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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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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외교광장]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오해와 진실
김정은 위원장의 5박 6일 러시아 방문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양국의 무기 거래에만 초점이 놓여있다. 뉴욕타임스가 가장 빨리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알렸었는데,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려 김을 빼는 동시에 향후 협력 가능성을 방해하려 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도 유사한 방식을 사용했었다. 미국 언론을 그대로 옮겨 적는데 익숙한 한국 언론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모자란 포탄을 받고,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ICBM을 포함한 전략무기 기술을 받는 것을 정상회담의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북·러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문은 물론이고, 어떤 합의 사항도 나오지 않았다. 합의는 있었지만,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던 건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애초에 무기 거래와 군사협력에 초점을 맞춘 언론은 아예 전자인 비밀 협약으로 단정하고 있다. 정부는 한 발 더 나갔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즉각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따졌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유엔 참석차 출국을 앞둔 1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러 군사협력을 기정사실화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각종 국제 제재에 반하는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협력이라고 비판했다. 그 기조를 유엔 기조연설에서도 반복했으며, 대한민국과 동맹국, 우방국들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입증된 사실이 아닌 추측과 일어나지 않은 미래 상황을 전제하고 상대국 대사를 초치한 것도 그렇지만,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세계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경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연히 러시아 측은 "도발적이고 대결적인 추측성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미국과 한국 언론의 과장 및 왜곡 보도에도 강한 유감을 표했고, 한반도 위기는 한미 양국의 대북 무력 압박에 원인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정부는 루덴코 차관이 한국을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한국 측에 설명하겠다면서 한국과는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안정을 위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계속 접촉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편향된 시각은 러시아 차관의 방문을 북·러 무기 거래의 진실 호도를 위한 것이라고 이미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북·러 정상 간에 무슨 약속과 거래가 있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북·러가 무기 거래했다는 증거도 없다. 향후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지만, 현시점에서 이런 식으로 한·러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오히려 북·러가 협력을 강화할 빌미를 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러 외교는 바람직하지 않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러시아가 북한의 포탄을 절박하게 필요하다는 전제 역시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러시아는 작년 말부터 무기 생산 속도가 빨라져서 포탄은 전쟁 전의 2배, 탄약도 서방보다 7배, 탱크도 2배나 많다는 정보도 있다. 특히 러시아는 현재 공세보다 동우크라이나에서 3중 진지를 구축하고 방어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기 공급을 갑자기 늘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러시아가 세계의 주목과 의심 속에서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섣불리 무기 거래나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동은 하기 힘들다. 더욱이 전쟁 중에 ICBM 기술이나 핵잠수함을 북한에 제공함으로써 미국과의 전략 균형을 흔들 수 있는 무리한 행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핵보유국으로서 핵확산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왔으며, 그것이 유엔 대북 제재에 동의했던 이유다. 한·미·일의 동맹화로 러시아도 북한과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으나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는 않다. 작년 말부터 푸틴을 비롯해 러시아의 고위층에서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폴란드 우회) 지원 등의 행태를 경고해왔다. 애초에 한국 정부의 행위가 문제지만, 그렇다고 러시아가 당장 보복으로 무기 거래를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이번 만남에서는 아니다.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대북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언급했던 것을 보면 제재 대상이 아닌 인도적 지원을 시작으로 에너지와 식량 지원으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위험한 거래가 없었다면 과연 다행일까? 그렇지 않다. 준비하지 않으면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의 고립에서 벗어나 강대국 외교에 나선 북한과 전쟁 중에서도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하고, 향후 튼튼한 협력관계를 통해 영향력을 높이려는 러시아의 만남이었다. 한·미·일 진영화에 대한 직접적 맞대응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관계 정상화의 시작이다. 향후 상황에 따라 양국은 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로 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외에 어떤 외국 정상에게도 공개하지 않던 러시아 첨단 우주기술이 집합된 곳이다. 