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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매화꽃 향기 가득한 바람이 내 볼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차가웠던 바람이 차지했던 내 삶의 공간에 어제와 다른 향긋한 봄바람이 불면서 나는 또 다른 일탈을 꿈꾼다.
여행.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탈행위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가본 곳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여행. 나는 올 봄 또 다시 여행을 꿈꾼다.
지난 어느 해 봄바람을 타고 천년고찰 백련사와 다산의 실학정신이 깃들어 있는 강진(다산 초당)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대구와는 또 다른 남도의 풍경에 흠뻑 취했고, 우연찮게 이곳을 찾은 이들이 작성한 방명록도 보게 됐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온 이들의 방문기록은 많은데 경북권, 특히 대구에서 이곳을 찾은 사람이 아주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마 '전라도’라는 물리적 거리감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대구 사람들이 가지는 여행 패턴의 보수성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을 즐겨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부럽다’는 말을 쉽게 하면서도 막상 함께 가자고 권유하면 '그냥 집에서 편하게 쉬겠다’고 한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겐 여행 자체가 쉬는 것이고, 애착이 가는 사물·사람·풍경을 만나는 과정인데 말이다.
알랭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하면서, “여행은 삶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많이 준비했던 여행도 애초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 안에는 일상의 구질구질함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정체된 도로 한가운데서 지난해 여행길에 보았던 '추억 속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노여움을 누그러뜨리고, 삶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는 이때 내 안에 있는 나와 만날 수 있는,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여행이 새롭게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배지숙<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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