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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일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사고조사센터장) |
지난 7월15일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폭우로 인한 침수로 14명이 숨졌다. 침수 당시 지하차도 안에는 차량 17대가 고립돼 있었고, 그중에는 승객 9명이 탑승하고 있던 시내버스도 있었다. 작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 포항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들이 침수 전 차를 빼기 위해 들어갔다가 급작스럽게 유입된 물에 고립되거나 익사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가 빚어낸 사고로 매년 비슷한 유형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 사고에 견줘 유사 사고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필자는 작년까지 4년간 중앙사고조사단에서 근무하면서 2명 이상이 사망한 대형사고에 대한 조사업무를 수행했다. 공단 대부분 사업은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사업이지만, 조사업무는 사고가 발생하면 착수하는 '사후' 성격이 강하다. 반복된 조사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하다 보면 예방사업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어떤 유의성과 특징을 파악하게 된다.
사고는 크게 '잘 알려진 사고' '예견하기 힘든 사고' '예견 가능한 사고'로 나뉜다. 잘 알려진 사고의 대표적인 예는 △고소작업대의 작업대 난간을 제거한 채로 사용하다 발생하는 추락사고 △과상승방지장치를 제거해서 사용하다 발생하는 끼임사고 등이 있다. 이는 누구나 잘 알지만 반복되는 사고다.
예견하기 힘든 사고의 예로는 전자 CO2 집합관실에서 선택밸브의 나사부 파손으로 CO2가 누출돼 근로자 2명이 숨진 사고가 있다. 또 다른 비슷한 유형으로는 워크웨이 데크 기둥에 고박(고정)해 놓았던 인공수초섬이 집중폭우로 떠내려가면서 이를 잡으려던 관련 사업장 담당자 등 6명이 선박 전복으로 숨진 사고도 있다.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상황은 아니지만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사고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고 발생 전 상황을 복기하다 보면 '과연 안전관리 활동을 잘했으면 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결론은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만 가지 재해사례를 담고 좀 더 창의적인 생각으로 현장을 봐야 할 것 같다.
나머지 대부분 사고는 예견 가능한 사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가보면 '안전관리에 대한 조직적 취약'이라는 공통적인 문제점이 보인다. 경력이 얼마 안 돼 역량이 부족한 직원에게 안전업무가 맡겨져 있으며 그마저도 전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안전업무에 손이 가장 늦게 갈 수밖에 없다. 반면 안전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진 사업장은 중간 관리자급이 법적 사항을 포함해 안전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또한 근로자의 참여도 역시 안전문화에 중요한 부분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98년 안전보고서에서 "안전문화란 조직의 안전 문제가 우선시되고, 조직과 개인이 그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항상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각과 행동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적시했다.
이 모든 것이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의지로부터 시작된다. 아주 특별한, 예견하기 힘든 사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예견이 가능하므로 예방이 가능한 사고들이다. 예견 가능하니 만큼 조금씩 조금씩 조사를 통한 예방사업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다 보면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에서 제시한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상시 근로자 수 대비 사고사망자 수) 0.29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송국일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사고조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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