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 눈먼 집행…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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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스컴을 통해 국민들은 예산낭비와 관련된 보도를 심심찮게 접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예전부터 알게 모르게 예산낭비가 계속돼 왔고,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금=눈먼 돈'이라는 공직자들의 시각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비리나 무능력, 생색내기 행정 등으로 인한 예산낭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한 선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예산절감 노력도 높이 살 만하지만, 무엇보다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시민단체와 싱크탱크의 활약이 대단하다. 앞으로 총 4회에 걸쳐 국내외 예산낭비 사례 및 미국의 예산낭비 방지 노력과 국내 예산 감시운동을 소개한다. 국내 및 미국을 대상으로 한 이번 기획취재는 희망제작소 부설 자치재정연구소와 함께 했다.
■ 국내 사례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
■ 시청 공무원인 김모씨는 오래 전부터 월급 외 짭짤한 부수입이 있었다. 바로 초과근무수당이다. 그가 신고한 초과근무 시간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매달 한도인 67시간 초과근무를 수년째 계속했던 것. 이 시간을 채우려면 거의 매일 심야 근무를 해야 했지만, 그는 뜻을 함께 하는 '잔머리파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놀면서도 돈을 꼬박꼬박 챙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는 무인경비시스템까지 조작하는 '선수급' 중 한 명이었다. 야간에 청사의 무인경비시스템을 작동시키고, 퇴근한 후 새벽에 해제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한 것처럼 꾸미는 '완전 범죄'를 지속해 왔다.
충분한 검토없이 공사 착공
■ 청송군은 총 20억원을 들여 달기약수탕 친수공간을 조성키로 하고 지난해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약수탕 입구에 체육시설, 지압보도, 정자 등을 만들려던 계획은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닥쳤다.
이 일대가 국립공원 내 자연환경지구인데도 불구하고 사전협의 없이 개발하다 환경부 감사에 적발된 것. 결국 군은 이미 투입한 공사대금 4억원만 날린 채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교통량 잘못예측 적자투성이
■ 대구시는 동구 안심과 수성구 범물동을 잇는 범안로 공사에 민간자본을 유치했다. 그러나 공사비 절감 기대와는 딴판으로 이 도로는 '돈 먹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당초 이 도로의 예상 교통량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600억원대의 대형 공사를 민간사업자에 수의계약으로 줬던 게 화근이었다.
2002년 개통 후 교통량이 예상치의 30% 내외에 그침에 따라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대구시는 이 적자를 메워주느라 수백억원을 쏟아 부었다. 더욱 문제는 2022년까지 추가로 1천600억원 정도 적자 보전을 해줘야 하고, 당초 1천300억원대로 예상했던 법인세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숙한 행정 탓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대구시는 섣부른 민간투자사업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막대한 돈을 들여 운영권 회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결국 시민 혈세로 민간업자만 배불린 꼴이 됐다.
저출산 고려 않은 학교 증설
■ 교육인적자원부는 2001년부터 4년간 교육여건 개선사업에 12조원을 투입, 초등학교 373개를 포함해 전국에 700여개의 학교를 지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 신설로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36.9명(2001년)에서 33.3명(2004년)으로 줄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저출산 현상을 미처 계산에 넣지 못했다.
저출산을 고려하면 굳이 학교를 짓지 않고 현 시설만 유지해도 학급당 학생수가 2011년 24명, 2015년 22명으로 줄어든다. 이는 미국(22명), 일본(29명) 등 선진국 수준이다. 교육관료들은 무작정 학교를 늘리는 것보다 더 시급한 교육환경 개선 사업이 많다는 걸 알아야 했다.
■ 미국 사례
즐겨쓰는 편법 긴급보충예산
■ 미국의회 의원들도 선심성 재정사업을 자신의 선거구에 몰아주려는 경향이 강하다. 미 국민들은 이를 포크 배럴(pork barrel)이라고 부른다. 통에 넣어 절인 돼지고기를 지역구에 배급해주는 선심성 예산 낭비를 빗댄 말이다.
의원들이 가장 즐겨쓰는 편법은 긴급보충예산에 슬그머니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끼워 넣는 것. 실제로 부시 정부가 올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키 위해 편성한 긴급예산안에 캘리포니아 시금치 재배농가를 위한 사업비 2천500만달러 등이 포함되기도 했다. 비교적 감시의 눈길이 덜 미치는 점을 악용한 이들 '이상한' 예산항목이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의료분야 누수가 가장 많아
■ 미국은 의료분야에서 예산 누수가 많다. 상당부분이 제약회사의 사기 및 부정으로 인한 것이다. 제약회사는 자신들이 약국에 공급하는 약의 실제 원가보다 몇 십·몇 백배 튀겨 약값을 책정한다. 이는 제약회사가 약국에 엄청난 폭리를 안겨주는 대가로 유통망을 지속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정부와 주민들의 돈을 우려먹는 사기행위다.
미국은 기업이나 공조직의 부당이익에 대해 소송을 걸어 승소할 경우 총 벌금의 17%를 원고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국고로 환수시키는 독특한 납세자 소송법(FCA)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소송의 80%가 건강부문이다. 지난해 체인점 형태의 병원운영 기업인 테넷은 특별치료를 요하는 중환자 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의료예산을 빼먹다가 고소당해 9억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글·사진=허석윤기자
◇공공책임성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
공공 이익을 위해 정부 예산낭비 등 심층·탐사 보도
공공이익 증진을 위해 정부의 예산낭비 등에 대해 심층·탐사보도를 주로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50여개국 언론인 1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워싱턴DC에 위치한 이 센터는 1990년 이후 280개에 달하는 탐사보도 보고서 및 14권의 책을 펴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센터는 탐사보도를 통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뉴올리언스 지역 수해복구 비리를 찾아냈다. 부정부패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공사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구호활동을 위해 지급된 직불카드 내역에는 성인비디오 구입, 하와이 휴가비 따위가 줄줄이 찍혀 있었다. 결국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이 집행한 190억달러의 구호예산 중 10%가 넘는 20억달러가 부정지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센터는 또 국회의원 및 국회 사무처 직원들의 최근 5년간 여행기록을 전부 뒤졌다. 이 지루한 작업에 1년이나 걸렸지만, 결국 의원과 로비스트간의 부적절한 '권력 여행'을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
빌 부젠버그 CPI 사무총장은 "어려운 재정 때문에 미국에서도 2001년 이후 약 3천500명의 기자들이 없어졌다. 이 때문에 탐사보도 기능이 많이 쇠퇴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그러나 공공의 이익과 정당한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탐사보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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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시청의 예산지출결의서 사본. 체육회 운영보조금을 집행하면서 결재 없이 달랑 액수만 기입하는 등 허위·부실작성 의혹을 낳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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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책임성센터 빌 부젠버그 사무총장이 사무실을 방문한 기획취재단에 이 센터의 주요 활동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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