극동 함대, 전투기 기지, 그리고 농업 시설도 봤다. 문제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우리가 상승시켜 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진영편향 외교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남북관계는 단절하며, 중·러와의 관계는 악화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진영편향으로 돌진할수록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구도를 만들고, 향후 미·중과의 관계에서도 공간 확보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미국과 전략무기 균형을 깰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고, 유엔 제재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는 주저할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한국과 관계 파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아직 기회는 있다. 윤석열 정부가 대러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최소시간에 얼마나 많은 정상회담을 하느냐로 기네스북에 등재하겠다는 국격과 국위를 떨어뜨리는 이상한 외교를 할 때가 아니다. 윤 정부의 진영편중 외교가 북·러 및 북·중 결속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신중한 접근법 모색이 절실하지만, 그간 윤 정부의 행보를 미뤄보면 변화 가능성이 난망하다는 점에서 국가의 미래가 너무도 염려스럽다.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
[전채남의 AI Story] 휴머노이드 로봇
작년 말 2023년에 주목할 인공지능(AI)의 하나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꼽혔다.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은 사람과 비슷한 모습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로봇이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사람처럼 인식하고 행동을 하는 고난도의 지능형 로봇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이, 로봇(I, Robot)이나 엑스 마키나(Ex Machina)와 같은 과학소설(SF) 영화의 좀 과도하게 각색된 AI로 잘 묘사되고 있다.휴머노이드 로봇의 기본적인 움직임과 작동은 로보틱스 공학에서 비롯되어 AI로 완성된다. 카메라, 접촉 센서, 액추에이터, 모터 등 다양한 하드웨어 구성 요소로 몸체가 만들어지고 AI로 로봇 뇌가 만들어진다. 로봇 뇌는 빅데이터 분석 및 AI 알고리즘을 통해 상호작용 관계 파악과 패턴 인식을 바탕으로 적절한 인지와 판단을 하고 반응 동작을 생성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로봇을 거부감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또 물리적 세상이 인간 위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집, 쇼핑몰, 사무실, 공장, 학교 등에서 인간을 도와줄 수 있도록 복잡한 활동을 지능화한 로봇을 사용한다면 인간과 비슷한 유형의 상호작용과 동작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주변 환경을 조정할 필요 없이 로봇을 다양한 설정에 바로 배치할 수 있다. 실제로 세상은 '인간 맞춤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문을 여는 것,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도구를 사용하는 것 등의 일상적인 행동은 모두 인간의 형태와 기능에 맞춰 설계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차이나 사이버스페이스의 칼럼에 기고한 글에서 "로봇이 환경에 적응하고 인간이 하는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인간과 크기, 모양, 기능이 거의 같아야 한다"고 하였다. 2016년경의 자율주행자동차와 유사하게 현재 기업들이 시장의 기회와 규모를 인지하면서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개발되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테슬라(Tesla)는 2022년 9월 회사의 AI 데이(Day)에서 옵티머스(Optimus)와 그의 프로토타입 모델인 범블(Bumble)-C를 시연하였다. 옵티머스는 테슬라에서 주력으로 선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 로봇이 결국 전체 자동차 비즈니스보다 테슬라에 더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시연 당시의 옵티머스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였지만 지난 5월 공개된 영상에서는 걷고 물건을 집어 상자에 넣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틀라스(Atlas)는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아틀라스는 높이 1.5m, 무게 75㎏으로 점프나 텀블링, 백플립 등 고난도 동작도 한다. 스피어 엔터테인먼트(Sphere Entertainment)에서 공개한 아우라(Aura)는 다음 달부터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더 스피어(The Sphere)에서 걸어 다니며 손님들과 상호작용할 예정이다. 지난 3월에는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 AI가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인 원엑스(1X)에 1천350만달러(약 311억원)를 투자하여 챗GPT와 결합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인간의 복잡한 움직임과 감정을 완벽하게 모사하는 것은 아직 도전과제이다.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도전과제들을 극복한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일상의 다양한 위험과 힘겨운 노동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풍요로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4차 산업혁명을 현실화할 것이다.〈주〉더아이엠씨 대표전채남 (주) 더아이엠씨 대표
[시시각각(時時刻刻)] 비행기 타는 추석, 문화의 의미를 생각하며
