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대구 이글스

  • 입력 2002-11-14 00:00

독수리는 오래전부터 새들의 왕으로 떠받들여져 왔다. 희랍신화에는 제
우스신의 성조(聖鳥)로 묘사되고 있다. 옥좌에 앉은 제우스신의 모습을 보
면 머리에 올리브나무를 상징하는 관을 쓰고 왼손에 독수리가 앉은 홀을
쥐고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청을 들어주지 않자 제우스는 그를
코가서스 산정의 바위에 묶어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가혹한 형벌을 가
하기도 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도 수리가 등장한다. 수로왕이 탈해와 변신술 경
쟁을 벌이는데, 탈해가 매로 변하자 수로왕은 수리로 변하여 이겼다고 한
다. 이 '수리'는 독수리 등 수리류 전체를 가리키는 듯하다. 독수리가 어
린 아이를 채갔는데, 그 아이가 장성한 뒤에 다시 찾았다는 거창지방의 설
화도 전해온다.

내년 2월 공식 창단될 대구시민프로축구단의 명칭이 '대구 이글스(Eagl
es)'로 확정됐다. 인터넷 등을 통한 공모에 접수된 응모작 가운데 '대구
FC(Football Club)' '대구 유나이티드' '대구 애플즈' 등 10여개의 후보작
들을 놓고 심의, '대구 이글스'를 대구시민프로축구단 이사회 전원 일치로
결정했다는 것.

이를 두고 대구시민프로축구단 홈페이지와 대구시청 홈페이지의 게시판
에 네티즌들의 논란이 크게 일고 있는 모양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팬들도 이름을 도용당했다며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시민 서포터스의 반대
움직임도 심상찮다. 그러나 한 번 정한 이름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대구
시가 좀 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정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독수리의 용맹성을 흠모해 이를 상징물로 쓰는 경우는 많다. 제우스신
도 그렇지만, 미국의 상징도 그렇다. 우리 공군의 상징동물도 독수리다.
대구시를 상징하는 새도 독수리다. '대구 이글스'도 그래서 정한 것일 게
다.

"불타는 눈./ 오그린 부리./ 칼퀴진 발톱, 어느 하나도/ 무기 아닌 것
이 없다./ 독수리는 시시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급강직하 땅에 내렸다
가/ 기수를 올리어 날아오르면, 이미/ 발톱은 전리품을 사로잡아/ 승전(勝
戰)을 하늘에서 누린다"

박남수 시인이 노래한 '독수리'다. 대구시는 이런 용맹성을 취한 것이리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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