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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좋아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음악이 왜 좋은지를 잘 몰랐다. 음악이 좋은 이유를 몸소 경험하기 전, 나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켜놓고 귀로 들으면서 신문을 읽고, 아침식사를 준비하곤 했다. 잘 보지도 않으면서, 켜놓지 않으면 어쩐지 불안해지고, 뉴스 아나운서는 정작 나를 알지도 못하는데, 나 혼자 눈도장 찍지 않으면 찝찝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아침에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마침 그 시간에 클래식음악이 나와서 즐겨 듣고 있다. 이것저것 분주히 움직이는 아침 시간에 차분한 클래식 음악은 여러 가지로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하면서 내가 변한 것만 봐도 음악의 좋은 점은 잘 설명될 듯 하다. 먼저, 예전처럼 아이들 깨울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조용하고 우아하기까지한 클래식음악을 들으면서 차마 소리지를 수는 없어 거기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아이들을 깨우게 된다. 아이들도 엄마가 찢어지는 목청으로 이름을 부르지 않으니, 처음에는 다소 엄마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는데 지금은 으레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경험한 요즘 딸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버스를 타는 딸은 등교시간만 되면 바빠진다. 정해진 버스시간에 항상 아슬아슬하게 나가니, 엄마인 나의 신경이 곧두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음악을 듣고 나서는 서둘러 나가라고 소리를 안 지르고 잘 참는다.
어제 아침에는 유난히 여유를 부리는 딸 앞에서 참을인(忍) 자를 몇 번 써보며, 정말로 라디오를 켜놓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 놓쳤다"며 다시 들어와서 택시비를 가지고 나가는 애를 보내고는 털썩 주저앉아있는데, 내 팔에 갑자기 소름이 쫘악 돋았다. 라디오에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로망스'가 흘러나왔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곡이다. 전쟁같은 시간중에 흘러나온 그 음악이 얼마나 반갑던지. 딸 때문에 울컥 화가 났던 마음이 저절로 가라앉혀졌다.
라디오를 듣다가 이렇게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마치 소식이 뜸해서 보고 싶던 친구가 불쑥 나를 만나러 왔을 때의 느낌이 든다. 잠시나마 가슴이 설렌다. 이런 설렘때문에 이젠 라디오를 끌 수가 없다.
이지희(경북대 건설토목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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