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호퍼의 시선
지난달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막을 내린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회는 작가의 초기부터 말년까지 전 생애에 걸친 회화·드로잉·판화·수채화 160여 점과 아카이브 등 총 270여 점을 선보이며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큰 틀에서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 성격을 띠고 있었다. 약 30만명이 다녀가면서 에드워드 호퍼의 인기를 실감한 올해의 전시로 불릴 정도였는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넣으면 책이 잘 팔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출판업계, 광고업계에서도 사랑받는 그의 작품의 매력은 뭘까.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 미국)는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많이 남긴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작가이다.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들, 현대인의 고독함과 상실감을 사실적이면서 상징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많이 남겼다. 호퍼의 작품은 늘 고독, 사회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 현대인들의 외로움 등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림은 작가 내면의 무의식을 담아내는 창이 되는데, 말이나 글보다도 효과적이다. 호퍼는 자신의 그림에 드리워진 외로움에 대해 "전혀 의식한 것이 아니었다. 아마 내가 외로운 사람인가 보다"라고 회고했다고 한다. 이렇게 내적 갈등으로 자주 고뇌하던 호퍼는 과묵하고 외로움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호퍼는 자신의 그림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외로움이라는 정서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내면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가 표현하는 외로움은 마치 산업화와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어두운 모습, 당시 뉴욕 사회의 정서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도시의 풍경과 도시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다 보니 호퍼의 작품이 현대인의 고독을 그린 소재와 구도로 시대를 뛰어넘어 요즘 현대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특히 '내면을 그리겠다'는 자신의 선언에 충실해 개인의 시선으로 그가 발견해 낸 미적인 세상이 인정받는 세상이 온 것이 큰 인기 비결로 꼽히고 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미디어 범람의 시대에 반대로 그가 잡아낸 평범한 일상의 순간, 빛과 그림자. 누구인지 모를 인물, 표정 없는 얼굴, 어둠이 깔리는 익숙한 어디서 본듯한 장소. 영국 '가디언'지가 이런 기사를 냈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임교은<갤러리 프랑 대표>임교은 (갤러리 프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