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장우석<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
미국의 언론인이며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는 15년 전, 우연한 기회에 교도소를 방문해 한 여죄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사람들이 왜 가난할까요”라는 쇼리스의 질문에 비니스 워커라는 이 여인은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정신적 삶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중산층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연주회와 공연·박물관·강연과 같은 ‘인문학’을 접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깊이 있게 사고하는 법, 현명하게 판단하는 법을 몰라 가난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때 쇼리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1995년 노숙인, 빈민, 죄수 등을 대상으로 정규 대학 수준의 인문학을 가르치는 수업인 클레멘트 코스를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 모였고, 딱딱하고 어려운 강의를 피하기 위해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을 이용해 참여자와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참여자 31명 중 17명이 끝까지 강의에 참여했고, 이 17명은 모두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직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언어표현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2006년 국내에 출간된 ‘희망의 인문학’이란 책에 고스란히 소개되어 있다.
요즘 필자가 출강하고 있는 인문학 강좌는 모두 두 군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영천지역자활센터에서 열리는 ‘희망의 인문학 교실’, 올해 3월부터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는 예술아카데미 청소년 인문학 강좌 ‘한 뼘 인문학’이다. ‘희망의 인문학 교실’ 수강생은 주로 연령대가 40대부터 60대까지인 자활근로자들이고, ‘한 뼘 인문학’ 수강생은 중학교를 다니는 10대 청소년들이다.
‘희망의 인문학 교실’에선 한글을 읽는 것도 버거워하는 이가 있다. 게임과 TV에 한창 빠져있는 청소년을 ‘한 뼘 인문학’으로 인도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쇼리스가 보여준 ‘클레멘트의 기적’이 이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인지. 그러나 한 주 한 주 수업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수강생들의 눈빛을 본다. 이 강좌가 끝나면 그들도 ‘희망’을 만날 수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희망의 인문학](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03/20110331.0102507510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