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왕국' 자리매김…절반의 성공

  • 입력 2004-11-02   |  발행일 2004-11-02 제1면   |  수정 2004-11-02 10:41
타격 집중력 부족·용병 기대이하 플레이 '아쉬움'
삼성 한국시리즈 결산
우승을 확정지은 현대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선동열 수석코치가 말했다. "좋은 게임을 해 준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야구인들의 평가도 결코 인색하지 않다. '기적의 팀.' 한국시리즈가 9차전까지 이어지면서 대구 삼성이 얻은 별명이다. 변변찮은 전력으로 이만큼 끌고온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2년만의 정상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삼성은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부끄럽지 않은 2등'이라는 소리가 설득력있게 들린다.

시즌전 4강에 들면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승엽, 마해영 등 거포들이 빠져나간 자리가 너무 커 보였다. 지난 5월엔 팀창단이후 처음으로 10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떨어지기도 했다. 시즌이 그대로 끝나버릴 것 같은 공포. 그러나 삼성은 예전의 '배부른 사자'가 아니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투혼을 발휘했고, 조직력과 투수력을 앞세워 금방 일어섰다. 특히 다승왕과 승률왕에 오른 배영수와 '쌍권총'으로 통하는 권혁, 권오준 등 마운드는 삼성호의 엔진이었다. 정규시즌 막판 프로야구의 근간을 뒤흔든 병풍속에서도 선 코치의 '지키는 야구'는 무너지지 않았다.

정규시즌 팀방어율 1위(3.76)를 차지하며 '투수왕국'으로 거듭난 삼성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배영수는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0회 노히트 게임을 기록하면서 팬들을 열광시켰다.

아쉬운 점은 해결사의 부재였다. 투수들이 아무리 잘 틀어 막아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기기 힘든 법이다. 삼성은 숱한 찬스를 결정력 부족으로 놓쳤고, 결국 왕중왕 등극에 실패했다. 용병의 덕도 전혀 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반짝 활약한 로페즈는 한국시리즈 들어 아예 '경기진행요원'으로 변했는데다 호지스 역시 고질적인 초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2004시즌은 삼성에게 도전과 시험의 무대였다. 이승엽과 같은 스타가 없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하나의 과제였고, 선수들은 값진 준우승으로 해답을 찾았다. '조직력과 투지'는 이제 삼성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용병다운 용병을 영입하고, 공격력을 보완하면 삼성의 전성시대는 앞당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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