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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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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복권720+ (제177회)
[정만진의 문학 향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015년 9월22일 뉴욕 양키스 역사상 최고 포수로 평가받는 요기 베라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월드 시리즈에 14차례 출전해 최다 출장 및 최다 안타 선수로 미국 야구사에 이름을 남겼다. 1951년, 1954년, 1955년에는 최우수선수로도 뽑혔다. 요기 베라는 지도자로서도 양대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고, 올스타에 3회 선정되었다. 그는 별명 '요기즘(Yogiism)'으로도 유명하다. 요기즘은 '명언 제조기'라는 뜻이다. 그는 가정형편 탓에 8학년(한국의 중2)에서 학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짧은 학력에도 촌철살인의 말을 많이 남겼다. "야구는 90%가 정신력이다(Baseball is 90% mental)" "모든 기록은 깨어지기 전까지는 깨어지지 않을 줄 여겨진다(I always thought that record would stand until it was broken)" 등등.그의 명언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이다. 1973년 그가 감독을 맡고 있던 뉴욕 메츠는 내셔널 리그 동부 시리즈에서 꼴찌를 하고 있었다. 기자가 "당신 팀은 글렀어!"라고 야유했다.이때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베라의 말 그대로 메츠는 동부 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요기 베라의 사례가 말해주듯이, 일상생활의 언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예술이 될 수 있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능력은 학력 또는 표현력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가치관의 소산이다. 그 점을 요기 베라는 증언해 주었다.그의 말만이 아니라 현실의 모든 일은 끝나야 결과가 정해진다. 세상만사 어떤 것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인생에 '스토리'가 있는 지도자를 대중이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인류 역사가 발전할수록 비극이 발전하고, 장구한 스토리를 가진 소설이 성장하고, 서사시가 태동한 것 역시 그 때문이다. 개인의 삶이든 국가의 미래든 그것이 예정조화설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고 어떤 가치가 있겠는가.다른 갈래의 글쓰기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소설 창작만의 교육 효과도 그 점에 있다. 본인이나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라. 막연하게 느껴왔던 모든 것들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쓰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소설가〉정만진 (소설가)
[임무출의 우리말 알아맞히기] 제650회
■ 가로열쇠 1. 여럿이 모두 있는 대로. =골고루. *혼수를 ○○○○ 다 준비하였다. 3. 낳은 지 얼마 되지 아니한 아이. 이것의 준말은 '갓난애'이지요. *어머니가 ○○○○에게 젖을 빨리다. 7. 머리에 쓰는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예전에, 부녀자가 내외를 하기 위하여 머리와 몸의 윗부분을 가리어 쓰던 치마를 '○○치마'라고 하지요. 8. 젖먹이 때 나서 아직 갈지 않은 이. =젖니. 9.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 풀. 이것의 준말은 '외'이지요. *○○는 씨가 있어도, 도둑은 씨가 없다. 12. 얇은 쇠붙이나 유리 따위가 맞부딪치거나 부러질 때 가볍게 울리어 나는 소리. 이것의 샌말은 '쨍강'이지요 *유리컵 두 개가 ○○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13. 우묵하게 빠진 땅의 가장자리로 약간 두두룩한 곳. *○○에 누운 소.(속담) 17. 삼원색의 하나. 파란 물감이나 빛깔. (큰말) 퍼렁. 18. 소의 기름. =우지. 19. '숟가락'의 높임말. *할아버지께서 먼저 ○○를 드셔야지요. 22. 벅찬 일을 능히 치러 낼 힘과 강단이 있다. *아무리 힘겨운 일이라도 그것을 해낼 정도로 사람이 ○○○○. 23. 어떤 집단이나 조직의 가장 윗사람. *너는 언제나 ○○○○ 노릇을 하는 학생이었지. ■ 세로열쇠 1. 글자, 특히 한자를 쓸 때, 획을 빼거나 약자로 쓰지 않고 바르게 갖추어 쓰다. 2. 가죽으로 만든 우리 고유의 신을 통틀어 이르는 말. =가죽신. 4. 광산에서, 굴이나 구덩이 속에 들어가서 하는 허드렛일. 5. 자꾸 밉살스럽게 지껄이며 빈정거리는 모양. '이기죽이기죽'의 준말. 6. 배내(남의 가축을 길러서, 다 자라거나 새끼를 친 뒤에 주인과 나누어 가지는 일)로 작정하고 기르는 닭. 주인과 나누어 가지기로 하고 기르는 닭. 10. 행동이나 말이 얄밉도록 약삭빠른 사람을 낮추어 이르는 말. *그 사람은 나이는 어리게 보이나 여간 ○○○가 아니다. 11. 땅이 움푹하게 팬 곳. 또는 땅을 우묵하게 파낸 곳. *흙을 우묵하게 파낸 자리를 '흙○○○'라고 하지요, 14. 성미가 깔깔하다. 성질이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 *그 사람은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성미가 강○르○. 15. 얼굴에 번질번질하게 끼는 기름. 16. 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대어 지은 저고리. 20. '엄지가락'의 준말. 엄지손가락이나 엄지발가락을 통틀어 이르는 말. 21. 재래식 바느질 도구의 한 가지. 바느질할 때 불에 달구어, 솔기를 꺾어 누르거나 천의 구김살을 눌러 펴는 데 쓰임. *○○로 한복의 동정 깃을 다리다. <>응모요령 ▨제650회 '임무출(한글학회 회원)의 우리말 알아맞히기' 해답은 우편엽서를 이용해 10월19일까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휴대폰 번호를 반드시 적어주세요) ▨보내실 곳 : 대구시 동구 동대구로 441 영남일보 편집국 주말섹션부 임무출의 우리말 알아맞히기 담당자 앞 ▨우편번호 : 41260 ◇제648회 당첨자 ▶박춘희 (대구광역시 수성구 신천동로) ▶김영찬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 ▶정원길 (대구광역시 북구 대불로) ▶김세영 (대구광역시 동구 국채보상로) ▶이은자 (대구광역시 수성구 무열로) ▶윤경례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로) ▶맹은지 (대구광역시 달서구 갈밭로) <상품협찬> ▲ 워터파크 스파밸리 자유이용권 1688-8511 ▲ 교감형 생태동물원 네이처 파크 이용권 1688-8511 ▲ 에코테마파크 대구 숲 이용권 (053)761-7400, 7401 ▲ 팔공산온천관광호텔 입욕권 (053)985-8080 ▲ 〈주〉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레티놀 엑스퍼트 0.1% ▲ 청도용암온천 대온천장 초대권 (054)371-5500 ▲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 초대권 (054)372-5050 ▲ 〈주〉그린기프트 레디엠 반전립스틱세트 1588-8480 ※'임무출의 우리말 알아맞히기' 당첨자에게는 협찬 상품 중 한 가지를 우송해 드립니다.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진위 내년 지원예산 0원…지역영화 유일한 지지대 무너지나
