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랑스러운 임윤지당

  • 입력 2011-03-25  |  수정 2011-03-25 07:39  |  발행일 2011-03-25 제16면
[문화산책] 자랑스러운 임윤지당

18세기 영·정조 시대는 조선의 문화가 활짝 핀 르네상스 시기였다. 이 시기는 여성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이 가운데서도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성리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여류학자가 있었다. 임윤지당(任允摯堂·1721∼93)이다. 신사임당이 우리 역사상 최고의 여성 예술가라고 한다면, 임윤지당은 최고의 여성 성리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뛰어난 성리학자로서의 학문적인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임윤지당은 18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철학자다. 어찌 임윤지당 한 사람에 그칠까마는, 조선시대에 이런 여성 철학자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새삼 놀라울뿐이다. 필자가 대학원에서 임윤지당에 대한 연구를 하는 내내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활동이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너무나도 닮고 싶은 인물이었고, 이렇게 훌륭한 여성 성리학자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임윤지당은 조선시대 가난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여러 가지 불행을 겪으면서도 학문을 닦고 자아를 실현한 여성이었다. 가정에서 여성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면서도 심성을 수양하고 성리학의 이치를 터득해 조선시대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문 삶을 지향했다.

윤지당은 평소 "내 비록 부인의 몸이긴 하지만 하늘로부터 받은 본성은 애초 남녀 차이가 없다. 남자와 여자는 그 행하는 바에 있어서 다르지만 하늘로부터 받은 본성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고 했다. 윤지당의 이러한 현대적 여성관은 서양보다도 앞선 생각이었다. 그녀는 단지 학문을 배우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는 어쩌면 우리시대, 가장 본받아야 할 덕목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철학사에서 윤지당이 제대로 거론되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월이 흘러 수백 년이 지나더라도, 부디 우리 후손들이 이렇게 시대를 앞서 간 자랑스러운 선배가 있었다고 오래 오래 기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배지숙(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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