추석, 한가위는 우리나라의 으뜸 전통명절 중의 하나이다. 한가위의 어원을 보면 한 해의 한가운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라 유리왕 때 '가배(嘉俳)'라는 말에서 '가위'로 변했는데, 지금도 영남 지방에서는 '가분데'라는 말로 전해지고 있다. 추석 무렵 산소에 벌초하고 차례를 지내던 풍습이 이후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냄으로써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송편을 함께 먹으며 풍요로움을 누리는 전통문화로 발전하였다. 이를 통해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되새겼으며, 친인척 간의 유대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였다.이제는 명절 풍속이 여행 가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특히 이번 추석은 길게는 12일까지 길어진 연휴에 여행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부터 명절 휴가 기간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이 북적이고 비행기 표를 미리 예매해 놓아야 하는 여행 성수기가 되었다. 명절의 전통문화 양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문화는 속성상 항상 변하고 학습되고 축적된다. 전통문화도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이 변화하는 것이 아주 당연하다. 하지만 전통문화 속에는 정신적 가치가 존재하며, 이것은 인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떤 원숭이가 처음에는 고구마를 보고 털에 문질러 흙을 털어내고 먹다가, 우연히 바닷가에서 고구마를 떨어뜨려 흙은 씻겨나가고 소금이 묻어서 간이 된 고구마를 먹게 되었다. 이때부터 주변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서 먹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인류의 '문화'와는 다른 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축적될 뿐만 아니라, 인류학자 굿이너프(Ward H. Goodenough, 1961)가 주장하는 관념체계라는 것이 그 속에 존재한다. 굿이너프는 한 사회 구성원의 생활양식을 토대로 하는 관념체계 또는 개념체계를 문화로 보고 있다.프랑스 유학 시절 프랑스문화원에 근무하던 한 스페인 직원과 나눴던 대화가 문득 떠오른다. 나는 한국인들은 조상이 누구이며 자신이 몇 대손인지 안다고 했고, 스페인 직원은 어떻게 아냐며 놀라워했다. 내가 한국의 족보에 대해 설명해 주니 자신들은 먼 조상에 대해 알 수 없으며, 왕족만이 그런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페인 왕가의 계보가 적힌 작은 책을 선물로 주었고, 나는 왠지 모르게 우쭐한 마음이 들었었다. 우리가 가난하던 시절 서구의 선진 문명은 모든 것이 옳아 보였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서구를 따라 해야만 선진적이라 믿었고 서구의 문화를 흡수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전통문화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서구사회보다 더 선진적이며 수준 높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한 번 잃어버린 전통문화에 대한 관념체계는 다시 복구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수립된 후 사회주의 문화와 배치되는 전통문화를 부정하기도 했다. 신중국 이후 심지어 중추절은 오랫동안 법정 공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고 전통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중국은 2008년부터 중추절, 청명절, 단오절 등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고 자신들이 오랜 전통문화를 지닌 우수한 민족임을 알리고자 했다.추석을 보내는 방식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비행기 타는 추석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가을 달빛 좋은 추석을 앞두고, 조상을 기리고 자연의 풍요로움을 함께 누리는 전통관념 역시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K-컬처가 아닐까.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권세훈 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
[기고] 사고조사를 통한 예방
지난 7월15일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폭우로 인한 침수로 14명이 숨졌다. 침수 당시 지하차도 안에는 차량 17대가 고립돼 있었고, 그중에는 승객 9명이 탑승하고 있던 시내버스도 있었다. 작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 포항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들이 침수 전 차를 빼기 위해 들어갔다가 급작스럽게 유입된 물에 고립되거나 익사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가 빚어낸 사고로 매년 비슷한 유형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 사고에 견줘 유사 사고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필자는 작년까지 4년간 중앙사고조사단에서 근무하면서 2명 이상이 사망한 대형사고에 대한 조사업무를 수행했다. 공단 대부분 사업은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사업이지만, 조사업무는 사고가 발생하면 착수하는 '사후' 성격이 강하다. 반복된 조사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하다 보면 예방사업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어떤 유의성과 특징을 파악하게 된다.사고는 크게 '잘 알려진 사고' '예견하기 힘든 사고' '예견 가능한 사고'로 나뉜다. 잘 알려진 사고의 대표적인 예는 △고소작업대의 작업대 난간을 제거한 채로 사용하다 발생하는 추락사고 △과상승방지장치를 제거해서 사용하다 발생하는 끼임사고 등이 있다. 이는 누구나 잘 알지만 반복되는 사고다.예견하기 힘든 사고의 예로는 전자 CO2 집합관실에서 선택밸브의 나사부 파손으로 CO2가 누출돼 근로자 2명이 숨진 사고가 있다. 또 다른 비슷한 유형으로는 워크웨이 데크 기둥에 고박(고정)해 놓았던 인공수초섬이 집중폭우로 떠내려가면서 이를 잡으려던 관련 사업장 담당자 등 6명이 선박 전복으로 숨진 사고도 있다.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상황은 아니지만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사고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고 발생 전 상황을 복기하다 보면 '과연 안전관리 활동을 잘했으면 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결론은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만 가지 재해사례를 담고 좀 더 창의적인 생각으로 현장을 봐야 할 것 같다.나머지 대부분 사고는 예견 가능한 사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가보면 '안전관리에 대한 조직적 취약'이라는 공통적인 문제점이 보인다. 경력이 얼마 안 돼 역량이 부족한 직원에게 안전업무가 맡겨져 있으며 그마저도 전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안전업무에 손이 가장 늦게 갈 수밖에 없다. 반면 안전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진 사업장은 중간 관리자급이 법적 사항을 포함해 안전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또한 근로자의 참여도 역시 안전문화에 중요한 부분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98년 안전보고서에서 "안전문화란 조직의 안전 문제가 우선시되고, 조직과 개인이 그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항상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각과 행동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적시했다.이 모든 것이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의지로부터 시작된다. 아주 특별한, 예견하기 힘든 사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예견이 가능하므로 예방이 가능한 사고들이다. 예견 가능하니 만큼 조금씩 조금씩 조사를 통한 예방사업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다 보면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에서 제시한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상시 근로자 수 대비 사고사망자 수) 0.29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송국일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사고조사센터장)송국일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사고조사센터장)