지역영화계 예산 삭감 소식에 술렁'대구영화학교' 운영도 차질 빚을 듯수도권 편중 정책방향 수정 절실로컬시네마 존속 위해 계획 철회를지역영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예산은 0원이다. 올해 기준으로 해당 예산은 총 12억원이었다. 2023년 영진위 예산 850억원 중 1.4%에 불과한 예산이었지만 그마저도 0원이 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서울, 경기)을 제외한 지역의 극장 매출액은 약 2천8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약 48%를 차지한다. 한국의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영화발전기금은 이처럼 각 지역에서 발생되는 극장 매출액의 3%를 부과금으로 징수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거둬들인 영화발전기금은 약 84억원이 되는 셈이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에 준하는 수준으로 기금이 걷힌다면 약 168억원이 된다. 그런 가운데 2024년 지역 영화생태계 발전을 위해 쓰도록 계획된 예산은 0원인 것이다. 물론 영화발전기금이 각 지역에서 거둬들인다고 해서 지역으로 똑같이 배분될 수는 없다. 전체 영화산업을 위해 효율적으로 잘 쓰이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예산계획은 잘 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지금의 예산계획은 정부안이고, 최종적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영진위와 중앙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운용 계획을 왜 이렇게 세웠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사업은 영진위 사업 중 참여자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사업이었고, 예산 규모에 비해 이 사업을 통해 얻는 성과가 컸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2019년부터 영진위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에 5년 연속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영화학교(Daegu Film School)'를 시작할 수 있었다. 대구영화학교는 지역 대학교 영화전공 학과 부재에 따른 대안으로서, 지역의 영화 전문인력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해마다 12명의 소수정예로만 진행해 오고 있고, 졸업생의 상당수가 현재 지역 영화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몇몇 졸업생은 대구를 넘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졸업생 중 박재현 감독은 '나랑 아니면'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박찬우 감독은 '국가유공자'로 평창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김선빈 감독은 '고백할거야' '수능을 치려면' 등으로 정동진독립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가 있으며, 장주선 감독은 '겨울캠프'로 올해 대구단편영화제 애플시네마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작품적 성과 외에도 대구영화학교를 통해 육성된 젊은 영화인들이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지역 영화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인력이 늘어난 만큼 부족했던 제작인력이 충원되었고, 제작되는 영화 편 수가 따라서 증가했다. 또 그만큼 창작을 위한 지원 체계 등 여러 인프라도 더 갖춰질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지역의 청년인구 유출이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젊은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대구를 떠나지 않고도 영화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 역시 생겨났다. 또 다른 사업인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은 지역영화 창작의 중요한 마중물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제작된 영화인 감정원 감독의 '희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빌바오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극장 개봉까지 이어져 관객들을 만났다. 또한 유지영 감독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 역시 해당 사업을 통해 기획개발에서부터 제작까지 지원을 받아 완성된 영화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하였고, 올해에는 동유럽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체코의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서 영화제가 시작된 1946년 이래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는 지역을 넘어 '중앙'에서도 주목하였다. 작년에 시작된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의 '로컬시네마 기획전'의 첫 순서가 바로 대구지역이었다. 자료원은 로컬시네마를 두고 '자신이 살아가고 있음'에 집중한 확장된 개념이며, 중앙 집중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서 공감을 매개로 연결된 사람들이 모여 어떠한 결을 만들어내며 살아가는 것이 로컬이 지향하는 방향성이라고 밝혔다. 로컬시네마, 즉 지역영화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 있었다. 또한 지역영화는 그것이 작품으로 표출되기 전, 이미 다양한 문화적 활동의 맥락 안에서 뿌리내리고 있었다. '영화의 시대'였던 90년대 전국의 각 지역에서는 이른바 시네마테크(비디오테크)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소위 '불법' 비디오로 예술영화를 보던 시절, 대구에서는 '영화언덕' '씨네마 하우스' 등의 시네마테크 단체가 만들어졌고, 이러한 활동은 훗날 동성아트홀과 같은 예술영화관과 오오극장과 같은 독립영화관 그리고 대구단편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문화 활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말하자면 지역영화는 어느 한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화적 기반 위에서 성장해왔고 그 고유한 역사를 만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지역영화'는 매우 중요한 담론이다. 수도권 쏠림, 문화 불균형, 청년 유출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 안에 직접적으로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일이니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정책 방향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중앙과 지역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대구를 비롯해 전국의 여러 지역의 영화인들이 힘든 가운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 노력만큼 지역의 영화환경도 점차 나아지고 있고, 다양한 방면에서의 거버넌스도 확립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무비가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지역영화를 더욱 주목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흔한 레토릭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세계의 다른 영화들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지역영화들을 봐오지 않았던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부디 지역영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거둬들이지 말길 바란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주말&여행]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해발 40~70m 나직한 구릉마다 아라가야가 잠들어 있다
