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 음악가의 부활을 꿈꾸며

  • 입력 2011-03-22  |  수정 2011-03-22 07:55  |  발행일 2011-03-22 제20면

한국이 낳은 위대한 예술가 이중섭을 기념하는 미술관은 제주도에 있다. 2년 전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을 찾으면서 한 예술가의 불꽃같은 생애와 그를 기리는 자치단체의 노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중섭과 제주도의 인연은 그리 길지 않다. 이중섭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듬해 가족을 데리고 서귀포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같은 해 12월 부산으로 떠났다.

서귀포시는 1996년에 이중섭이 피란시절 거주했던 초가 일대를 '이중섭 거리'로 명명했다. 97년 4월에는 그가 살던 집과 부속건물을 복원하고 그의 호인 대향(大鄕)을 따서 '대향 전시실'을 꾸몄으며, 매년 10월 말에는 '이중섭 예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이중섭 거리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문화관광의 거리로 활성화하기 위해 서귀포시에서 2002년 '이중섭 미술관'을 설립했다. 미술관은 이중섭이 전쟁 중 세들어 살던 초가 바로 옆, 서귀포항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으며, 앞에는 이중섭 공원이 있다. 미술관 개관 당시에는 복사본만 전시하다가, 이를 안타깝게 여긴 문화예술인들의 기증과 노력으로 현재는 이중섭의 서귀포 생활 당시의 모습이 담긴 작품을 비롯해 여러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대구에도 훌륭한 음악가들이 있다. 이중섭처럼 짧은 인연 스쳐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이곳에서 태어나고 배우고, 왕성한 활동을 펼친 음악계의 보물 박태준과 현제명이 바로 그러한 예술가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구에서는 그들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서양음악의 선구자인 그들의 업적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하다. 그들의 전기가 편찬되고, 박태준의 노래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언덕'에 노래비가 세워졌지만,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제 우리는 이들의 업적을 발굴하고 삶을 재조명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난해부터 박태준과 현제명을 재조명하는 사업이 하나씩 추진되고 있지만, 앞서 이중섭의 사례를 보듯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술인의 뿌리를 찾는 것은 대구가 문화예술의 선두적 역할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우리의 의무이자 사명인 것이다.


박재환(대구음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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