받아 가시길 바란다. 박철하<작곡가>박철하 (작곡가)
[포토뉴스] '크래쉬 배기지' 팝업 행사
대구신세계 3층 행사장에선 다음달 3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파비아에 의해 론칭된 '크래쉬 배기지' 팝업 행사를 진행한다. 디자인성과 기능성을 특히 강조한 제품이 눈에 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제공>
대구·경북 오늘의 날씨 (9월 07일)…가끔 구름 많음
[알림] 제9회 영남일보 국제축구대회
영남일보는 일본 사가현 도스시를 연고로 하는 J리그(1부)에 소속된 일본 프로축구 클럽인 사간도스팀을 초청, 대구시민프로축구단 대구FC와 9월8일(금) 오후 7시30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국가 대항전 성격의 친선 축구경기를 개최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년 동안 열리지 못했던 영남일보 국제축구대회는 시민구단인 대구FC와 일본 J리그 명문 프로축구단이 수준 높은 한·일전을 펼쳐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영남일보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일 양국 두 도시 간 스포츠 교류확대 및 관광교류 증진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현재 K리그 강원FC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윤정환 감독이 2013년 사간도스 감독으로 팀을 이끌고 방문한 이후 10년 만의 재대결로 주목받고 있는 이번 대회에 대구시민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날짜 : 2023년 9월8일(금요일) ▨시간 : 개막식 오후 7시30분 / 경기시작 오후 8시 ▨장소 : DGB대구은행파크 ※입장권 구매문의 : 영남일보 문화사업부(053)757-5444 후원: 대구광역시 협찬: DGB대구은행 주최·주관: 영남일보·대구광역시축구협회
[더 나은 세상] 대형 산불을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
매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UN 산하의 IPCC로부터 보고되고 있다. 그 자연재해 중 하나로 알려진 대형산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2015년 인도네시아에서 261만㏊(1㏊=3천25평)를 태운 산불로 50만명 이상이 급성 호흡기 질환에 걸려 이 중 약 10만명이 조기 사망했다는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19년 6월의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 발생한 대형산불은 2020년 2월에야 진화되었고 이 불로 호주 전체 산림면적의 약 14%가 불에 타 재가 되었다. 2020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형산불이 일어나 LA의 시내 주택지역까지 번졌고 이어 2022년 7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대형산불로 국립공원은 폐쇄되었다. 올해 들어 5월에 캐나다 서부지역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해 하루 사이에 그리스의 국토넓이만큼 번졌고 9월 현재까지 진화되지 않고 북부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2021년에 유례없는 큰 산불이 일어났으나 지난 7월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하여 11일 만에 8만㏊를 태워 그 피해 규모를 갱신하는 악몽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 8월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섬의 대형산불로 수백 명의 사망자와 1천명 이상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산불 발생에는 '30-30-30'의 법칙이 있다. 기온 30℃ 이상, 풍속 시속 30㎞ 이상, 습도 30% 이하가 되면 조그마한 불씨도 큰 산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폭염을 증가시키고, 대류현상을 활발하게 하여 번개도 자주 발생하게 한다. 미국 국가기후평가(NCA) 보고서에서는 번개에 의한 산불이 2060년까지 최소 3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50년까지 대형산불은 지금의 약 2배 정도 발생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2015년 발생한 인도네시아 산불은 약 1.6~1.8GT(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는 그해의 인도네시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0%에 달하는 수치이고, 2020년 캘리포니아의 대형산불은 1억2천7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이것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의 미국 정부가 노력해 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배 수준이었다고 한다. 17년간의 미국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지구 온도 상승은 수분 증발을 일으키고 대형산불의 원인이 되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키고 다시 기온상승의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대형산불은 현재 대부분 일정한 기후를 갖고 있던 해양성 기후 지역에서 발생하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서부, 오스트레일리아, 하와이, 인도네시아 지역의 삼림은 미국 동부나 우리나라 같은 변화가 심한 대륙성 기후 지역에 비해 지구온난화의 충격을 크게 받아 최근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큰 산불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산불로 이재민이 되었던 하와이의 한 주민이 뉴스 방송에서 울먹이는 장면을 보았다. 관광객들은 여름을 즐기려고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자신들은 살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이들이 야속하다고 했다.최근 대구의 어느 구에서 구민을 대상으로 지구온난화를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였는데 응답자의 70%가 못 느낀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복 받음을 노래하기 전에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도 대형산불의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정재학 영남대 교수정재학 영남대 교수
[문화산책] 골목길과 엘리베이터
어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화가 났다. 내려서 집에 들어오니 더 화가 났다. 주인 손에서 풀려난 강아지를 갑자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무서움을 표현했는데 그것이 주인에게는 상처가 되었나 보다. 나는 정말 놀랐다! 억울하다. 아파트 거주가 대부분인 도시의 삶, 고층 아파트 문화에서 엘리베이터는 만나고 헤어지고 눈인사하고, 시선이 부딪히며 무언의 대화가 오가는 공간이다. 서로 마주할 일 없는 아파트에서의 유일한 소통창구인 엘리베이터는 매일 만나는 골목길 같다. 골목길은 사람이 움직이지만, 엘리베이터는 공간이 움직인다. 골목길의 초입은 항상 북적이고 시끄러운데 가까워서 좋다. 아파트의 저층부는 엘리베이터에서 빨리 내려 내 공간으로 갈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가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더 타고 있고 싶을 때도 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닫힌다. 사람이 왔다가 간다. 골목길에서 하늘을 보며 자유롭게 걷고, 엘리베이터의 기하학적 공간 안에서 시선을 숨기며 잠시 머문다. 이것은 이성적인 시선을 접하는 도시 공간적 시선이다. 퇴근길에 만나는 엘리베이터는 오늘의 감정을 정리하는 첫 단추이다. 사람과 사람은 격리되는 것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 위로받기를 원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시공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다.2018년 '서울시 골목길 재생 기본계획' 보고서에는 "골목길은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자연을 닮은 서민 주거지로, 사회적 생태계의 서식지"라 쓰고 있다. 연속적 기억을 남기는 골목길에 반하여 찰나의 기억을 주는 엘리베이터는 연속적이지 않기에 개인의 정서가 공간에 영향을 미친다.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는, 현대인이 원하는 느슨한 연대와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러한 수직 골목 안에서는 선택할 수도 없고 숨을 곳도 없다. 과거 골목길은 삶의 일부로서 기억을 형성해 왔고 지금은 엘리베이터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골목길 산책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낭만이라면, 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타기는 빨리 도착하기 위한 찰나의 공간으로만 여겨지는 게 아닐까? 막힌 골목길 같은 엘리베이터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도시에서 엘리베이터는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은 우리 동네 사람들이다. 출근길의 첫 만남도, 퇴근길의 마지막 만남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모이고 싶어 하는 현대인에게 과거 골목길의 역할이 엘리베이터에 적용되어 현대적 의미의 골목길로 변모하기를 바란다.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나의 도시적 감상을 시작한다. 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실마리 안 보이는 의대 증원 갈등
의대 지역인재전형 95%는 '수능 최저' 충족해야…의대 입시 '변수'
"대한의사협회, 대구 등 전국 6곳서 촛불집회 열고 의대 증원 강행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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