넷, 여섯, 여덟, 열둘, 아! 제대로 셀 수 있을 만큼 사거리 신호등은 길지 않았다. 눈 닿는 곳마다 깔끔하고 단정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한 도시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모든 단체가 내건 플래카드는 모두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늦더위가 대단한 기세로 들끓은 날이었다. 바람도 함성도 없는 뜨거운 고요 가운데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고조된 흥분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지난 9월17일, 1세기에서 6세기에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의 대표 고분군 7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그중 하나가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이다. ◆우두머리 산의 옛 무덤들함안 박물관에도 세계유산 등재를 알리는 커다란 벽보가 붙어 있다. 그 너머로 아직 푸르른 무덤들이 보인다. 저곳이 말이산 고분군이다. 폭신한 풀들은 작열하는 태양 빛에도 습기를 함빡 머금고 있다. 아이들이 달린다. 이 무덤에서 저 나무까지. "거긴 낭떠러지야." 맞다. 말이산 8호분 앞은 얕은 생채기가 날 정도의 낭떠러지다. 어린아이가 낭떠러지라는 단어를 어떻게 알고 있을까. 저 아이는 이 무덤의 의미도 알고 있을까. 가깝게 또는 멀리서 기계음이 들리고, 고분군 일대를 단장하고 있는 사내들이 곳곳에 보인다.함안의 중심인 가야읍. 정치, 경제, 문화 등 관(官)과 관련된 모든 치소(治所)가 모여 있는 곳이다. 말이산은 그 중심에 해발 40~70m의 나지막한 구릉으로 자리한다. 남북으로 2㎞ 정도의 주 능선이 길게 뻗어 있고, 여덟 갈래의 가지능선이 서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진다. 고분들은 그 능선을 따라 열 지어 서 있는데 가지능선의 꼭대기에 대형 봉토분이 위치하고 경사면에는 중소형의 무덤들이 조성되어 있다. 말이산은 '머리산'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머리산은 '우두머리 산', 즉 왕이 잠들어있는 산이라는 의미다. 그들은 고대 함안지역에 존재했던 아라가야의 집권층이다. 변한 12국 중 하나였던 아라가야는 대가야, 금관가야 등과 더불어 독자적인 정치체제와 문화를 지닌 고대 국가였다. 대형무덤은 아라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 중반에서 6세기 전반에 집중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을 1호에서 37호분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봉토가 확인된 것은 184기다. 아직 발굴하지 않은 고분을 포함하면 1천여 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8호분 위에 6호, 그 위에 4호분이다. 가야읍이 훤히 펼쳐지고 바로 아래에 군청 지붕이 보인다. 아이들은 떠났다. 사내들도 보이지 않는다. 배롱나무 꽃잎 떨어지는 소리, 철모르는 매미소리만 쟁쟁하다. 4호분은 말이산 고분군에서 가장 큰 무덤이다. 주 능선에 위치하고 가지능선의 꼭대기다. 이곳에서 수레바퀴모양 토기, 오리모양 토기, 사슴뿔장식 철검 등 모두 284점의 유물이 출토되었고 약 5~6명이 순장된 것으로 여겨진다. 큰 봉분을 지탱하기 위해 무덤방 내부에 덮개돌의 강도를 보강하는 나무들보를 설치했는데 이는 아라가야의 독창적인 축조기술이다. 고분전시관에 이 무덤의 내부 모형이 있다. 무덤의 주인과 순장된 사람들이 마치 범죄 현장의 피해자처럼 표현되어 있다. 이들 죽음의 이유에 대해, 하나는 알지 못하고 나머지는 안다. ◆아라가야의 고도를 굽어보는 왕의 산남쪽 주 능선으로 9호, 10호, 11호분이 이어지고 쑥 내려서는 골짜기 너머로 다시 13호분이 솟아 있다. 말이산 13호분은 별자리가 발견된 최초의 가야무덤이다. 무덤방 천장 덮개돌 하나에 134개의 별이 새겨져 있었다. 은하수다. 궁수자리에 있는 6개 별자리를 합쳐 부르는 남두육성(南頭六星)과 청룡별자리 등 고대 동양의 별자리가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함안군은 매년 말이산 별 축제를 연다. 13호분 너머 멀리 보이는 산은 성산산성(城山山城)이 있는 조남산(鳥南山)이다. 2009년 성산산성의 연못지에서 연꽃 씨앗 10알이 출토되었다. 그중 2개의 방사성 탄소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하나는 650년 전, 하나는 76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나머지 여덟 개 씨앗을 심었다. 그중 3알이 싹을 틔웠고 다음 해 7월7일, 꽃이 피었다. '아라홍련'이다. 함안 박물관 앞에 아라홍련 시배지가 있다. 북쪽 능선의 가장 높은 곳에는 2호와 3호분이 자리한다. 두 기의 무덤은 아직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봉분을 받치고 있는 구릉이 마치 지구라트처럼 보인다. 무덤을 더 크게 보이도록 한 옛 가야인들의 의도일까, 아니면 현대의 토목일까. 그 북쪽 아래에는 45호와 1호분이 있다. 45호분은 목곽묘로 사슴, 배, 집 모양 토기가 한꺼번에 나왔다. 사슴모양 토기는 현재까지 유일한 사례라 한다. 사슴이 뒤돌아보는 찰나가 그대로 표현된 아름다운 토기다. 1호분에서도 많은 것들이 출토되었는데 그 가운데 새 모양 장식의 철제 유물인 '미늘쇠'가 있다. 가야인들은 새가 인간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해 준다고 믿었다고 한다. 말이산 북단에 아파트가 높다. 저곳에 마갑총이 있었다. 말 갑옷이 나온 무덤이다. 오래전 텔레비전에서 발굴 현장을 보며 몹시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지형이 바뀌어 아파트 단지 속에 마갑총 자리라는 표지석만 있다. 아파트 뒤편은 아라홍련이 자라는 연꽃테마파크다. 아라가야의 왕궁 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왕궁과 왕릉 사이에 아파트가 있다. 말이산 고분군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처음으로 파헤쳐졌다. 이후 1986년에 우리 손으로 첫 발굴조사를 실시했고 30년 넘는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세상에 드러났다. 말이산 고분군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 중에서 가장 긴 세월 동안 조성됐다고 한다. 그래서 널무덤, 덧널무덤, 구덩식돌덧널무덤, 굴식돌방무덤 등, 가야 고분의 변천사를 모두 보여준다. 고분군에서는 총 8천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그중에는 왕릉임을 확신케 하는 봉황장식의 금동관과 중국과의 교류를 보여주는 5세기 남조의 연꽃문양 청자그릇, 중국을 거쳐 서역과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로만글라스도 있다. 말이산 고분군은 당시 아라가야가 얼마나 강대했는지를 말해준다. 가야분지에 한바다들이 넓다. 금세 황금빛으로 변하겠다. 3호에서 4호로, 다시 6호, 8호로 날 듯 내려간다. 대지에 가볍게 발꿈치가 닿기만 해도, 그것이 어떤 자유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Tip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마산 방향으로 간다. 칠원분기점에서 10번 남해고속도로 진주방향으로 가다 함안IC에서 내린다. 함안IC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직진, 함주교 건너 우회전해 함마대로를 타고 가다 삼거리에서 우회전, 60m 전방 삼거리에서 함안 박물관 이정표 따라 좌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박물관과 고분전시관, 고분군의 주차비와 입장료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8호분 앞에서 바라본 말이산 고분군. 가운데가 4호분, 왼편 고지대에 2·3호분이 위치한다. 한 그루 나무는 함안 사람들이 왕따나무라 부르는 벚나무다.함안박물관에 세계유산 등재를 알리는 벽보가 붙어 있다. 가운데 토기모양 구조물은 '화염문투창고배'를 형상화한 것으로, 올챙이 같은 불꽃 투각은 아라가야의 상징 중 하나다.말이산 고분군에서 가장 큰 4호분 구덩식돌덧널무덤의 모형. 모두 284점의 유물이 출토되었고 약 5~6명이 순장된 것으로 여겨진다.말이산 13호분에서 발견된 별자리 덮개돌. 무덤방 천장 덮개돌 하나에 134개의 별이 새겨져 있고 남두육성과 청룡별자리 등 고대 동양의 별자리가 확인됐다.말이산고분전시관의 디지털영상관에서 '찬란한 아라가야의 빛'을 감상할 수 있다. 왕과 병사들, 가야 백성들과 각종 출토 유물 등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준다.