[문화산책] 호퍼의 시선
지난달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막을 내린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회는 작가의 초기부터 말년까지 전 생애에 걸친 회화·드로잉·판화·수채화 160여 점과 아카이브 등 총 270여 점을 선보이며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큰 틀에서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 성격을 띠고 있었다. 약 30만명이 다녀가면서 에드워드 호퍼의 인기를 실감한 올해의 전시로 불릴 정도였는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넣으면 책이 잘 팔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출판업계, 광고업계에서도 사랑받는 그의 작품의 매력은 뭘까.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 미국)는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많이 남긴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작가이다.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들, 현대인의 고독함과 상실감을 사실적이면서 상징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많이 남겼다. 호퍼의 작품은 늘 고독, 사회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 현대인들의 외로움 등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림은 작가 내면의 무의식을 담아내는 창이 되는데, 말이나 글보다도 효과적이다. 호퍼는 자신의 그림에 드리워진 외로움에 대해 "전혀 의식한 것이 아니었다. 아마 내가 외로운 사람인가 보다"라고 회고했다고 한다. 이렇게 내적 갈등으로 자주 고뇌하던 호퍼는 과묵하고 외로움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호퍼는 자신의 그림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외로움이라는 정서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내면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가 표현하는 외로움은 마치 산업화와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어두운 모습, 당시 뉴욕 사회의 정서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도시의 풍경과 도시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다 보니 호퍼의 작품이 현대인의 고독을 그린 소재와 구도로 시대를 뛰어넘어 요즘 현대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특히 '내면을 그리겠다'는 자신의 선언에 충실해 개인의 시선으로 그가 발견해 낸 미적인 세상이 인정받는 세상이 온 것이 큰 인기 비결로 꼽히고 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미디어 범람의 시대에 반대로 그가 잡아낸 평범한 일상의 순간, 빛과 그림자. 누구인지 모를 인물, 표정 없는 얼굴, 어둠이 깔리는 익숙한 어디서 본듯한 장소. 영국 '가디언'지가 이런 기사를 냈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임교은<갤러리 프랑 대표>임교은 (갤러리 프랑 대표)
[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교육] 아이스크림과 촛불 사이
내 고향은 경북이지만 어렸을 때 서울로 이사하여 30여 년을 그곳에서 생활했기에 지금 이 지역에는 친구가 별로 없다. 더구나 직장에서 은퇴한 지금은 가끔 만나는 친구도 크게 줄었다. 그 와중에 가까이 살며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는 내게 아주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고 또 나를 자극해주는 도반이기도 하다. 그 친구가 얼마 전 앞산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마주치는 노인들의 얼굴에서 그들의 지나간 삶을 보고 그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나도 가끔 집 주위 임도를 산책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데, 그들을 영웅으로 보기는커녕 나에게 피해를 주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운 존재로 보곤 했기 때문이었다. 왜 그 친구는 만나는 타인들을 이 시대의 영웅으로 보는데 나는 그러지 못할까? 인도의 수도승 가우르 고팔 다스는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 책'에서 "모든 인간의 본성은 아이스크림과 촛불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아이스크림은 쾌락주의를 상징한다. 즉 녹아내리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즐기라는 의미다. 반면 촛불은 아이스크림과 같이 녹아내리지만 녹아내리면서 빛을 비춘다. 즉 인간의 이타적 본성을 나타낸다. 고팔 다스는 모든 인간은 완전히 이기적이지도 않고 완전히 이타적일 수도 없다고 본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만 타인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즐기기 위해 존재한다. 삶을 즐기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자연과 타인이 주는 것을 받으며 감사하며 즐기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내가 가진 것을 주면서 즐기는 것이다. 고팔 다스는 "받는 사람은 잘 먹을 수 있지만 주는 사람은 잘 잘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받는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주는 사람은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나누고 배려하는 것 속에는 마법같이 놀라운 것이 숨겨져 있다. 삶의 만족감과 충만함이 그것이다. 이타적 사고와 행위를 통한 만족감과 충만함을 말로 가르치기는 어렵다. 실제로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방법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장애인 시설에 가서 장애우를 목욕시키는 봉사를 실천한 직장 동료가 있었다. 