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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형<시인·만인사 대표> |
일본의 국기는 스모다. 스모선수는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살을 찌울까 고민한다. 무소같은 알몸에 겨우 사타구니만 가린 다리를 번쩍번쩍 들었다 놓았다 하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에도 일본인들은 열광한다. 스모는 둥그렇게 원을 그려두고 상대방을 밖으로 밀어내거나 바닥에 먼저 넘어뜨리면 이긴다. 우리네 씨름과는 딴판이다. 야구의 꽃이 홈런이다. 모든 경기가 룰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스모와 야구는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었을 때 이긴다. 야구의 발상지인 영국이나 일본 모두 섬나라로 밖으로 뛰쳐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동일한 속성을 지녔다.
생전의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왜놈, 왜놈이라 부르셨다. 사남매의 장남으로 열네살 때 가장이 된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36년을 고스란히 견디셨다. 일본에 살던 큰고모는 관부연락선을 타고 귀국하다 배 안에서 아기를 낳다 운명하였고, 징용에 끌려간 삼촌은 사할린 탄광에서 죽을 고생을 하다 돌아왔고, 막내고모네도 광복이 되어 빈털터리로 고국으로 되돌아왔다. 30여 년 전인가 관부연락선 속에서 태어난 고종사촌누나가 관광가이드가 되어 일본에서 아버지를 만나러 온 적이 있었다. 이런 비극이 비단 우리 집뿐이겠는가.
지금 일본은 강진과 쓰나미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의 통제불능으로 전 세계의 재앙으로 떠올랐다. 이웃나라인 한국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하루에 몇 만t씩 방사능물을 바다로 그냥 쏟아버리고 있다. 우리는 이웃나라의 아픔에 누구보다 먼저 동참하고 방송국마다 일본 돕기 모금에 앞장 서 천문학적 성금이 모였다. 아무리 휴머니티의 한국인이라지만 가난뱅이가 부자 걱정하는 꼴이다. 생전에 일본이라면 치를 떨었던 아버지가 이런 꼴을 보셨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벚꽃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날 촉촉히 봄비가 내렸다. 초록물결 속에 방사능 비가 섞여내렸다. 대재앙의 시초를 보는 것 같아 아찔하다. 방사능에 이어 또다시 일본 검인정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우긴다. 아버지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 일본이라고 하셨다. 주변국들과 끊임없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스모 선수같은 일본이 진정으로 좋은 이웃이 되려면 섬나라의 속성을 버릴 때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천지개벽을 하여도 불가능한 일이다. 국화와 칼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일본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알고 대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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