[권응상의 ‘천 개의 도시 천 개의 이야기’] 몽골 울란바토르① 도심 광장에 솟은 독립영웅 기마상…건너편 압도적 위엄 칭기즈칸 좌상
15년 전인가 보다. 나의 몽골 첫인상은 중국의 내몽고자치구였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거리 간판들이었다. 꾸불꾸불 그림 같은 몽골문자가 중국 간체자와 병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말은 모두 중국어를 사용했고, 정작 몽골어를 들은 기억은 없다. 그 1년 뒤 중국 사람들이 '외몽고'라고 부르는 몽골국을 방문했을 때 또 한 번 낯선 거리풍경에 당혹스러웠다. 간판이 모두 러시아의 키릴(Cyrillic)문자였고, 몽골문자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제야 몽골이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사실 내몽고와 외몽고의 구분은 순전히 중국 입장에서 만든 용어이다. 이러한 '내외'의 구분은 중국 땅에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청나라가 고비사막 이남, 즉 막남(漠南)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면서 막남을 '내몽골', 고비사막 이북의 막북(漠北)을 '외몽골'로 칭하게 된다. 몽골 분단의 배경에는 또 차르 러시아도 한몫했다. 17세기 무렵 차르 러시아가 동방 진출을 꾀하면서 두 나라의 완충지로 삼은 지역이 바로 '외몽골'이기 때문이다. 결국 청나라의 몽골에 대한 종주권과 러시아의 시베리아 진출권을 맞바꾸면서 몽골을 둘러싼 두 나라의 분쟁은 매듭을 짓는다. 이처럼 주변 강대국의 이익 때문에 분단되었다는 점에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쨌든 몽골문자를 사용하는 내몽골과 몽골어를 사용하는 외몽골이 합치면 온전히 말과 문자가 일치되겠다고 생각했다. 외몽골에서 키릴문자 전용 정책이 도입된 것은 1941년이다. 몽골 민족주의를 억압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민주화와 함께 몽골문자 복원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실현되지 못했다. 들리는 바로는 내년부터 몽골문자 사용을 의무화한다고 하니, 80여 년 만에 몽골문자가 복원될 모양이다. 몽골의 정식 명칭은 '몽골 올스', 즉 몽골국이다. '몽골'이라는 단어는 본래 '용감한'이란 뜻을 지닌 부족어였으나, 점차 민족이나 지역을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했다. 중국을 비롯한 한자 문화권에서는 몽골을 '몽고(蒙古)'라고 부른다. 1990년에 대한민국과의 외교 관계를 수립한 몽골 정부가 '몽고라는 표현은 오랫동안 몽골족에게 시달려왔던 중국인들이 우매할 몽(蒙)과 옛 고(古)를 조합하여 몽골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단어'라며 변경을 요청하여 지금은 '몽골'이 공식적인 명칭이다. 몽골의 독립 역사는 1911년 중국의 신해혁명에 힘입고 있다. 이때 몽골족이 첫 번째 독립혁명을 일으켰으나 1920년 중국 국민당에 의해 실패하고 만다. 1921년 7월에 러시아의 10월 혁명에 영향을 받아 두 번째 혁명을 일으켰다. 수흐바타르(Sukhbaatar)를 총사령관으로 하는 인민의용군이 소비에트 적군과 연합하여 중국군과 러시아 백군을 수도 후레에서 몰아낸 후 복드(Bogd)를 칸(황제)으로 추대하여 '인민입헌군주제' 정부를 수립하였다. 1924년에는 다시 '몽골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의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하여 1992년까지 이어졌다. 소련에 이어 국제적으로 승인받은 세계 두 번째 공산주의 국가였다.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자 다시 민주공화국 체제로 전환하여 1992년 2월부터 국호를 '몽골국'으로 변경했다. 몽골의 인구는 약 345만7천명(2023년)이며, 동서 2천394㎞에 남북도 1천259㎞나 되는 큰 나라이다. 한반도의 7배 정도 크기인데, 이 가운데 목축지 면적이 80%나 된다. 우리가 몽골하면 떠오르는 낭만적인 초원이 유목민 몽골족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인 것이다.광활한 초원 가운데 몽골 사람 절반 가까이 몰려 사는 대도시가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larnbaatar)이다. 원래 이름은 '후레'였단다. 설마 '후레자식'이라는 욕과는 상관없겠지? '오랑캐의 포로'라는 '호로(胡虜)'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우리말의 어원이 몽골에서 온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상상의 나래가 뻗어간다. 아무튼 후레에서 울란바토르로 변경된 것은 1924년 몽골인민공화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가 되면서부터이다. 울란바토르는 '붉은 영웅'이라는 의미이니, 사회주의 혁명을 강조하는 이름으로 보인다. 울란바토르의 도시 역사는 몽골이 청나라의 지배를 받던 1639년부터 시작된다. 유목민 몽골족이 이곳을 정착지로 정한 것이다. 청나라는 이 지역을 '울타리를 친 초지'라는 뜻의 쿠룬(庫倫)이라고 불렀다. 울란바토르는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90년 58만여 명이었던 인구가 지금은 160만명이 넘는 대도시가 되었다. 뒤를 잇는 에르데넷이나 다르한 등의 도시가 10만명을 넘지 않으니, 울란바토르의 인구 집중도를 짐작할 수 있겠다. 유목 인구가 줄어들고 정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울란바토르로 몰린 것이다. 울란바토르 시내의 풍경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곳곳에 우리나라 편의점이 있었고, 익숙한 우리 식품들이 즐비했다. 울란바토르의 가장 큰 쇼핑센터도 이마트라고 하니 이곳에서 먹거리 걱정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도로 위의 자동차도 달라졌다. 우리나라 중고차가 점령하고 있던 도로에는 일본 자동차가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운전대가 오른쪽이어서 타고내릴 때마다 늘 헷갈렸다. 처음 왔을 때 한글 상호를 그대로 붙인 채 거리를 달리는 우리나라 중고 버스들을 보고 내심 뿌듯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아예 눈에 띄지 않았다. 몽골에 비포장도로가 많아 내구성이 좋은 일제 차를 선호한단다. 왠지 씁쓸했다. 울란바토르의 중심은 수흐바타르 광장이다. 몽골의 독립을 이뤄낸 영웅 수흐바타르의 이름을 딴 곳이다.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2013년에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자 칭기즈칸 광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에 몽골 인민당과 수흐바타르 후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2016년 최종 승소하여 이름을 되찾았다. 몽골의 정치체제 변화가 광장의 이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광장 중앙에는 말 위에서 진격하는 수흐바타르의 동상이 높게 솟아 있다. 광장 주위로는 박물관과 오페라극장을 비롯하여 각종 쇼핑몰과 호텔, 오피스 등이 몰려 있어 중심가를 형성하고 있다. 북쪽에는 정부종합청사가 있고, 건물 앞 중앙에는 칭기즈칸의 대형 좌상이 수흐바타르를 노려보듯이 근엄하게 앉아있었다. 마치 몽골의 근대 독립 영웅이 차지한 공간에 세계를 정복했던 몽골제국의 황제가 자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느낌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실제 이 동상은 수흐바타르 기마상과는 달리 2006년 몽골제국 창립 800주년을 맞아 새롭게 만든 좌상이다. 사회주의 색채를 걷어내고 민족의식을 고양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그 중심에는 늘 칭기즈칸이 빠지지 않는다. 2010년에 울란바토르 인근 초원에 건립한 50m 높이의 거대한 칭기즈칸 기마상이 그렇고 지난해 개관한 칭기즈칸 박물관이 그렇다. 칭기즈칸 박물관은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국립박물관 옆에 있던 자연사박물관을 옮기고, 그 자리에 9층짜리 최신식 박물관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에 개관한 국립칭기즈칸박물관은 1만3천여 점의 전시품을 가진 몽골 최대의 박물관이다. 칭기즈칸 기마상과 함께 본격적인 몽골 민족의식의 발로로 보인다. 건물 외형부터 독특했다. 건물 상단은 '게르'처럼 둥근 돔 형태이며, 그 위에는 몽골족의 상징인 황금 매 조각상이 앉아있다. 또한 외벽 정면에는 몽골 역사에 이름을 남긴 다섯 명의 칸을 의미하는 5개의 황금장식이 붙어있다. 높다란 문을 들어서니 2층 벽까지 이어진 거대한 칭기즈칸의 초상화가 압도하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3층부터 상설 전시가 시작되는데, 몽골 최초의 국가인 '훈 제국의 청동기시대'부터 8층 '몽골의 세계적 자랑거리'까지 역사적 시대순으로 구성했다. 마지막 9층의 '칭기즈칸 명예의 전당'은 외관처럼 지름 25m, 높이 15m짜리 거대한 게르였다. 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강력한 진동음을 내도록 설계된 이 게르 안에는 칭기즈칸의 거대 동상이 들어설 예정이다. 제왕의 궁전인 셈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제작 중이라는 이 동상은 13m 높이에 180㎏의 황금이 들어간단다. 칭기즈칸을 국민 통합의 매개로 삼고자 하는 것이리라. 사실 칭기즈칸은 몽골 곳곳에서 마주친다. 하다못해 가장 유명한 몽골 보드카 이름도 칭기즈칸 아닌가. 거기에 '칭기즈칸 골드'처럼 '골드'까지 더하면 최고급이 된다. 제작 중인 동상처럼 말이다. 이처럼 칭기즈칸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일단 고급으로 인정받는단다. (계속) 대구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 광장 가운데 수흐바타르 기마상이 서 있다.수흐바타르 광장의 정부청사 가운데 있는 칭기즈칸 좌상. 좌상 서쪽에는 그의 아들 2대 칸 오고타이칸, 동쪽에는 그의 손자이자 5대 칸으로 원나라 초대 황제가 되었던 쿠빌라이칸 동상이 있다. 그리고 칭기즈칸 앞의 두 기마상은 몽골 전사인 보루추와 무흘라이이다.수흐바타르 광장의 몽골 독립영웅 수흐바타르 기마상.칭기즈칸 박물관에 입장하면 바로 나타나는 칭기즈칸의 대형 초상화.칭기즈칸 박물관 꼭대기의 황금 매 조각상.권응상 (대구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