그 동료의 아이들은 아마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들이 느껴보지 못하는 만족감과 충만함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미국의 뇌과학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당신의 뇌는 언제나 예측하고 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신체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해 당신이 생명과 안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홀로 숲속을 걷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때 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그러면 늘 그랬듯이 전두엽은 예측을 시작한다. 예컨대 '근처에 멧돼지가 있다.' 이런 예측은 당신이 멧돼지를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이와 동시에 전두엽에서는 도망칠 준비를 하느라 심박 수가 증가하고 혈관이 확장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액이 갑자기 쇄도하면 내수용 감각이 발생하므로, 뇌는 이런 감각도 예측하게 된다. 그 결과 전두엽은 멧돼지, 신체 변화, 신체 감각을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의 뇌가 예측 기계로 만들어진 것은 전두엽이 수백만 년간의 구석기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 예측의 대부분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것이었다.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저녁거리로 먹을 사냥 대상이라기보다 나를 잡아먹을 맹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었다. 뇌가 예측 기계라는 배럿의 주장을 읽고 나니 이기심에 대한 죄책감은 많이 완화되었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타인은 지옥으로 경험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오직 그 지옥을 통해 진정한 만족감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나'라고 믿는 분리된 주체가 없다면 아이스크림이 곧 촛불이고 촛불이 곧 아이스크림이다. 주는 나도 없고 받는 당신도 없으며 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촛불의 만족감과 충만함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그 얼마나 가련한가? 대구교대 명예교수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대구·경북오늘의 날씨 (9월 25일)…대체로 흐림
[단상지대]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성과와 과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가 본궤도에 올라섰다. 안보와 경제 이익이 직결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복원·격상시켰다. 가깝지만 먼 나라였던 일본과 관계 개선의 주춧돌도 놓았다. 신흥 경제국들(인도, 베트남, UAE, 사우디 등)과의 경제 협력도 증진시키고 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도 방산, 원전, 전후복구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성공적인 양자외교(bilateral diplomacy)뿐 아니라 다자외교(multilateral diplomacy)에서도 국격을 높이고 있다. 유엔 기조연설을 비롯한 G-20, 아세안(ASEAN),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 레짐을 통한 안보, 기후, 디지털, 경제격차, 인권 등 글로벌 이슈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애초 기대와 달리 외교 성과를 내는 근저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첫째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철학이 '가치외교'로 연결되어 동맹 및 관계 정립에 기여하고 있다. 둘째 강한 애국심이 영업사원1호로서 '실용외교'에서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범하고 솔직 담백한 개인적 스타일이 정상들 간의 '신뢰 외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국민들도 체감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자들이 가장 잘하는 것(31%)으로 '외교'를 손꼽았다. 또한 전국지표조사에서도 주요 정책 과제 평가 중 대북정책(42%), 외교정책(41%)을 가장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지난 1년 반 동안 '글로벌중추국가'라는 외교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는 차분하게 대전략과 실행 전술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첫째, 실질적인 결실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뿌린 씨앗을 잘 관리해서 열매를 맺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UAE와 체결한 48개 양해각서(MOU), 지난해 11월 사우디와 맺은 경제협력 약속도 실행되어야 한다. 아쉬움을 남긴 미국과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에서 우리 기업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세심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관협력 체계도 더 강화해야 한다.둘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굳건한 미국과 일본 관계를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 한·일·중 3국 회담의 의장국으로서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중국은 제1의 무역국이자 북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최근 우려하고 있는 남방3각관계(한미일)와 북방3각관계(북중러)의 냉전적 대결 프레임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교는 늘 협상의 여지를 가져야 하며, 중견국에 걸맞은 외교적 자율성(diplomatic autonomy)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북 외교·통일 전략의 심모원려가 필요하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의 근원적인 문제이다. 북한이 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압박·제재·봉쇄만으로 북핵을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 북한 핵무기의 목적은 체제 유지를 위한 방어가 아니라 한반도 공산화에 있다는 점을 간파한다면, 현상유지(status quo)를 넘어 새로운 전략적 대안이 필요하다.21세기 복합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는 결국 외교에 달려있다. 북한과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의 군사안보, 국민 행복을 위한 경제안보, 국격 증진을 위한 소프트 파워 등 국운융성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보이는 이유이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여의도 메일]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민생 국회 실천할 마지막 기회
