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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참 황당한 일이 있었다. 아이들의 무절제한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려고, 비밀번호를 걸어두고 내가 직접 컴퓨터를 켜주곤 했다. 가끔 저녁모임으로 늦을 경우에는 전화로 그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다시 새로운 비밀번호를 걸어둔다. 그날은 아침에 새로운 비밀번호를 걸어두고 나왔다.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이 나질 않았다. 온종일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기억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내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저녁에 돌아가서, 아예 비밀번호를 없애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조삼모사(?)같은 내 기억력에 심란해했다. 나이듦이 나한테 주는 그 쓸쓸함이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이가 가져다주는 행복감, 이로움도 있다. 64세의 엘튼 존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공연을 더 잘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한동안 생각하다가 하나를 찾아냈다. 그것은 요리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만들기도 좋아하고, 잘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이유를 분석했다.
먼저, 요리하기 전 철저히 준비한다. 매주 식단을 짠 다음, 1주일치 재료를 산다. 특히 각종 채소를 금방 요리할 수 있도록 용기에 담아서 보관하고 수시로 점검해 빠지지 않도록 보충한다. 육류와 생선류는 한꺼번에 대량 구매해, 1회분씩 나누어서 냉동보관한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 함박스테이크는 번갈아가면서 만들어서 한번에 먹을만큼 냉동용기에 보관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냉동실 정리. 언제 무엇을 구입해서 넣어두었는지를 알기 위해 투명한 플라스틱상자를 이용한다. 가끔 신속성을 위해 불고기양념, 라면, 스파게티 등의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도 이용한다. 또 새로 나온 쿠킹제품에도 늘 관심을 두고 장비를 갖추기도 한다.
실행단계에서도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특히 아침식사를 준비할 때 '멀티태스킹'을 실천한다. 계획된 식단에 따라 2~3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요리한다. 설거지는 음식준비 단계에서 나올 때마다 한다. 많이 쌓아두면 더 하기 싫다.
이렇게 요리는 사전준비단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수록 신속한 실행이 이루어지더라는 결론이다. 40대 중반의 나이는 나에게 기억력, 체력 감퇴 등을 가져다줬지만, 새로운 즐거움도 안겨줬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다고 즐거움이 찾아오진 않는다. 그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이지희(경북대 건설토목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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