[대구FC 미리보기] 31R 포항전
대구FC는 24일 오후 7시, 개막전 패배를 안겨준 리그 2위 팀 포항 스틸러스를 DGB대구은행파크로 부른다.대구는 21시즌 한 차례씩 기록한 5연승과 4연승을 밑천 삼아 팀 최고 성적인 K리그1 시즌 3위를 차지했다. 30라운드인 수원에서 지난해 부진까지 털어내는 정규리그 3연승에 도달했다. 주전 수비수 조진우와 황재원, 세징야까지 결장한 경기였다. 후반 10분경 경기를 조율하던 벨툴라마저 퇴장당하고 10명으로 거둔 값진 성과다.이번 31라운드 선수 구성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살림꾼 황재원은 황선홍호에 장기 차출됐고 세징야의 복귀도 불투명하다. 퇴장당한 벨툴라는 당연 결장이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스플릿 분리 전 리그 선두를 노리고 있다. 우리에게 승리하고 다음 상대인 1위 팀 울산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9경기 무패로 순항 중인 기세를 감안하면 현실성 없는 구상은 아니다. 20일 치러진 ACL 첫판도 4-2로 기분 좋게 이기고 왔다. 변수는 무더위 속에 치러진 베트남 하노이 원정의 피로도가 경기력에 미칠 영향이다.최원권 감독은 한 골이면 충분하다. 공교롭게도 3연승을 모두 1-0으로 결과를 냈다. 대구 수비진의 길목 차단 능력은 리그에서 검증된 실력이다. 한 발 더 뛰는 전략으로 결정적 슛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최 감독도 숨겨왔던 욕심을 더 이상 감출 필요가 없다. 잔여 경기 일정도 나쁘지 않다. 시즌 막판 ACL과 병행하며 피로가 누적되는 포항과 전북을 연속 상대한다. ACL 출전권이 있는 시즌 3위 광주와는 승점 4점 차이다. 리그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광주 이정효 감독보다 경력이나 인지도에서 밀리지만 실력이 뒤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야생마 바셀루스도 부족했던 침착함을 찾았다. 스피드와 돌파로 보여줬던 명마의 자질에 비해 부족했던 세밀함은 지난 경기 결승골로 극복했다. 시즌 맞대결에서 1무1패로 열세인 포항에게 자존심까지 내줄 수는 없다. 지난 경기 결정력이 우연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홈팬들에게 증명해야 한다. 홈팬들은 난세의 영웅을 맞기 위해 운동장을 가득 메울 예정이다. 안상영<대구FC 엔젤>안상영 〈대구FC 엔젤〉
대구·경북오늘의 날씨 (9월 22일)…대체로 흐리다 낮부터 맑아짐
[광장에서] ESG, 규제가 아닌 맞춤형 지원해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열기가 여전하다. ESG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투자사에 의해 투자 키워드로 언급되었던 2020년경부터이다. 기업의 투자에 있어서 ESG를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제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재무적 요소와 함께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지향해야 할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각에서는 안티 ESG, 그린래시(greenlash) 등 반대의 움직임도 있는 듯하다. ESG 관련 규제가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고, 기후 위기보다는 경제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반면, ESG 관련 글로벌 규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유럽연합(EU),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등 국제사회의 ESG 정보 공시 기준이 가시화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한 최근 ESG 공급망과 관련하여 국내·외적으로 입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한편 2019년 12월 EU에서 그린딜(Green Deal)을 발표하고, 2021년 1월 미국이 '파리협정'에 재가입하면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이행이 가속화되었다. 관련하여 EU를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에코디자인규정, 지속 가능한 배터리규정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50 탄소중립의 달성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2022년 2월 독일 신기후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탄소중립을 선언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조차도 그 이행을 위한 노력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제조업은 필연적으로 탄소배출과 에너지 사용이 많은데, 제조업 중심의 국내 기업들은 탄소중립의 달성에 현실적인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꼽을 수 있는데, 2022년 12월 기준 RE100을 선언한 기업 가운데 제조업의 비중은 약 20% 정도 수준으로 높지 않다. 국내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의 변동성,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기업의 RE100 달성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ESG의 실행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기업의 ESG경영 확산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기업의 업종, 규모, 지역 등을 고려한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기업의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적인 RE100의 달성을 위해서는 발전뿐만 아니라 송배전을 위한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이를 기업의 자체적인 예산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세부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데, 2021년 7월 '中企 ESG 경영 대응 동향조사 결과와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ESG 경영 도입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비용부담과 인력 부족이 언급되기도 했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에 대하여는 ESG 진단 및 컨설팅 지원, 관련 역량강화 교육, 조달·금융상 혜택 등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ESG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가 아닌 기업 맞춤형 지원을 통해 민간 중심의 생태계 조성과 기업의 자발적인 실천을 유도해야 한다.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
[경제와 세상] '메디시티 대구'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가정신