지난해 말 전국 교수들이 뽑은 올해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택했다. 과이불개란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를 추천한 교수는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이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라고 밝혔다. 지금 국회의 모습을 보더라도 '과이불개'는 여전해 보인다. 며칠 전 국회는 하루 만에 '헌정사 최초'라는 타이틀이 세 가지나 나왔다. 헌정사 최초의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검사 탄핵 소추안 가결' '총리 해임건의안 가결'이 이뤄졌다. 해당 안건들에 대해 저마다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당리당략에 따른 결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야당에서는 총리 해임 건의안이 잘못된 국정운영을 바로 잡기 위해 올린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따른 맞불 대응으로 보고 있다. '헌정사 최초'를 떠나 뼈아픈 점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민생 논의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국회는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가 자행돼왔다. 지난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국회를 연 것도 '방탄 국회'를 만들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거대 야당은 '방탄 국회' 비난을 비켜 가고자 '입법 폭주 기관차'를 자임했다. 양곡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 자신들이 집권할 때도 추진하지 않았던 법들을 과반이 넘는 의석으로 밀어붙였다. 지금 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특검만 3개, 국정조사가 4개에 달한다. 다 민생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에도 제1야당은 '핵 폐수' 괴담을 퍼뜨리며 장외집회를 연일 열고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무책임한 괴담 선동정치에 '다 죽는다'는 어민들의 피 끓는 호소에도 들은 체 만 체였다. '세슘 우럭' '세슘 멍게'라 외치던 당 대표는 오염수 규탄 집회를 앞두고 횟집에서 단체 회식을 하고 "참 맛있게 잘 먹었다"는 글과 서명까지 해주고 나왔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의 이중적 행태가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는 갈수록 멍들어 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에 서민과 중소기업의 허리는 휘다 못해 꺾일 지경이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흉기 난동에 국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고, 교사들은 민원 폭탄과 갑질에 목숨을 끊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한데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는 실종됐다. 대화와 타협은 온데간데없고 서로를 물고 뜯는 데만 혈안이다.한 달 전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당 대책 회의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총선을 목전에 두고 야당의 거센 정략적 공격이 예상되지만 우리 당은 책임여당의 자세로 '경제정당' '민생정당'의 역할에 집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저기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데 국회가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당이 경제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것은 시의적절하다. 저물어가는 21대 국회의 민낯을 되돌아보면 국민들께 송구함과 아쉬움을 크게 느낀다. 중소기업인 출신 국회의원으로 민생 경제를 되살리는 데 온몸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했지만 나 또한 당리당략에 치우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되새기며 남은 임기 민생을 위한 의정활동에 집중할 것을 다짐한다. 며칠 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재옥 원내대표께서 "사회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이라는 정치 본연의 임무를 국회가 제대로 하고 있느냐"며 "이번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는 단 한 건의 민생법안이라도 더 통과시키자"는 호소가 여전히 뇌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무경 국회의원 (국민의힘)한무경 국회의원 (국민의힘)
[성현 생각] 성급하게 앞에 지르기로 발생하는 소통사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느닷없이 옆 차선에서 끼어 들어온 차로 인해 놀랄 때가 있다. 보다 빨리 가고 싶은 욕심에 옆 차의 진행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앞지르기를 시도하다가 큰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누군가와 소통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입장이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앞에 있는 사람에게 고함지르거나 윽박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성급한 마음으로 상대 앞에서 지르기는 결국 소통사고를 일으키며 큰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앞지르기는 위험이 뒤따르기에 늘 신중해야 한다. 도성현〈blog.naver.com/superdos〉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여성 공학박사들의 대선
