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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안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장자는 우주만물과 하나되어 즐기는 낙도(樂道)의 삶을 이상적 웰빙으로 삼았다. |
최근 한국인이 열망하고 있는 웰빙. 이 웰빙은 요즘 사람들만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아니다. 이상적 삶의 상태라 할 수 있는 웰빙은 인간이면 누구나 원하는 삶이다. 물론 옛사람들도 웰빙을 추구했을 것이다.
갑자기 불어닥친 최근의 웰빙 열풍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도 있다. 상업화된 웰빙의 개념은 삶의 수준을 높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잘 산다는 것에 대한 가치관 정립이 제대로 안된 채 맹목적으로 웰빙을 추구하는 태도나 웰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웰빙적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계명대 한국학연구원은 지난달 18일 계명대에서 '여가의 과거와 미래'라는 주제로 창조적 여가생활의 이상적 모델을 모색하기 위한 학술대회를 열었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와 현대의 웰빙'(계명대 이현지 교수), '유가 경전에 나타난 낙도(樂道)의 의미'(이승연 경북대 교수), '불교와 여가'(박수호 고려대 교수) 등 이날 발표된 주제는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다양한 웰빙관을 담고 있다. 이 중 '장자의 소요유와 현대의 웰빙' 일부를 소개한다.
#장자의 웰빙관
현대 한국사회의 웰빙에 대한 관심은 본말이 전도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웰빙을 실현하는 것은 진정한 자신과의 만남을 통해서 가능하다. 존재적 차원의 고민이 제외된 웰빙은 허구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로는 진정한 웰빙을 실현할 수 없다.
장자사상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장자사상에 나타난 웰빙관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자유의 삶을 사는 것으로 웰빙에 대한 모델을 제시해 준다. 장자는 세상 어떤 것에도 구애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의 경지를 제시하고 있다. 부와 명예, 권력 등 세속적 가치에 대한 가치부여는 삶을 구속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비로소 참된 자유와 행복을 얻게 된다. 장자는 '소요유(逍遙遊)'에서 요 임금과 허유와의 대화를 통해 세속적 부와 지위가 실질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가상의 것이라고 충고한다.
'지인(至人)에게는 사심이 없고, 신인(神人)에게는 공적이 없으며, 성인(聖人)에게는 명예가 없다'고 장자는 말한다. 장자가 추구한 것은 세상의 어떤 집착이나 얽매임이 없는 삶이었다. 그런 삶이 장자의 웰빙인 것이다.
둘째, 외적 성취를 지향하고 획득한 것을 즐기는 삶이 아니라 내적인 자기발견을 지향한다. '참된 자기'의 자연을 즐기는 삶을 주창하고 있다. 삶의 목적은 삶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장자가 말하는 최고의 경지는 세속적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으며, 천리에 따르고 자연과 합일하는 경지를 말한다.
셋째, 장자는 낙도(樂道)하는 삶으로서의 웰빙모델을 보여준다. 도는 없는 곳이 없다. 낙도하는 삶이란 우주만물에 존재하는 도와 하나가 되어 이를 즐기는 삶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삶이 바로 낙도의 삶이다.
'드넓은 들판, 그 주변을 아무런 목적 없이 자족하며 거닌다. 소요하다가 편안히 나무 아래 몸을 눕힌다.' 장자의 소요유가 잘 나타나고 있는 문구로, 낙도하는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장자는 자신의 진면목과 이 세계의 경이로움을 만나고, 그 안에서 즐기는 삶의 방식을 주창하고 있다. 노동과 소비에 중독되어 인생을 허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주는 값진 교훈이다.
#장자 웰빙관의 현대적 의미
장자의 이러한 웰빙관을 현대인들이 대중적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진정한 웰빙의 이정표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장자의 사상은 오랜 시대의 간극을 뛰어넘어 우리의 현재와 미래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웰빙, 즉 '잘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이다. 웰빙이 참으로 중요한 것임을 고려할 때, 현대인들은 최근의 웰빙 트렌드를 너무 쉽게 수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현대사회의 웰빙은 자신을 주인이 되는 삶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측면이 있다. 유기농 식품을 먹고 황토집에서 산다고 해서 진정한 웰빙일 수는 없다.
본래의 철학적 의미를 상실한 채 혼돈에 빠져 있는 현실 속에서 장자의 웰빙관은 우리에게 진정한 웰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참된 자기와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욕망충족이라는 소아적 웰빙관을 극복하며, 우주만물과 하나되는 삶은 현대인의 진정한 웰빙을 위해서도 여전히 필수적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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