오랜 기간 한국 산업의 기술력 강화에 노력해온 많은 전문가들은 우수한 자연계 인재들이 의과대학 한군데로 몰려가는 요즘 세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 같은 기술 정책가들은 '말기적 증상'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지난 4년간 전 세계를 몰아친 팬데믹과 미·중 기술패권 전쟁 속에서 제조업 기반이 강한 국가일수록 위기 이후 경제회복의 속도가 빨랐다. 한국도 비교적 선방했지만 현재 혁신역량의 정체와 투자 성향의 보수화, 이어지는 제조업 기반의 균열로 미래성장 잠재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금 우리가 가진 제조업 경쟁력은 1970년대 우수한 인재들이 전자, 화공, 기계 공학을 배우고 산업 현장에서 분투노력을 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라이선스 직업만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지금의 직업선택 구조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저성장의 시련을 겪은 일본을 닮아가는 'Japanification(일본화)'을 우려하는 기업인과 학자들이 지난 18일 '산업 대전환'을 선언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유전자 치료제 등 첨단 신산업 육성과 신산업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우수 인재 레드카펫' 등 정부의 선제적인 제도 개선과 규제 혁파를 주문했다. 아주 시의적절하고 곪은 환부를 정확히 찌르는 처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축적된 우수한 의료 인력을 단순한 임상 의사에서 신산업 선도자로 탈바꿈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우리나라는 IT와 바이오, 의료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정작 의학과 공학의 연결 고리가 약해 반도체보다 3배 이상 큰 바이오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반성이 나온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은 1조7천600억달러 규모의 세계 시장에서 몇 년째 점유율 2%의 덫에 갇혀 있다. 거기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우리 시장점유율이 단 2%(2003~2021)에 불과한 것은 제품 기획부터 인허가, 특히 임상시험 단계의 애로가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남부럽지 않은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기 기업은 10% 수준에 그친다. 이에 대해 의사 출신 벤처기업인들은 우리 사회에는 의사-기업가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을 주원인으로 지적한다. 의사가 연구 성과를 내면 환자 진료를 하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바이오헬스 산업이 차세대 국가 주력 산업으로 성장엔진이 가동되면서 창업에 나서는 의사들이 늘어나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의료원은 의사들의 도전 DNA를 끌어내고 임상 의사들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보완하기 위해 '의사창업연구회'를 조직하여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웰트는 복부 비만,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스마트벨트'를 개발하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이후 명품 브랜드인 S.T.듀폰과 협업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의사를 상대로 하는 진료 상담 앱을 개발한 <주>아이쿱은 GC녹십자와 손잡고 최근 총 13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대구는 종합병원 17개, 일반병원 90개, 의원 1천877개, 치과병·의원 919개라는 인구 대비 전국 최상위 의료 인프라를 갖춘 그야말로 '메디시티 대구'다. 지금 대구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ABB산업(AI·빅데이터·블록체인)과 기가 막힌 조합을 이룰 수 있는 바이오헬스 분야는 이제 '전략의 창'이 열린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전정신, 나아가 기업가정신이다.권업 객원논설위원권업 객원논설위원
[윤성은의 천일영화] '인랑'은 잊읍시다. '거미집'으로
때는 1970년대. 데뷔작을 제외하고는 뻔한 치정극이나 찍는다고 평론가들 사이에서 무시당하던 김 감독(송강호)은 얼마 전 촬영을 끝낸 영화도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는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는 망상 속에 제작자 백 회장(장영남)을 찾아가지만, 백 회장은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를 설득하고, 시나리오가 사전심의에 통과해야만 추가 촬영을 허락하겠다고 한다. 의외로 신미도는 바뀐 시나리오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김 감독을 도와주려 하는 반면, 시나리오는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다. 그러나 백 회장이 출장을 떠난 이틀 동안 김 감독은 스튜디오를 걸어 잠그고 결말을 바꿀 촬영을 감행한다. 스케줄이 꼬인 배우의 짜증, 배우들 사이의 스캔들, 갖가지 불화 등 촬영장은 어수선하기만 한데, 백 회장이 돌아오고 문공부 사람들까지 들이닥치면서 바뀐 결말을 완성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 보인다. 추석을 앞두고 한국영화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평자들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지만, 흥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검열을 피해 예술혼을 불태우려는 감독의 욕망, 그로 인해 벌어지는 우스운 상황극이 '가벼운 블랙 코미디' 정도로 명명될 수는 있겠지만, 이 영화의 성격과 매력을 담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차라리 비장르영화라고 해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익숙한 서사 구조와 신들, 결말을 가진 장르 영화들과 달리 아수라장이 된 영화촬영장, 혹은 영화, 혹은 감독의 최후를 예측하기 어렵기에 더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니까. 사실, 영화감독이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소위 '자기반영적' 영화들은 대개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에 있었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이나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과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영화를 찍을 때, 감독들은 실제로 자신이 영화를 만들면서 겪는 일들과 느끼는 감정들을 재료로 삼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아낸다. '거미집'은 신연식 감독의 각본을 김지운 감독이 각색한 것으로, 60~70년대 실존했던 감독들과 영화도 떠올리게 하는 한편, 영화를 만든다는 지난한 작업과 명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관점도 엿보게 해준다.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후,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 대부분의 작품이 성공을 거두었지만 가장 최근에 선보인 '인랑'이 혹평을 받으면서 명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 경험은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객관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을 카리스마 넘치는 거장이 아니라 지질함을 겸비한 인물로 희화화시킨 장면들에서 그의 심중을 잘 읽을 수 있다. 가령, '거미집'에는 평론가들이 등장하는데, 김 감독은 그들의 비아냥에 속으로 '평론은 감독이 못된 자들이 열등감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신작도 그들에게 무시당할까 두려워하며 억지로 재촬영을 시도하고 있으니, 감독 자신을 모순적인 인물로 형상화한 것이다.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 영화의 제목이자 김 감독 영화의 제목이다.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거미와 거미집이 은유하는 원관념이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층 유연하고 성숙해진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 다시 관객을 즐겁게 해주리라 믿는다.윤성은 영화평론가윤성은 영화평론가
[기고]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 확산을 바라며
