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사람의 뼈를 통해 본 옛사람들의 질병②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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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2 08:25  |  수정 2023-09-22 08:25  |  발행일 2023-09-22 제25면
상당한 노동 강도 인한 뼈대 변형·퇴행성 질환
현대인도 많이 겪는 무릎·허리 통증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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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옛사람들의 뼈에는 일상적인 행위 수준과 노동 강도를 짐작할 수 있는 병리 지표들도 확인된다. 특정 부위의 관절이나 근육을 많이 사용해 나타나는 병변은 성인의 뼈대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관절면의 퇴행성 변화, 근육과 인대가 붙는 뼈대 부위의 변형, 척추 관절면에 나타나는 쉬모를 결절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 뼈의 퇴행성 관절 질환은 관절면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뼈와 뼈가 직접 접촉하면서 나타나는 병변으로 진단된다. 구체적으로 관절면에 작은 구멍이 생기거나 관절 주변부가 확장되고 심할 경우 관절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생긴 선이나 고랑, 표면의 광택(상아질화)으로 옛사람들이 앓았던 관절염을 알아낼 수 있다.

5세기 중반에 축조된 조영CⅡ-1호묘의 주피장자는 뼈를 통해 볼 때 남성적 요소가 강하며 나이는 36~50세 정도로 비교적 많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사람의 대퇴골의 하단부에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던 흔적이 확인되며 하악골에는 생전에 치아가 모두 결실되어 있어 여러 곳에서 퇴행성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사진1~2)


5C 중반 30~50세 상당수 男
특정 근육 반복, 과하게 사용
대퇴골 하단부 관절염 많아

전쟁이나 사고 등 골절 부상
팔·늑골 치유된 흔적도 확인



근부착부위 뼈대 변형은 힘줄과 인대, 관절주머니가 뼈와 만나는 부위에서 발생하는데 반복적인 동작으로 해당 부위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외상, 염증,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조영1A-7호의 주피장자(36~50세 남성)의 쇄골(사진3)과 조영EⅡ-6호의 인골(21~35세 여성적)의 대퇴골 하단(사진4)에서 이 현상이 잘 관찰된다. 또한 조영1A-7호 주피장자(36~50세 남성)의 종족골(사진5)과 임당2호 북분의 주곽 인골(36~50세 남성)의 하악골(사진6)에서도 퇴행성 관절 질환이 잘 확인된다. 특히 임당5D2호 인골(36~50세 남성적)의 척추골에서도 퇴행성 관절 질환이 확인되는데 이 인골의 경우 흉추 12번과 요추 1번이 생전에 붙어있어 등뼈앞굽음증으로 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사진7)

쉬모를 결절은 척추의 디스크(척추사이 원반) 내용물이 척추몸통의 연골종말판 아래의 뼈로 파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기도 하고 척추후만증이나 외상, 대사성 질환과도 관련되어 있으나 옛사람 뼈에서는 주로 척추에 가해지는 역학적 스트레스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증상은 조영EⅡ-7호의 주피장자(21~40세 남성)에게서 잘 확인(사진8)되는데 이 사람은 이 외에도 두개골의 다공성 과골화증, 치관 탈락 등 다양한 질병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

골절은 외부의 힘에 의해 뼈가 부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힘의 정도에 따라 뼈에 다양한 종류(횡형, 사선형, 나선형 등)의 골절선이 나타날 수 있다. 골절이 된 후에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거나 충분한 혈액 공급 등이 없다면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치유될 수도 있다.

임당유적 출토 인골 중에서도 골절이 발생한 후에 치유된 흔적이 확인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임당2호 북분 순장자의 인골이다. 임당2호 북분은 평면 명(明)자 형의 주부곽식 암광목곽묘로 주곽에 주피장자 외에 3명 이상의 순장자가, 부곽에도 2명의 순장자가 매장되었다. 이 중 부곽의 북서편에 머리를 북동으로 누워 있는 인골은 부곽의 함몰 시 충격으로 인해 많이 흐트러져 있었으며 인골은 머리에서 가슴, 그리고 두 다리 쪽으로 S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었다. 이 순장자는 최소 30대 이상의 성인으로 남성(적)이며 오른쪽 요골에서 골절 후 치유되었던 흔적이 확인되었다.(사진9) 이러한 고고학적 정황을 통해 볼 때, 이 남성은 생전에 주인을 모시던 순장자로 전쟁이나 어떠한 사고로 인해 팔이 부러졌으나 잘 회복되었던 삶의 이야기가 이 뼛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임당5D2호의 인골(36~50세 남성적) 중에는 늑골이 부러졌다가 생전에 회복(사진10)된 사례가 확인되기도 하며 조영1A-15호 주피장자(21~35세 남성적)의 경우에는 대퇴골이 골절(사진11)되기도 했다. 심지어 조영1A-7호의 주피장자(36~50세 남성)는 족골 중 일부가 골절되었다가 회복되기도 했다. (사진12)

이상을 통해 볼 때 옛사람들은 일상적인 행위에서 상당한 강도의 노동에 시달렸으며 반복적으로 특정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관절염이나 뼈대 변형 등 퇴행성 질환으로 육체적 고통이 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현대인들도 많이 겪고 있는 무릎이나 허리 통증 등 관절 질환의 흔적이 뚜렷이 관찰된다. 또한 팔과 다리, 심지어 발가락과 늑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있었으며 살면서 회복되는 과정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고대인의 질병에 관한 구체적인 모습은 영남대학교박물관 특별전 '사람 뼈로 본 옛사람들의 질병'(2023년 9월4일~11월30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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