멕시코 이야기다. 내년 6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의 유력 여야 후보가 다 여성 공학박사다. 여당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전 멕시코시티 시장은 에너지공학 박사고, 야당의 소치틀 갈베스(60) 상원의원은 컴퓨터공학 박사다. 여론 조사에선 여당 후보가 훨씬 앞선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멕시코는 최초의 여성 공학박사 대통령을 맞게 된다.셰인바움은 유대인 생물학자 어머니와 화공학자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멕시코국립자율대학에서 에너지공학 및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그 대학의 공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면서 100편 이상의 논문과 두 권의 책을 저술했다. 에너지, 환경, 환경을 지키는 개발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대학의 공학기술혁신 분야 최우수 청년연구자상을 수상하였고, 또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기후변화의 완화'라는 공동연구 논문을 기고했는데 이 단체는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셰인바움의 정치적 스승은 현 대통령 로페스 오브라도르이다. 그가 멕시코시티 시장이었을 때 수석 환경담당관으로 발탁되어 그와 첫 인연을 맺었다. 그 뒤 틀랄판구의 구청장을 거쳐 2018년엔 자신이 멕시코시티의 시장이 되었다. 시정의 축을 대중교통, 대기오염, 식목, 쓰레기재활용, 도시철도 문제 해결에 두었다. 2021년에는 코로나를 과학적으로 잘 대처하여 시장재단이 수여하는 '세계시장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는 약했다. 코로나 문제에 미련한 대통령과 그 관리들에게 그녀는 질타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멕시코 대선후보 지명에는 아직 으슥한 데가 있는 만큼 큰손 뒷배의 심기를 어지럽힐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아침을 열며] 윤 대통령의 글로벌 격차 해소 비전, 그 가치와 실현의 길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기조연설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경고, 글로벌 격차 해소를 위한 한국의 지원 의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지지 호소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여기서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심화되고 있는 개발격차, 기후 격차, 디지털 격차 등 3대 글로벌 격차 문제를 지적하고, 격차 해소를 위한 한국의 적극적 의지와 방향을 표명하였다. 글로벌 격차 해소는 인류공영을 위한 시대적 소명이고, 한국은 이 시대적 소명에 선도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윤 대통령의 3대 글로벌 격차 해소 비전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반드시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한국은 현재 갖고 있는 역량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3대 글로벌 격차 해소를 가장 실효성 있게 지원할 수 있는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격차 해소를 위한 한국의 지원전략은 한국의 성장 동력과 경제영토 확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격차 해소를 위한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면서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품격 높은 선진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먼저 개발격차 문제를 보자, 세계은행에 의하면, 2021년 현재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 인구가 7억1천100만명이고,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은 70년의 짧은 역사로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국가이다. 우리는 성공적인 산업화 전략과 새마을 운동 등으로 빈곤의 늪에서 탈피하여 '자립경제의 길'을 개척해 왔다. 빈곤의 늪에 빠져 있는 국가는 원조자금만으로는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역사적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고기를 잡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금과 물자 중심의 원조 시스템인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도국 스스로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자기개발원조(SDA)'가 필요하다. 나는 2011년에 '자기개발원조(SDA)'라는 새로운 개도국 지원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이에 기초하여 한국의 성공적인 산업화 경험과 새마을 운동을 체계적으로 학습하여 현지화할 수 있는 개도국 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영남대학교에 '박정희 스쿨'을 설립한 바 있다. '자립경제의 길'을 열 수 있는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실효성 있는 개도국 지원 방식이고, 이것은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개도국에서 친한파가 양성될 것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에 대한 외교적 지지, 시장 개척, 풍부한 천연자원 확보로 이어지면서 국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매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불안해하고 있다.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개발은 물론 원전, 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 에너지(CFE)를 폭넓게 활용해야 하는데, 이 또한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국제 간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서도 한국은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 최강국으로 개도국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과 교육, 금융, 보건 의료, 시장 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기술의 세계적 확산을 의미하고, 우리는 이를 통하여 인류공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의 경제영토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사람의 뼈를 통해 본 옛사람들의 질병②