우리 국민이 일상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을 존경하는 보훈문화는 얼마나 정착되어 있을까. 2022년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훈문화가 정착됐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3명(31.9%)에 불과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 응답률은 42.1%로 더 많았다. 또한 2017~2021년 5년간 소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보훈이 일상 속 문화라기보다는 특정 시기의 이벤트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월별 '보훈' 키워드 언급량을 보면 6월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즉,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만 반짝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우리나라 보훈문화의 현주소가 아닐까 생각한다.보훈문화의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국민이 참전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문화가 일상화하고 있다. 사망한 참전군인의 운구 차량이 지나갈 때면 도로 주변으로 수많은 인파가 자발적으로 나와 희생에 감사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미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이런 장면은 SNS 등에서 자주 화제가 되곤 한다. 또한, 이러한 일상적 보훈문화는 관공서뿐만 아니라 마트 등에서도 참전군인 우선 주차구역을 지정해 예우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국가보훈부에서도 일상생활 속 보훈문화 확산을 위해 국가유공자들이 주차에 어려움이 없도록 우선 주차구역을 설치 운영하는 사업을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정부지방합동청사에 주차구역이 설치 중이고, 지자체 중에서는 부산시·대전시·강원도 등 3개 광역지자체를 포함해 총 17개 지자체에서 이와 관련된 조례 제정을 완료한 상태이다. 서울시도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미래 세대가 생활 주변에서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을 접한다면 국가유공자의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과 애국심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튼튼한 국방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경북도와 경북지역 기초지자체도 이 사업에 선도적으로 참여하여 우리 사회 전반에 보훈문화가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이용수 (경북북부보훈지청장)이용수 (경북북부보훈지청장)
[기고] 근로자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일·학습 병행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유명 속담이 있다. 별것 아닌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이 말은 선현들의 경험이 농축된 삶의 지혜를 나타낸 말이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위대한 화가가 남긴 웅장한 작품도 처음에는 한 번의 붓질로 시작하듯이 아무리 막연한 일이라도 첫발을 떼야만 결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발을 뗀다는 것은 언뜻 보면 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 그중에서도 신입 근로자로 직장에 입사해 '실무'라는 첫걸음을 떼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어려운 일이다. 신입 근로자는 서류전형과 면접 등 힘든 통과의례를 거쳐 입사하지만, 막상 직장에 첫발을 내디디면 지금까지의 노력과는 별개로 낯선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남다른 친화력을 가지고 일을 잘 풀어나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보통의 신입 근로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이런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는 '일·학습병행'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은 신입 근로자를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교육해 업무에 적응토록 하는 사업이다. 직장의 선배 근로자가 '선생님'으로서 교육을 주도하고, 실제 업무에 사용되는 매뉴얼을 교재로 신입 근로자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 일·학습병행 제도를 통해 신규 근로자는 실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실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선배 근로자로부터 받을 수 있다. 회사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한편, 일·학습병행 훈련을 종료한 뒤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평가를 통해 NCS 직무 자격증을 획득할 수도 있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일회성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신규 근로자를 교육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의 업데이트 등 다양한 지원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으므로 기업에서는 장기적으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게 된다. 기업에서 신입 근로자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로 일·학습병행을 도입한다면, 많은 이들이 천리 길을 앞두고 한 걸음을 못 떼는 불상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
[문화산책] 내 쉴 곳은 작은…
작은 예배당에 마련된 무대에 허름한 옷차림의 아이들이 박수를 받으며 세 줄로 섰다. 단정한 자세와 맑은 눈으로 어린이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자, 군복 입은 청중들은 환호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네…"2016년 개봉한 한국 영화 '오빠 생각'에 나오는 장면이다. 서른 명 남짓한 아이들이 화음을 맞춰 '즐거운 나의 집'을 노래하는 이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영화는 6·25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으로 가족과 동료를 잃은 군인 한상렬(임시완)이 전쟁고아들과 함께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 전장과 군 병원을 다니며 위문 공연을 하는 이야기이다.영화 속 공연에서 부른 '즐거운 나의 집'은 미국에서 사랑받던 노래 '홈 스위트홈(Home Sweet Home)'을 김재인이 우리말로 번역한 곡이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23년에 작곡된 이 노래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연극배우였던 존 하워드 페인(1791~1852)이 대본을 쓰고, 영국의 작곡가 헨리 비숍경(1786~1855)이 작곡한 오페라 '클라리, 밀라노의 아가씨'에 포함된 노래이다. 그런데 오페라는 잊히고, 그 곡 중에서 '즐거운 나의 집'만이 남아서 지속해서 사랑을 받고 있다.이 노래가 작곡된 해, 1823년은 11세의 프란츠 리스트가 첫 공연을 하여 53세의 베토벤에게 축하를 받았던 해이다. 베토벤의 '장엄미사', 슈베르트의 첫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등이 그해에 작곡됐고, 프랑스의 곤충학자 장-앙리 파브르가 태어났다. 미국이 '먼로 선언'을 발표하여, 유럽 국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행사하던 식민지 영향력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해의 일이었다.노래 '홈 스위트홈'은 그로부터 약 40년 후 미국 남북전쟁 시기에 크게 사랑을 받았다. 집 떠나 전쟁터에서 지쳐있던 군인들은 북군, 남군 할 것 없이 이 노래를 사랑하였다. 총구를 겨누며 서로 위협하던 남군과 북군은 이 노래의 연주가 들리면 "오 사랑 나의 집,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네" 하며 한목소리로 따라 불렀다고 한다. 남북전쟁에서 불타는 적개심을 누르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 '잔잔한 노래'는 6·25전쟁 중에도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를 통하여 죽음의 공포와 가족을 잃은 외로움을 이기는 힘이 됐던 것이다. 가을이 되고 곧 추석이다. '쉴 곳'이 되어주는 '작은 내 집'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이 있는 작은 집! 박철하<작곡가>박철하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7]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수비능이버섯축제…울창한 숲·시원한 계곡…별천지를 거닐다
