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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 실로 오랜만에 동성로에 위치한 한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를 찾았다. 실로 몇 년 만의 방문인지. 그간 멀티플렉스 특유의 번잡스러운 분위기가 불편했던 필자는 웬만한 영화들은 DVD를 구해 보거나 예술영화전용관인 대구 동성아트홀을 종종 이용했다.
그날 찾아간 곳은 국내 최초로 개관했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멀티플렉스였는데, 영화표에 적힌 상영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영화는 나오지 않고 광고와 예고편만 계속 쏟아졌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는데 무려 20여분 가까이 지나서야 영화가 시작하는 게 아닌가. 덕분에 영화 관람 후 잡아놓은 약속시간에 그만큼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이걸 왜 아무도 이상하거나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 걸까.
공중파나 케이블 TV에서 프로그램 방영 전에 광고를 트는 건 시청자가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방송사에서 무료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극장은 관객이 관람료를 부담하고 영화를 보는 거다. 굳이 광고를 틀어야 한다면 상영 시간에 맞춰 모두 끝내고 상영 시간과 동시에 영화가 시작되어야 맞다. 가까운 일본의 극장만 하더라도 광고와 예고편은 상영 시간 이전에 모두 끝나며, 정해진 상영 시간에 영화가 시작된다. 아예 예고편과 영화 상영 시간을 구분하여 모두 친절히 공지하는 극장도 있다. 이럴 경우 관객은 미리부터 입장해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일본까지 갈 것 없이 동성아트홀을 비롯해 국내의 스폰지하우스나 서울아트시네마같은 작은 극장들 역시 정해진 상영 시간에 영화를 튼다. 수익성을 놓고 보면 이런 곳이 멀티플렉스보다 전혀 나을 이유가 없는데도 상영 시간을 지키는 이유는 바로 그게 관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상영 시간을 무시하고 수십여 분이 지나서야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의 행태는 관객과의 약속을 어기고 관객을 무시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관객과 약속한 영화 시작 시간을 무시하는 멀티플렉스의 관행, 극장에서 돈을 내고 광고를 봐야하는 이상한 처사, 납득할 수 없다. 광고를 보기 싫으면 상영 시작 시간보다 알아서 늦게 입장해야 하는 건가. 광고를 '자본주의의 꽃'이라 부른 이가 누구였는지. 기분 좋게 영화 한편 보고 오기도 힘든 시절이다.
장우석(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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