옛사람들의 뼈에는 일상적인 행위 수준과 노동 강도를 짐작할 수 있는 병리 지표들도 확인된다. 특정 부위의 관절이나 근육을 많이 사용해 나타나는 병변은 성인의 뼈대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관절면의 퇴행성 변화, 근육과 인대가 붙는 뼈대 부위의 변형, 척추 관절면에 나타나는 쉬모를 결절 등이 대표적이다.사람 뼈의 퇴행성 관절 질환은 관절면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뼈와 뼈가 직접 접촉하면서 나타나는 병변으로 진단된다. 구체적으로 관절면에 작은 구멍이 생기거나 관절 주변부가 확장되고 심할 경우 관절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생긴 선이나 고랑, 표면의 광택(상아질화)으로 옛사람들이 앓았던 관절염을 알아낼 수 있다.5세기 중반에 축조된 조영CⅡ-1호묘의 주피장자는 뼈를 통해 볼 때 남성적 요소가 강하며 나이는 36~50세 정도로 비교적 많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사람의 대퇴골의 하단부에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던 흔적이 확인되며 하악골에는 생전에 치아가 모두 결실되어 있어 여러 곳에서 퇴행성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사진1~2) 5C 중반 30~50세 상당수 男특정 근육 반복, 과하게 사용대퇴골 하단부 관절염 많아전쟁이나 사고 등 골절 부상팔·늑골 치유된 흔적도 확인근부착부위 뼈대 변형은 힘줄과 인대, 관절주머니가 뼈와 만나는 부위에서 발생하는데 반복적인 동작으로 해당 부위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외상, 염증,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조영1A-7호의 주피장자(36~50세 남성)의 쇄골(사진3)과 조영EⅡ-6호의 인골(21~35세 여성적)의 대퇴골 하단(사진4)에서 이 현상이 잘 관찰된다. 또한 조영1A-7호 주피장자(36~50세 남성)의 종족골(사진5)과 임당2호 북분의 주곽 인골(36~50세 남성)의 하악골(사진6)에서도 퇴행성 관절 질환이 잘 확인된다. 특히 임당5D2호 인골(36~50세 남성적)의 척추골에서도 퇴행성 관절 질환이 확인되는데 이 인골의 경우 흉추 12번과 요추 1번이 생전에 붙어있어 등뼈앞굽음증으로 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사진7) 쉬모를 결절은 척추의 디스크(척추사이 원반) 내용물이 척추몸통의 연골종말판 아래의 뼈로 파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기도 하고 척추후만증이나 외상, 대사성 질환과도 관련되어 있으나 옛사람 뼈에서는 주로 척추에 가해지는 역학적 스트레스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증상은 조영EⅡ-7호의 주피장자(21~40세 남성)에게서 잘 확인(사진8)되는데 이 사람은 이 외에도 두개골의 다공성 과골화증, 치관 탈락 등 다양한 질병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골절은 외부의 힘에 의해 뼈가 부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힘의 정도에 따라 뼈에 다양한 종류(횡형, 사선형, 나선형 등)의 골절선이 나타날 수 있다. 골절이 된 후에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거나 충분한 혈액 공급 등이 없다면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치유될 수도 있다.임당유적 출토 인골 중에서도 골절이 발생한 후에 치유된 흔적이 확인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임당2호 북분 순장자의 인골이다. 임당2호 북분은 평면 명(明)자 형의 주부곽식 암광목곽묘로 주곽에 주피장자 외에 3명 이상의 순장자가, 부곽에도 2명의 순장자가 매장되었다. 이 중 부곽의 북서편에 머리를 북동으로 누워 있는 인골은 부곽의 함몰 시 충격으로 인해 많이 흐트러져 있었으며 인골은 머리에서 가슴, 그리고 두 다리 쪽으로 S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었다. 이 순장자는 최소 30대 이상의 성인으로 남성(적)이며 오른쪽 요골에서 골절 후 치유되었던 흔적이 확인되었다.(사진9) 이러한 고고학적 정황을 통해 볼 때, 이 남성은 생전에 주인을 모시던 순장자로 전쟁이나 어떠한 사고로 인해 팔이 부러졌으나 잘 회복되었던 삶의 이야기가 이 뼛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임당5D2호의 인골(36~50세 남성적) 중에는 늑골이 부러졌다가 생전에 회복(사진10)된 사례가 확인되기도 하며 조영1A-15호 주피장자(21~35세 남성적)의 경우에는 대퇴골이 골절(사진11)되기도 했다. 심지어 조영1A-7호의 주피장자(36~50세 남성)는 족골 중 일부가 골절되었다가 회복되기도 했다. (사진12) 이상을 통해 볼 때 옛사람들은 일상적인 행위에서 상당한 강도의 노동에 시달렸으며 반복적으로 특정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관절염이나 뼈대 변형 등 퇴행성 질환으로 육체적 고통이 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현대인들도 많이 겪고 있는 무릎이나 허리 통증 등 관절 질환의 흔적이 뚜렷이 관찰된다. 또한 팔과 다리, 심지어 발가락과 늑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있었으며 살면서 회복되는 과정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고대인의 질병에 관한 구체적인 모습은 영남대학교박물관 특별전 '사람 뼈로 본 옛사람들의 질병'(2023년 9월4일~11월30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책 속의 길] 김미경의 REBOOT
2020년 3월, 5부제에 맞춰 약국에서 어렵게 구한 마스크를 쥔 채 불안한 걸음을 옮겼다. 막막하고 두려움에 떨던 시간은 너무 더디게 흘러갔다. '김미경의 REBOOT'에서 만난 '자욱한 안개'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면서 바뀐 생활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그런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모색해야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만의 질서를 찾아야 했다.김미경의 'REBOOT'에서는 4가지 리부트 공식 즉, 언택트를 넘어 '온텍트(On-tact)'로 세상과 연결하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완벽히 변신하라,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인디펜던트 워커(Independent worker)로 일하라, 의무가 아닌 생존(Safety)을 걸고 투자하라고 말한다. 어쩌면 팬데믹(pandemic)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인생 리부트 시나리오를 쓸 대전환의 기회를 선물한 것인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시대에 자기만의 리부트 시나리오를 가지는 것이 세상에 뒤처지지 않을 추격자로서의 올바른 행동이라는 것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위기로부터 멈춘 나를 일으켜 세우는 위대한 임파워먼트(내발적인 힘의 개화)의 자각이 주변으로, 지역사회로, 세계로 연쇄 반응하며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시련에 맞서는 용기, 남을 생각하는 이타의 마음이 필요한 때에 적절한 형태로 나타나는 세상을 꿈꿔 본다.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끼게 해준다. 자신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새로운 시스템이 되도록 해야 한다.폭풍우가 칠 때 파도는 움직여도 대해(大海)의 깊은 곳은 흔들리지 않듯이, 경쟁보다는 위로를 통해 행복의 시놉시스를 함께 써보자. 짹짹이로 유명한 100만 유튜버인 저자의 말처럼 "걱정 말아요.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또 해낼 것입니다"라고 외쳐본다.사랑하는 사람도, 지켜야 할 일터도,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소망 또한 여전히 그대로 아닌가.이재인〈새마을문고중앙회 대구시지부 이사〉이재인〈새마을문고중앙회 대구시지부 이사〉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협 "법원 행태는 모순…정부 의대생 복귀 호소는 오만" 주장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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