지나는 버스정류장마다 반딧불이가 올라앉았다. 첩첩산중의 공기와 바람으로 아침마다 세수를 하는 듯 그 얼굴들 모두 환히 깨끗하다. 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들어서는 길이다. 면 소재지에서 동쪽 구주령으로 향하는 88번 국도에 오른다. 곁은 밭이고 사위는 산인 10리길. 촌락은 대개 멀리서 포복한 듯한데, 마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외딴집들이 박자를 서두르면 어느덧 신원2리가 길옆으로 바짝 다가온다. 집들을 관통해 좁은 임도를 따라 오른다. 초저녁부터 어둠에 싸이고 밤이면 별 비에 젖는 길이니 부디 이 산에 들 적에는 환한 대낮에 오시는 것이 좋겠다. 끝 모르는 길에 심장 소리 쿵쿵 울리다 저 앞에 강돌로 기둥을 세우고 나무줄기 걸쳐놓은 입구를 보고서야 큰 숨을 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이다.◆검마산자연휴양림우선 팔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공기가 달다. 울창한 활엽수와 노송의 골짜기다. 빛은 활엽과 침엽의 바람길에 고여 눈 닿는 자리마다 청량함뿐이다. 검마산(劍磨山)은 태백산 지맥이 동쪽으로 내려와 백암산으로 뻗어가는 가운데에 솟아 있다. 산세가 가파르고 꼭대기에는 바위만 있는데 정상부의 석골(石骨)이 마치 칼을 빼 든 것 같은 형상이라 하여 검마산으로 불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그 북서쪽 계곡에 펼쳐져 있다. 골짜기에는 맑고 차가운 계류가 흐르고 물길 따라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 데크, 바비큐장, 취사장, 물놀이장, 샤워장 등이 오밀조밀 자리한다. 야외교실과 종합운동장, 등산로와 산책로, 삼림욕장, 숲속 도서관과 목공예체험 교실 등도 조성되어 있다. 시설물들은 소박하고 정감이 넘쳐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오직 숲뿐이다. 구역면적은 7천866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천명, 최적 인원은 600명이다. 1997년에 문을 열었으며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한다.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산림문화휴양관이 보인다. 2층 건물로 19㎡ 크기의 4인실 객실이 16개 있다. 은하수, 오로라, 쥬피터, 오리온,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베가, 귀뚜라미, 반딧불이 장수하늘소, 고추잠자리, 주목,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 객실 이름이 영양답다. 복도는 1970년대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객실 문을 열면 리모델링되어 산뜻한 방과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침구류에 씩 웃게 된다. 에어컨과 테이블, 접시와 컵 등의 각종 주방 물품과 냉장고, 정수기 등이 갖춰져 있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도 있는데 세면도구와 수건은 개인 지참해야 한다. 신선놀음하기 좋은 장기와 바둑판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숲으로 꽉 찬 창이다. 야영장은 두 곳으로 최대인원 6인인 13㎡의 데크가 24면 마련되어 있다. 전기사용이 가능(600W 제한)하고 온수도 유료로 사용할 수 있다.이 가운데 휴양관 7개 객실과 야영장 9면이 반려견 동반시설이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휴양림으로 이름 높다. 야영장 옆에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가 있고 산림욕장 내에는 반려견 숲 놀이터와 전용 그네, 해먹, 자작나무 가마 등이 있다. 진심이 느껴지는 다정한 공간들에 견주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산책과 숲속 명상을 통해 견주와 반려견의 유대감을 높이고 신뢰를 다지는 '댕댕이와 함께 떠나는 숲속 여행', 견주와 반려견의 관계를 성숙시키는 '오늘, 나 반려견의 반려인이 되다' 등의 체험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을 완료하고, 놀이터 외 장소에서는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기본 준수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계곡물 소리와 숲의 바람 속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숲속도서관에 다양한 장르의 책이 4천권이나 있다. 고로쇠 수액 채취, 표고버섯 재배, 목공예와 야생화 화분 만들기 등의 체험도 진행한다. 숲 해설을 요청하면 하늘말나리, 나비나물, 며느리밥풀꽃, 도둑놈의갈고리, 수까치깨, 산여뀌, 주름조개풀, 옥잠난초 등의 야생화와 귀한 상황버섯, 광대버섯, 가지버섯, 운지버섯, 싸리버섯, 테두리 방귀버섯 등 작고 이름도 재미난 숲의 생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산책로도 여럿이다. 입구에서 산림욕장까지 이어지는 숲 해설 코스가 있고 산림욕장에서 약수터를 거쳐 내려오는 숲 탐방로와 검마산 정상까지 오르는 3.56㎞의 등산로도 있다. 계절마다 아름다워지는 나무들과 곧게 뻗은 붉은 몸의 소나무들로 수다한 산. 검마산은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루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특히 휴양림 내의 송림은 '미림(美林)'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 산림욕장 위쪽에 도성사 절터가 있다. 조선 중기 이전에 경파당 스님과 신계단 스님이 창건 및 중흥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성사가 창건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옛날에는 절골 또는 사동리(寺洞里)라 했다 한다. 꽤 번창했다는 절은 19세기 말 폐사의 길을 걸었고 스님이 떠난 자리는 골짜기의 주민들이 작은 제당을 쌓아 지켰다고 한다. 지금은 오래된 부도와 최근에 세운 두 칸 법당이 그 자리를 지킨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터다. 조선 중기의 선비 문월당 오극성은 사찰을 방문한 뒤 '검마산에서 노닐며'라는 시를 읊었다. '티끌 세상을 벗어나 도방을 찾으니/ 마치 신선이 사는 곳에 이른 듯한데/ 우거진 고목에 그윽한 꽃이 피니/ 걸음마다 가벼운 노을이 좁은 길에 펼쳐지는구나./ 구름이 짙게 낀 곳에는 검은 표범이 숨고/ 높이 솟은 봉우리에는 푸른 새가 나는데/ 평생토록 부질없이 구름 낀 산을 동경하여/ 다시 가을바람을 기다리니 하늘이 서늘하구나.' 검마산 자연휴양림을 거닐면, 옛사람의 정취와 오늘의 정취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수비 능이버섯축제수비면은 해발 600m가 넘는 산들이 대다수인 산간벽지다.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생태공원, 천문대가 있는 지역이 바로 수비면이다. 이 청정 오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준다. 쉽게 툭 내주지는 않지만 성심을 들이면 귀한 것들을 선사한다. 그중 하나가 능이버섯이다. 능이버섯은 야생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버섯이다. 토양은 물론 기후, 습도, 온도가 맞아야 자랄 수 있기에 아직까지 인공재배는 불가능하다. 순수 자연산 야생버섯인 만큼 생장 환경이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수비지역의 능이는 식감과 향이 뛰어난 최고급 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대도시 공판장에서도 최고상품으로 쳐준다.지난해 10월 수비면 발리리 체육공원 일원에서 제1회 '수비능이버섯축제'가 열렸다. 단 이틀의 축제기간 동안 5천여 명의 관광객과 소비자들이 축제장을 찾았으며, 능이버섯을 중심으로 송이버섯과 묵나물, 영양 특산물인 영양고추, 수비면의 토종 고추인 수비초 등 각종 지역 농산물의 구매가 이어져 20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특히 능이백숙, 능이무침, 수비두루치기, 수비약식 등 능이버섯으로 만든 음식들이 인기가 높았다. 축제에는 매년 10월마다 열리는 수비면의 가을 제천행사인 '수비무천제'와 주민 한마당이 펼쳐졌고 주민과 방문객들이 어우러진 '사랑줄다리기', 대박을 기원하며 박을 터트리는 '수비대박마당' 등 각종 볼거리 놀 거리도 풍성하게 진행됐다. 올해 제2회인 '수비능이버섯축제'가 10월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수비면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귀한 수비능이를 한 곳에서 잔뜩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개막 축하 공연과 풍물난장이 흥을 돋우고 다양한 이벤트 게임과 농산물 대박 경매도 열린다. 맥주 빨리 마시기, 농부들의 패션쇼, 능이 요리대회, 수비면민 노래자랑 등 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지는 프로그램도 넉넉하고, 능이버섯의 맛을 알리는 능이 막걸리 페스티벌과 능이라면 나눔 시식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능이버섯은 갈참나무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갈참나무는 단풍잎을 가을 늦게까지 달고 있어 '가을참나무'란 뜻에서 이름 붙여졌단다. 능이버섯은 가을에만 채취할 수 있다. 그래서 생으로 된 능이버섯은 제한된 동안 그것도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가을이다. 능이버섯은 가을의 맛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영양군, 국립검마산자연휴양림, 한국지명유래집.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위치한 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뤄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야영데크를 비롯한 캠핑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19㎡ 크기의 4인실 객실 16개를 갖춘 산림문화휴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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