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부모면허증

  • 입력 2011-04-01  |  수정 2011-04-01 07:33  |  발행일 2011-04-01 제18면
[문화산책] 부모면허증

봄, 처음, 시작. 이 말들이 나는 참 좋다. 특히 봄에 결혼을 준비하는 신혼부부를 보면 마치 내가 결혼하는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

결혼을 앞둔 커플은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정작 결혼 이후 펼쳐지는 전혀 새로운 삶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하기 보다는 양가의 혼수를 마련하고 결혼식, 즉 행사를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왜 결혼을 하느냐'고 물으면,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하니까'라고 답한다. 이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좋다. 그러나 먼저 결혼한 선배로서 감히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진정한 혼인이란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 삶의 동반자가 되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이 사랑 안에서 태어난 자녀를 잘 기르는 것까지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탓에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 부모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떤 태도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도, 배울 기회도 찾기 어렵다.

얼마 전 친아버지가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했다는 사건보도를 접했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부족한 양육 지식으로 인해 자녀를 방임하거나 학대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모면허증'을 발급, 일정 자격을 갖춰야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부모가 되기 전 부모됨에 대한 준비를 중시해 왔다. 우암 송시열은 '계녀서(戒女書)'에서 "어머니 뱃속의 10개월이 태어난 후의 10년 가르침보다 중요하다"고 했고, 사주당 이씨는 '태교신기(胎敎新記)'에서 "스승이 10년을 잘 가르쳐도 어미가 열 달을 뱃속에서 잘 가르침만 못하고, 어미가 열 달을 뱃속에서 가르침은 아비의 하룻밤 부부교합할 때 정심(正心)함만 못하니라"라고 했다.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좋은 부모란 노력 없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부모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과 철저한 공부도 필요하다고.


배지숙(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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